성공한 기업이 자기파괴 습관에 빠져들게 되는 이유, 『배드 해빗』은 성공적으로 경영되고 있는 기업조차 피해갈 수 없는 일곱 가지 위험한 습관

배드 해빗(BAD HABIT)

 

 

1. 왜 좋은 기업이 병들어 가는가?

왜 좋은 기업이 병들어 가는가? 1980년대 베스트셀러 경영서인 초우량 기업의 조건에서 격찬한 62개 기업 대부분이 이후 20년 동안 심각한 위기를 겪었다. 제록스, IBM, 코닥 같은 기업들이 여기 해당한다. 그 기업들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기업이 탁월한 성과를 내며 성장해가면, 그 결과로 기업의 근본을 갉아먹는 자기파괴 습관이 무의식중에 생겨난다. 이런 습관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악화되어 기업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중독이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타파됨으로써 기업을 건실하게 만들기도 한다. 때로는 위기가 기업을 회생의 길로 전환시키기도 한다. 이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사람에게도 자멸을 초래하는 습관(과식, 운동부족, )이 서서히 스며들다가, 어느 날 심장발작을 한 번 겪고 나면 그런 습관은 갑자기 사라져버린다.

 

심장발작 같은 위기가 기업에서는 경쟁자의 등장, 갑작스런 주가 하락, 혹은 회사가 따라가지 못하는 기술적인 발전의 형태로 나타난다. 이런 상황은 회사를 망하게 할 수도 있지만, 망하게 하는 행동 패턴에서 벗어나게 할 수도 있다. 이 책은 자기파괴 습관을 옭아매고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많은 기업의 사례를 보여줄 것이다. 그중에는 이미 노력을 훌륭히 수행하여 회생 상태로 돌아온 기업도 있다. 만약 당신 스스로 취약점을 솔직하게 찾아내어 면밀히 살펴볼 의지가 있다면, 궁극적으로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2. 현실부정: 성공신화, 관습 기존 신념에 갇히다

많은 기업의 경우 현실 부정은 기업이 보잘것없는 초창기를 잃어버리는 시기부터 나타난다. 문제는 기업이 자신들의 초라했던 시작을 잊어버릴 때, 성공이 우연한 행운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릴 때, 그리고 그런 행운을 자신들의 공적으로 돌리기 시작하면서부터 발생한다.

현실부정을 일으키는 종류들을 살펴보자.

첫째, 신기술에 의한 위기이다. 정보통신 산업을 보면 예전 방식은 금세 사라진다. 버스에 올라타지 못하면 결국 버스에 치이게 된다. 복사기 부문의 성공에 안주하다 디지털 정보통신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제록스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둘째, 변화하는 고객의 취향이다. 유행은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유행 상품을 파는 소매상들조차 고객의 변화하는 취향이나 선호도, 구매 패턴을 아는 것을 거부함으로써 스스로 무덤을 파기도 한다.

셋째, 글로벌 환경에 대한 현실부정이다. 오늘의 기업은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경쟁자를 알고 있기보다 그에 맞서 싸워야 한다. 또한 과거 시장을 유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장으로의 도약을 시도해야 한다.

 

다음은 현실부정의 증상들이다.

첫째 나는 달라 증후군. 이런 신드롬은 자동차 회사 GM의 문화 속에 잠재되어 있었다. 크라이슬러가 쓰러지고 다임러벤츠와의 합병으로 심한 모욕을 당할 때도 GM나는 달라를 외쳤다.

둘째, NIH(Not Invented Here, 내가 만든 게 아니야) 증후군. 당신은 너무 자신 있는 나머지 누군가가 더 나은 방식을 가졌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는가? 그렇다면 NIH 증후군 증세라고 볼 수 있다. 이런 현실부정은 기술 분야에서 전염성이 뛰어나다.

셋째, 엉뚱한 데서 핑계 찾기. 문제점을 고치려 하지 않고 설명만 하려는 증상이다. 우리는 연금비용 때문에 손실이 발생한다라는 GM의 말은 우리는 잘못된 차를 생산하기 때문에 손해를 보고 있다라는 말로 고쳐야 할 것이다.

