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치마켓 : 부유층 마케팅

 

 

1. 부유층 마케팅에 대하여

 

초일류 세일즈맨의 자격

초일류 세일즈맨들은 부자들과 부자들의 행사 등에 대한 뉴스를 엄청나게 많이 읽는다. 부자들을 마케팅 대상으로 겨냥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부자들을 목표로 삼고 설득하여 판매까지 제대로 해내며 또한 그 부자 고객들의 인간관계까지 알뜰히 활용할 줄 안다. 부자들 가운데는 또 다른 부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렇다면 부자들은 자신들을 표적 삼고 접근해 오는 세일즈맨에게서 무엇을 원할까? 부자들에게는 세일즈맨으로서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하는 그들만의 욕구가 있다. 부자들은 현재의 지위나 사회적 인정, 대우 같은, 다른 어떤 것보다도 자신이 몸담고 있는 업계에서 이룩한 업적에 대해 커다란 자부심을 갖고 있다. 따라서 유능한 세일즈맨이라면 자신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고객의 그런 욕구와 결부시킬 줄 알아야 한다.

 

단 커크는 미국 보험업계의 세일즈맨 가운데서도 거물이다. 그 역시 다른 프로 세일즈맨들과 마찬가지로 부자들에 대한 뉴스를 많이 읽는다. 그는 만일 어떤 기사에서 이익률이 좋은 기업을 보게 되면 그 회사의 소유주 겸 사장에게 그 사실을 축하하고 그런 기사를 내용으로 한 기념패를 만들어 직접 건네준다. 부자들에게 자신에 대한 기사가 언론이나 인쇄 매체에 개재되는 것은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한 가지는 자신의 업적이나 성취에 대해 대중이 공식적으로 인정해 주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또 한 가지는 이때가 직업상의 원숙함이나 수입 증대의 전환점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이 시기에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구입을 필요한 것으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검토해보게 되는 것이다. 단은 이러한 부자들의 욕구를 잘 활용하여 일류 세일즈맨이 될 수 있었다.

 

부자들 중의 대다수는 자기 사업을 하며, 또 그 가운데 대다수는 하나 이상의 업계 관계 기구나 단체의 회원으로 소속되어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들은 자신의 사업, 업계, 삶 등에 진지한 관심을 가진 사람들과 연대를 갖고 교류하고 싶어 한다. 따라서 부자들이 몸담고 일하는 업계의 단체들과 유대 관계를 맺는 세일즈맨은 여러 가지로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다. 단은 각 단체에 속한 사업주들과 거래를 할 때, 맨 처음 한 사람을 고객으로 만드는 것이 어렵지 그 다음은 쉽다고 얘기한다. 부자들은 연대감과 소속감을 가진 다른 사람들의 판단에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가령 단이 체인화된 업계의 한 소매점주와 계약을 했다면 이는 그곳의 점주로부터 인정을 받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그것은 곧 다른 점주들에게 신용장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단은 리더십을 남들이 하기 싫어하거나 하기를 두려워하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단이 군대를 제대하고 첫 입사 원서를 냈던 곳은 건축재를 생산하는 큰 회사였다. 회사에서는 세일즈 경력이 있는 사람들만을 뽑으려고 했는데 단은 일단 인터뷰만이라도 시켜달라고 사정하여 어렵게 면접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방에 들어섰을 때, 면접관인 세일즈 매니저는 발을 창턱에 올려놓은 채 등을 보이고 앉아 있었다. 단은 몇 번이고 자기소개를 하려고 했지만 매니저는 돌아보지 않았다. 그러자 단은 용기를 내어 이렇게 말했다. 예의를 갖추어 돌아앉지 않는다면 저도 당신 같은 사람을 위해 일하지 않겠습니다. 그러자 비로소 등을 돌린 매니저가 말했다. 필라델피아 지역을 택하겠소? 아니면 마이애미 쪽을 택하겠소? 당신은 채용됐소!

 

 

 

세일즈맨으로 첫발을 내딛은 단은 수백만 혹은 수천만 달러짜리 계약들을 성사시키며 성공가도를 달렸지만 이곳에서 딱 1년만 근무했다. 실적과 보너스가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단은 상식을 벗어난 보상 체계에 도전하고 싶었고, 보험회사에 수차례 전화를 걸어 세일즈맨으로서의 일자리를 얻어냈다. 단이 생명보험 회사의 세일즈맨으로 입사하여 첫 번째 취한 행동은 자신의 이미지를 전문가로 심는 것이었다. 단은 한 업계를 지목하고, 그 업계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업계지의 편집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업계의 대표적인 사업가 몇 사람의 재산관리와 재테크에 관한 기사를 게재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다. 기사 확보에 부담을 안고 있던 편집장은 쾌히 승낙했다.