 

현실부정의 습관을 타파하는 프로그램을 살펴보자.

첫째 찾아라. 다른 회사의 실패에 대한 당신의 반응을 분석하면서 나는 달라 증후군을 찾아야 한다. 당신의 상품과 프로세스, 인사정책을 조사하면서 NIH 증후군을 찾아야 한다.

둘째, 인정하라. 현실부정의 징후를 발견했을 때는 당신에게 병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 평가하라. 당신이 현실부정에 얼마나 깊이 빠져 있는가를 측정해 보아야 한다.

넷째 변화하라. 새로운 경영인을 영입하고 새로운 비전을 작성해야 한다. 현실부정에 빠져 있는 깊이만큼 변화는 어렵다. 하지만 가능한 일이다.

 

3. 오만: 최고의 시절을 잊지 못하다

기업이 오만에 빠지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특별한 성취의 경험. 기업이 우연히 탁월한 성취를 달성해서 한순간에 산업의 선두주자 자리에 올랐을 때, 오만은 예견된다.

둘째, 산업의 풋내기 진입자(다윗)가 현재 권력(골리앗)을 왕좌에서 끌어내린 경우. 과거 마이크로소프트는 IBM이라는 골리앗을 쓰러뜨린 다윗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동사를 상대로 계속 이어지는 전 세계적인 독점금지법 소송에 대한 반응을 보면 마이크로소프트가 가진 독점주의자의 오만을 볼 수 있다.

셋째,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상품 혹은 서비스를 창조했을 때. 제록스의 특허품인 제로그래피와 코카콜라의 비법은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넷째 다른 사람보다 더 똑똑할 때. 연구개발에 더 박차를 가할 때 오만함이 깊어진다. 처음으로 굉장한 사업에 투자하여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특허 출시 등 지적 재산권을 통해 명성이 높아지는 경우를 말한다. 소니는 쉽게 이 범주에 들어갈 것이다.

 

당신의 조직이 오만으로 고통받고 있는지 알려면 다음 신호들을 주시해야 한다.

첫째, 듣지 않는다. 당신은 고객, 직원, 투자자, 소비자, 정부 등 외부에서 들려오는 조언을 듣지 않고 있다.

둘째, 과시하기를 좋아한다. 당신은 여행, 사무실 인테리어, 직원들에 대한 특전, 접대 등에서 돈을 펑펑 쓰면서 과시를 하고 있다.

셋째, 위협적인 행동을 보인다. 당신은 매니저들에게 직원, 투자자, 고객을 위협하라고 부추기고 심지어 그에 대한 인센티브까지 제공한다.

넷째 상전처럼 행동한다. 당신은 다른 이들이 당신을 따르지 않는다는 생각에 통제력과 절차를 남용한다.

 

오만의 습관을 타파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경영진이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도록 주기적으로 순환시켜라. 그들이 낯설고 적대적인 시장, 혹은 모험적인 혁신으로 가득 찬 프로젝트에서 일하도록 배치하라.

둘째, 비전통적인 후계자 양성 계획을 실행하라. 다양한 후보들을 기능 조직, 지역 조직, 상품 조직 등 여러 분야에서 고속 승진 시스템에 올려 시험해야 한다.

셋째, 다양한 교육기관, 국가, 인종에서 인재를 등용하라. 퍼듀 대학에서만 인재를 채용해왔던 월풀은 후에 인도 기술자들을 고용하고 나서야 그들이 퍼듀 대학 인재보다 훨씬 재능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알았다. 편협한 시각은 오만을 야기한다. 다양성은 우리의 시스템에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시급히 필요한 것이다.

넷째, 리더십 교육을 통해 외부 시각을 불러들여라. 노엘 티치 교수가 GE에서 강연했던 기업 가치 회생작업, 배우는 자세 등은 좋은 사례이다. 회사 내부에서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문화를 부추겨야 한다. 아이디어는 오만이 자라는 토양을 제거하기 때문이다.

다섯째, 리더십을 바꾸어라. 외부 인력을 끌어오는 것은 가장 극단적인 조치이지만 위기 상황에서 잘 작동하면 경각심을 부추길 수 있다.

 

4. 타성: 쉽게 흥한 자는 쉽게 망한다

타성은 당신이 과거에 겪었던 성공이 절대적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믿고 있는 데서 나오는 안정감과 평안함이다.

조직이 타성에 젖는 이유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첫째, 규제로 인한 독점 안에서 성장했을 때. 정부가 사업을 보호해주고 경쟁자의 접근을 막아주어 안전한 곳에 존속하도록 도와주었을 때 타성에 젖기 쉽다.

둘째, 유통독점으로 성공했을 때. 유통 라인 독점의 고전적 사례는 우체국이다. 과거에는 다른 배달원이 메일박스 안에 무언가를 넣어두는 것이 금지되었는데, 이것은 독점이었다. 이후 우체국이 육지에서는 UPS, 항공에서는 페덱스에 의해 공격받기 쉬웠던 까닭은 독점으로 인해 타성에 젖어갔기 때문이다.

셋째, 정부에서 선택받은 축복을 누릴 때. 일부 국가 정부는 특정 기업이나 산업에 대해 일종의 전략적 의도를 갖고 동맹을 맺는다. 이러한 축복은 기업이 타성에 젖게 하는 지름길이며, 현실 세계로 전환하려 할 때 고난으로 바뀌게 된다. 주식회사 일본의 기업들이 대표적인 사례이며 현재 일본은 거품 경제 붕괴라는 대가를 치르고 있다.

넷째 정부가 사업을 소유하거나 통제했을 때. 타성에 젖어 헤어날 수 없는 최악의 경우이다. 아시아 최악의 항공사로 유명한 인도항공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기업이 타성에 젖은 징후를 알기 위해서는 직접 기업 내부를 보고 확인해야 한다. 여기 몇 가지 두드러진 증상이 있다.

첫째, 결정을 서두르지 않는다. GM은 최초 자동차 콘셉트를 시장에 출시하는 데 60개월 걸린다. 반면 경쟁사인 혼다는 36개월 걸린다.

둘째, 프로세스가 관료적이다. 당신은 전형적으로 비정부기구(NGO)와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의사 결정 행위는 위원회의 횡포에 의해 방해받는다. 위원회 구성원들은 거부권을 가지며 그들 사이의 문화적인 차이점은 조율되지 않는다.

셋째, 아래로부터의 문화, 분산된 문화, 만장일치의 문화가 있다. 이런 문화는 오늘날 글로벌 경영환경에서 변화를 너무 어렵게 만든다.

넷째, 높은 원가 구조를 가지고 있다. 높은 원가 구조는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다섯째, 완전한 수직적 통합을 이루었다. 예를 들어 웨스턴일렉트릭은 회사에서 사용하는 전화기 세트에 탄소가루를 공급하기 위해 광산과 석탄 운반 물류 라인을 갖추고 있었다. 주객이 전도된 수직적 통합의 대표적 사례이다.

여섯째, 기능, 상품, 시장, 고객 등에서 교차보조가 일어난다. 베이비 벨은 전국에 있는 레스토랑 화장실 옆에 공중전화를 설치했지만 이익을 창출하지 못했다. 벨은 공항, 감옥, 쇼핑센터의 공중전화기로 더 높은 수익을 거두었지만, 그런 곳은 경쟁자에게 공격을 받았다. 물론 그 다음에는 휴대폰이 나타나 공중전화 산업을 쓸어냈다.

 

타성에 젖은 습관을 타파하려면 다음 몇 가지 처방을 실천해야 한다.

첫째, 리엔지니어링. 모터로라는 높은 품질을 추구함과 동시에 비용 낭비를 줄이고 프로세스의 비효율성을 제거하는 리엔지니어링 과정이라 할 수 있는 6시그마 시스템을 개발하여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둘째, 조직구조 변환. 모든 길은 통제, 효율성, 규모의 경제라는 명목 아래 집중화로 향한다. HP는 상품별 책임경영 방식으로 기업을 재조직했다. 만약 당신이 프린터 부문을 책임지고 있다면 국내뿐 아니라 세계 시장의 프린터 부문을 책임지게 된다. 이런 방식의 재조직은 교차보조라는 음지에 빛을 비추어 경영 실패를 감추기 어렵게 해준다.

셋째, 비핵심 사업 처분. 잭 웰치는 GE를 구조 조정하여 수백 개의 사업을 14개까지 줄였다. 1등 혹은 2등이 아니라면 사업을 바꾸든지 팔든지 문을 닫아야 한다.

넷째, 비핵심 기능 아웃소싱. 아웃소싱은 비대하고 태만하고 타성에 젖은 기업의 비효율성을 제거하기 위한 최고의 해결책이다. 비즈니스 프로세스 아웃소싱이 정착되고 나면 경쟁력 있는 기업들은 이것의 장점을 충분히 이용할 것이다.

다섯째, 새로운 피 수혈. 긍정적이고, 비전을 가진, 그리고 새로운 지도자는 기업문화를 변혁시키는 데 필요한 인물이다. 이것은 분명한 효과가 있다.

 

5. 핵심역량 의존: 권위가 저주로 돌아오다

성공한 기업에는 그들이 의존하는 핵심역량이 있다. 그러나 핵심역량이 기업의 비전을 제한하고 다른 기회를 보지 못하도록 할 때 핵심역량 의존은 자기파괴 습관 중 하나가 된다. 기업이 현재 어떤 권위를 갖고 있다면, 특히 이 자기파괴 습관을 조심해야 한다. 넘버원인 상황에서는 변화가 힘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DEC의 경우는 소형 컴퓨터가 핵심역량이었다. 동사가 가지고 있던 소형 컴퓨터 부문의 최고 권위는 기업이 붕괴하는 순간까지 DEC에게 저주가 되었다.

 

한 기업이 어느 한 가지 핵심적인 기능 영역 때문에 성장하게 되면 그 특정 기능 영역이 기업을 좌지우지한다. 하이테크 기업의 경우 엔지니어링 부문이고 호텔업은 영업 부문일 것이다. 주목할 것은 이런 지배력 때문에 핵심역량 의존의 습관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만약 기업의 기능 부문들이 잘 통합되어 있고 협동적이라면 기업의 비전은 자연스럽게 확산될 것이고 기업의 옵션도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기능 간 문화가 교전 상태에 있다면 승리하는 쪽이 기업의 편견을 형성하게 된다. 지배적인 한 기능 부문은 기업을 장벽 안으로 내몰고 결국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버린다.

 

다음은 핵심역량 의존의 의심 증상들이다.

첫째, 기업 변화의 노력이 소용없다. 당신은 회사 조직을 바꾸며 구조조정을 시도했지만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둘째, 감흥이 없다. 회사 내에 불안감, 무력감이 팽배해 있다.

셋째, 사람이 떠난다. 맨 처음 떠난 사람은 투자자들이다. 다음은 협력업체이다.

마지막으로 고객들이 떠난다. 그들은 브랜드를 좋아했고 의리를 지키고 싶어 하지만 마침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린다.

 

핵심역량 습관을 깨기 위해 다음 치료법들을 시도해볼 수 있다.

첫째, 핵심역량을 다른 곳에 사용하라. 처치&드와이트는 고객들이 빵의 재료인 베이킹소다를 더 이상 찾지 않자, 핵심역량을 이용해 다른 상품을 개발하는 연구를 시작했다. 그래서 베이킹소다를 이용한 치약과 세정제를 시장에 내놓을 수 있었다.

둘째, 핵심 역량이 아직 자산으로 남을 만한 곳에서 새로운 시장을 찾아라. 예를 들어 경영진 헤드헌팅의 세계적 리더 콘페리는 인도에 진출하여 대단한 성장을 이루었다.

셋째, 가치사슬의 상·하류로 움직여 역량의 범위를 확대하라. 대부분의 경우 거대 제조 기업들은 가치사슬 하류로 움직여서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GE도 이런 경우 중 하나인데, 동사는 더 이상 전기발전기를 만들지 않는 대신 전력 공장을 유지·보수하는 사업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넷째, 새로운 역량을 개발하라. 핵심역량 의존 습관에 대한 가장 극단적인 처방은 기존 산업 내에서 새로운 역량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필름제조에 최고 역량을 갖고 있는 코닥의 사례를 보자. 코닥은 필름에 대한 그들의 핵심역량을 발판 삼아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들은 디지털 사진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방향을 트는 힘겨운 과정에 있다.

다섯째, 가지고 있는 자원을 다시 돌아보라. 이것은 기존의 지역적 영역 내에서 기업이 가진 자원을 성장 잠재력이 있는 분야로 방향만 살짝 틀어주는 방법이다. 벨사우스가 영역 내 독점이었던 유선전화 통신 수요가 감소하자, 무선통신·데이터 통신·인터넷 통신 등 종합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6. 경쟁근시안: 눈앞의 경쟁만 보는 짧은 시야

경쟁의 범위를 너무 좁게 규정하는 실수를 저지르면서 오직 눈앞에 있는 경쟁자들만 생각하는 순간, 당신은 경쟁근시안의 습관으로 어려움을 겪게 된다. 도전자를 바라보는 관점이 잘못된 경우 발생하는 이런 위협은 레이더 스크린에 잡히지 않지만, 매우 현실적이고 위험하다. 자기파괴 습관인 경쟁근시안에 빠진 이 시대 대표적 기업들의 사례는 많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GM, 포드, 크라이슬러가 서로 경쟁하고 있는 동안 일본이 침공했고 결국 시장을 정복한 것이다.

 

경쟁 근시간의 습관이 널리 퍼지는 이유는 네 가지가 있다.

첫째, 산업의 성숙. 산업이 성숙하면 산업 내 경쟁자가 2~3개만 남게 된다. 이때 기업들은 이런 경쟁 속에서 자신의 경쟁자를 규정하고 틈새 사업자나 신규 진입자를 무시하게 된다.

둘째, 클러스터(밀집) 현상. 어떤 산업에서는 주요 기업들이 한 지역에 밀집한다. 이런 밀집은 건전한 현상으로 볼 수 있지만 어느 정도의 시점까지만 그렇다. 경쟁이 모두 자신의 뒷마당에 모여 있다면 경쟁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쉽지만 반대로 경쟁을 제대로 하기도 어렵다. 클러스터는 폐쇄된 사회를 만들고 경쟁의 시야를 좁게 만든다.

셋째, 산업의 선구자이자 넘버원일 때. 만약 당신이 넘버원이고 그 시장의 개척자도 당신이라면 특히 조심해야 한다. 주변의 유력 경쟁자들에게만 초점을 맞추는 순간 경쟁근시안에 빠져드는 것이다. 맥도널드는 경쟁자인 버거킹만 견제하다가 패스트푸드가 햄버거만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잊어버렸다.

넷째, 2등이 1등을 쫓아올 때. 현재 2등을 하는 기업도 경쟁 근시안에 빠지기 쉽다. 오직 시장의 선두 탈환에 에너지를 집중하기 때문이다. 렌터카 업체 에이비스가 선두 주자 허츠를 따라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면서, 두 기업은 항공여행 비즈니스 고객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을 하였다. 그리고 둘 다 버짓의 출현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 버짓은 휴가 중인 가족, 다양한 목적지를 운전하는 여행객들에게서 자동차 렌털의 새로운 시장을 보았다.

 

경쟁근시안의 의심 증상은 다음과 같다.

, 틈새 사업자와 공존을 허락한다. 당신은 큰 경쟁자들에게만 초점을 두기 때문에 틈새 경쟁자들의 위협을 보지 못한다.

둘째, 공급자 교섭력을 간과한다. 협력업체가 경쟁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것도 경쟁 근시안의 징후이다. 예를 들어 슈퍼마켓들은 자신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급자와 월마트가 제휴할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잡화상이 자신들의 경쟁자가 될 것임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셋째, 신흥 경제 국가의 경쟁자를 과소평가한다. 일본, 미국, 유럽의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쳤던 소니도 정미소에서 출발한 한국의 삼성을 간과한 덕에 곤욕을 겪게 되었다. 현재 삼성은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 높은 소비자 가전 기업이다.

넷째, 대체 기술에 속수무책이다. 차세대 기술을 내놓아야 할 필요성을 느낄 때 위협을 느낀다. 그러나 만약 경쟁근시안의 습관에 젖어 있다면 우리는 그 위협에 대책 없이 항복해야 할 것이다.

 

경쟁근시안의 습관을 타파하려면 경쟁 범주를 재정의하고, 상품과 시장의 범위를 넓히고, 합병을 통해 과잉 설비를 제거해야 한다. 비전통적 경쟁자들에게 역습을 가하고 핵심 사업으로 돌아가야 한다. 지속적으로 주변을 확인하지 않는다면 위험은 항상 잠재되어 있다. 단순히 직접적인 경쟁뿐만 아니라 다른 경쟁 요인들, 즉 공급자의 능력, 고객이 가치사슬 상류로 치고 올라올 가능성, 비전통적인 경쟁자들의 위협, 새로운 기술 등이 당신의 기업을 뒤처지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주시해야 한다.

 

7. 규모 집착: 원가 상승과 수익성 악화

규모 집착의 비즈니스화 된 용어는 원가 비효율성이다. 포화 상태인 산업 안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 때문에 상품 가격은 폭락하지만 원가 구조는 여전히 같을 때 이런 습관이 발생한다.

 

규모 집착의 원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높은 마진을 누리던 산업의 개척자. 당신이 창조한 사업이 어느 정도 성장하면 가격을 떨어뜨리는 경쟁자들이 나타난다. 그러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가격을 낮추어야 하고 이는 대량생산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대량생산을 위해 생산설비를 확장하다 보면 원가 구조가 높아지게 되어 있다.

둘째, 빠르게 성장한 업계 스타. 성장 기회는 마진이 낮은 분야에서 존재하며 마진을 낮추는 데 실패하면 어려움에 빠지게 된다. 따라서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은 매출액과 더불어 손익분기를 항상 계산해야 한다.

셋째, 규모의 역설. 기업은 먼저 개척한 시장에 경쟁자가 난립해서 가격이 하락하면, 규모의 경제를 통해 가격 하락의 손실을 상쇄하려 한다. 불행히도 규모의 경제를 통한 원가 절감은 효과적이지 않다.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경제 규모를 더 늘리면 갑자기 원가가 다시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기업에 지역 공동체에 대해 부담하는 의무나 정부 규제도 규모 집착에 대한 원인을 제공한다.

 

규모 집착의 의심 증상은 다음과 같다.

첫째, 비용 가이드라인의 부재와 특별지출 남발. 문제는 당신이 비용 통제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운영비용, 조달비용, 영업을 위한 여행비용 등 무엇이든지 말이다. 돈을 술에 취한 선원처럼 쓰고 있다면, 당신이 비즈니스에 신경 쓰지 않고 있음이 명백하다.

둘째, 코스트 센터로서의 기능조직. 기업은 세일즈 부문에서는 수익을 창출하고 세일즈를 지원하는 다른 부서에는 예산을 배정하는 식으로 조직화하는 경향이 있다. 일단 이런 구조가 성립되면 비즈니스 특성상 악순환이 지속된다. 모든 부서의 관리자들이 올해보다 내년에 더 많은 예산이 지원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회사 몸체에 지방질만 늘어날 뿐이다.

셋째, 교차보조의 문화. 만약 당신이 특정 부문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다른 부문의 실패를 막으려 한다면, 확실히 비효율적인 상황에 빠져 있는 것이다. 과거 P&G1500개의 거래처 중에서 오직 90개의 거래처에서만 수익을 창출했었는데 고객 기반의 조직 구조 개편을 통해 이런 문제를 제거했다.

넷째, 수치의 진실. 외부 분석가들은 기업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본다. 만약 그들이 당신에게서 돌아선다면 당신의 기업이 건강하지 못한 상태라는 분명한 표시가 된다. 델컴퓨터는 산업 전문가의 원가 분석을 받아들여 혜택을 본 기업 중 하나다.

 

규모 집착의 습관을 타파하는 방법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첫째, 원가 구조를 명확히 파악하라. 많은 기업들이 매출과 원가를 적절히 분배하는 방법을 모르고 있다. P&G의 경우 상품에 따라 조직화되어 있기 때문에 월마트가 자신들의 가장 큰 고객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P&G는 고객 입장에서 자신들이 어떤 원가구조를 가지고 있는지 알아내는 데 3년이 걸렸다.

둘째, 코스트 센터를 수익 센터로 변신시켜라. P&G는 보유하고 있는 연구개발 인력으로 다른 기업과 연구개발 계약을 맺었다. 이런 시도로 코스트센터는 수익 센터로 변모했고, 모두에게 좋은 윈윈 전략이 되었다.

셋째, 손익계정을 분산시켜라. 각각의 사업 유닛에 영업외비용 사용 정당화에 대한 책임을 부여하라. 각 유닛에게 주주 배당금, 세금, 자본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충분한 수익을 창출하는 경우에만 응당한 지원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알려주어야 한다. 이밖에도 수직적 통합을 가상 통합으로 대체하고, 비핵심 기능을 아웃소싱하고, 관리 계층을 줄이고, 프로세스를 리엔지니어링하고, 대량 개별화로 이동하고, 목표원가를 이행하고, 협력업체를 평생의 동반자로 만드는 다양한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8. 영역 의식: 문화충돌과 내부권력 다툼

기업이 성장하면 스스로 기능 사일로(조직간 장벽과 부서 이기주의)로 조직화하는 경향이 있다. 더 크게 성장하면 기능 조직 사일로에 지역 조직 사일로가 추가된다. 각각의 사일로들은 그 안에서 기업의 큰 비전을 잊어버리거나 전체 목적과 반대되는 일을 할 수 있다. 각 사일로들의 우두머리에게 비전을 주입할 강력한 리더가 없다면, 기업은 내부 전쟁의 갈등을 중재하면서 시간과 자원을 소비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이를 영역 의식이라는 자기파괴 습관으로 규정한다.

 

기업의 기능 내부에 존재하는 문화는 국가의 문화나 윤리관보다 더 강한 성향을 갖는다. 여기에 더해 기업은 종종 어느 한 가지의 기능 문화를 선호하는 편견마저 가지고 있다. 특정 기능이 지배하는 기업문화가 해를 끼친 대표적인 사례가 모토로라이다. 엔지니어 엘리트주의 문화가 지배하던 모토로라는 기술은 뛰어났지만 고객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 결과 1990년대 중반까지 세계 휴대폰 시장의 33%를 점유하던 모토로라는 노키아의 공세에 밀려 점유율이 14%로 떨어졌다.

 

영역 의식의 증상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의견차이. 당신의 기업에는 한 명의 장군 대신, 자신의 방식대로 경영하기를 원하는 많은 부분의 참모들이 있다. CEO는 모든 부서가 자극을 받을 만한 하나의 비전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고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

둘째, 우유부단. 리더십에 공백이 생기고 각 부문 책임자들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기업에서 무언가 결정을 내리는 것은 몹시 성가신 일이다. 이런 상황은 관료주의가 지배적인 경우 더욱 악화되어, 정책과 절차가 의사결정 권한을 대신한다.

셋째, 혼동. 강력한 리더십이 부재하는 상태에서 자치권을 누리는 책임자들이 너무 많으면 한 조직 내에서도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은 알지 못한다. 오늘날 이라크 전쟁에서 이런 현상을 볼 수 있다. 이라크에서 발생한 폭동사건을 두고 국방장관이 논평을 내는 동안, 현지의 장군은 또 다른 평가를 내린다.

넷째, 침체. 영역 의식의 의심 증상이 계속 발견됨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은 누구도 행복해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업이 내부 갈등으로 마비되기 시작하면 근로환경은 금세 타락한다.

 

영역의식의 습관을 없애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내부 마케팅에 착수하라. 리더는 전 기능 조직의 모든 직원을 하나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직원들이 각 기능 조직보다 리더의 비전에 더 큰 충성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

둘째, 관리자를 상아탑 밖으로 내보내라. 세력 다툼과 문화적 갈등을 진압하는 방법으로 사람들을 다른 기능적 혹은 지역적 사일로에서 순환 근무시키는 방법이 있다. 남의 문제를 직접 마주쳐 해결하는 것보다 타인을 이해하는 좋은 방법은 없다.

셋째, 영구적 교차기능 팀을 구성하라. 교차기능 팀이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태스크포스가 아니라, 모든 기능 조직이나 사일로의 대표를 포함하며 지속적으로 운영되는 팀을 말한다. 이 아이디어는 조직의 최상위에서부터 문화투쟁과 영역다툼을 타파하고, 협동정신의 고취와 위로부터의 비전 공유를 도모하는 것이다. 가장 좋은 사례는 소위 린 생산방식의 표준을 만든 도요타의 생산 시스템일 것이다.

넷째, 기능과 지역보다 고객과 상품 중심으로 재조직하라. 이 방법으로 손익센터를 재구성하면 기능적, 지역적 사일로들 사이의 내부 갈등을 진압할 수 있다.

 

9. 최고의 치료는 치료가 아닌 예방

만약 기업들이 자기파괴 습관을 고쳐야겠다는 사실을 자각할 능력이 있다면 이런 능력을 애초부터 자멸하는 능력을 예방하는 데 사용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현상 유지 경영의 반대말인 선도 경영을 실행한다면, 후에 위기경영에 허비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즉, 1온스의 예방은 1파운드의 치료와 같다는 속담이 인간의 몸뿐만 아니라 기업의 몸에도 적용됨을 뜻한다. 비즈니스에서 자기파괴 습관의 예방은 치료보다 훨씬 더 비전 있고 지속적 성장을 담보해 주는 프로세스이다. 당신은 자기파괴 습관이 회사의 몸 안에서 감염을 일으킬 때까지 기다려서는 안 된다. 성공적인 예방 프로그램은 현재와 가까운 미래 상황을 수시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이나 프로세스를 갖춰서 의심 증상을 초기에 감지할 수 있어야 한다. 예방 프로그램은 또한 자기파괴 습관을 피할 수 있도록 기업의 프로세스가 자동적으로 수정되는 최신식 방법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러면 기업이 자기파괴 습관의 발생을 초기에 예방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첫째, 현실부정의 습관을 예방하는 방법은 기업이 가지고 있는 기존 신념과 전통에 끊임없이 이의를 제기하는 시스템을 설치해 놓는 것이다.

둘째, 오만을 예방하는 방법은 당신에게 오만의 감정을 지속적으로 상기시켜주고, 오만의 길로 빠져드는 순간을 감시해주는 조언자나 경영고문을 두는 것이다.

셋째, 타성을 예방하는 방법은 타성에 젖어 있는 수준을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강력한 측정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다. 또 다른 예방책은 성과에 기반을 둔 보상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다. 성과와 연결된 보상제도는 모든 직원이 혁신적이고 탁월해지도록 유도한다.

넷째, 핵심역량 의존을 예방하려면 현재 기술에서 차세대 기술로 선행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상태를 항상 유지해야 한다. 핵심 기술의 활용 범위를 다른 상품과 시장으로 확장하고 인수와 합병을 통한 성장 전략을 세워야 한다.

다섯째, 경쟁 근시안을 예방하려면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경쟁 정보팀을 구성하고, 차세대 경쟁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 또한 미래 글로벌 경쟁의 각축장이 될 신흥 경제 시장을 겨냥해야 한다.

여섯째, 규모 집착을 예방하려면 수익성에 기반을 둔 성과 보상 시스템을 갖추고, 구매 부서를 단순 지원 기능이 아닌 전략적 기능으로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영역 의식을 예방하려면 경영권 이양 과정에서 후계자 선정 절차를 투명하게 하고, 특정 기능 조직이 우월하게 여겨지지 않는 기업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잭디시 세스 지음

럭스미디어, 20089월, 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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