 

단은 기사게재를 명분으로 업계의 선두주자 몇몇과 면담을 했고, 이를 통해 업계의 부자들에게 생명보험이 왜 필요한 것인지 설명할 논리를 마련할 수 있었다. 단의 기사는 대부분의 사업주들이 고심하고 있는 문제를 겨냥한 것이었다. 단은 사업주가 사망했을 때 사업체를 상속받게 되는 자녀들이 물어야 할 엄청난 상속세를 상쇄하는 수단으로 생명보험을 활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실었다. 사업가들이 고민하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단의 기사가 제공했기 때문에 편집장과의 관계도 지속되었다. 하지만 간행물에 기사가 한 번 나갔다고 해서 잠재고객이 줄을 잇는 것은 아니다. 단은 자신의 기사가 나간 지 1주일 뒤 협회의 연례 회의에 참석하여 회의장 한 쪽의 부스를 빌렸다. 그리고 업계지에 실린 자신의 기사 복사본 1천부를 준비하고(복사본마다 명함도 한 장씩 붙여두었다), 500개의 초콜릿 바도 준비했다.

 

단은 회의가 폐회하는 23일 동안 참가자들에게 기사복사본과 500개의 초콜릿 바를 나누어 주었다. 다른 세일즈들이 잠재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을 찾아다니고 있을 때, 단은 부자들의 무리에 마케팅 포화를 퍼붓고 있었던 것이다. 불과 이틀 반 사이에 단은 수백 명의 부자 잠재고객들과 악수를 나누었다. 이처럼 자신에게 호의적으로 응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놓은 상태에서 단은 회의장에서 만난 잠재고객들에게 편지를 썼다. 자신의 경력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다양한 보험 계약액에 따른 보험료 등을 첨부하고, 이에 대해 궁금하시다면 알려드리겠다고 적어 보냈다. 여기에 반응을 보인 잠재고객을 만나게 되면서 단은 1982년 이후 줄곧 미국 전역에서 10위 안에 드는 보험 세일즈맨이 되었다.

 

 

2. 부자 고객은 어떤 사람들인가?

 

자기 사업을 하는 부자들

비 내리는 어느 월요일 새벽, 자동차 대리점주인 리처드는 일찌감치 출근하여 사무실로 들어섰다. 전국의 자동차 대리점주들이 모이는 회의에 다녀오느라 며칠 자리를 비운 뒤의 첫 출근이었다. 닷새 동안 약 300통의 편지가 쌓여 있었다. 대개는 무엇인가를 사라는 편지였는데, 그의 비서는 이 편지들을 세 종류로 분류하여 리처드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한 종류는 읽고 답을 할 만한 것, 또 한 종류는 그저 훑어볼 정도의 것, 그리고 세 번째는 대리점 직원 모두가 공람하고 알고 있어야 할 만한 것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편지더미의 맨 위에는 읽고 답할 만한 편지가 올려져 있었고, 거기에는 사장님, 이 편지부터 읽어 보세요라는 메모가 붙어 있었다.

 

 

 

회의 기간 동안 리처드는 비서에게 회의의 진척 상황을 알려주었기 때문에, 비서는 회의의 주요 의제와 관련된 편지들을 맨 위에 올려 두었던 것이다. 리처드가 세미나에 참석했을 때의 주요 의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였다. 첫 번째는 자동차 주요 3사가 대리점에 인도하는 자동차가격보다 싼 가격에 렌터카 회사에 차를 넘겨주고 있는데, 렌터카 회사들이 중고시장이나 다른 유통 경로를 통해 팔 경우 대리점보다 가격 경쟁력에서 앞선다는 문제였다. 그리고 두 번째는 대리점들의 수익이 감소하는 반면 비용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세 번째는 자동차 회사들이 대리점의 외상 매입 조건을 까다롭게 하는 동시에 규모를 줄이고 있다는 문제였다.

 

맨 위에 올려져 있는 편지는 회의의 의제들과 정확하게 연관된 것이었다. 그것은 대리점 연합회 회장이 렌터카 회사들을 기존의 대리점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유통망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는 우려를 시작으로, 대리점들의 비용증가와 수익감소의 정확한 통계가 제시되어 있었고, 외상 매입 등의 조건으로 인해 대리점들이 겪는 어려움을 거론하고 있었으며, 업계의 상황이 심각한 만큼 투자 전문가들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내용으로 마무리 지어져 있었다. 편지를 다 읽고 난 리처드는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그 편지에 붙여 놓았다. 이 사람이 전화를 하면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약속을 잡으시오.

 

부자를 상대로 한 마케팅의 전술이나 전략은 군사 전략과 흡사하다. 군사 전략을 수립하는 사람은 원하는 목표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사용 가능한 자원을 동원하고, 배분하고, 활용한다. 예를 들어, 적에게 최대의 타격을 입히기 위해 어느 한곳에 병력을 집중 배치할 수 있다. 그렇게 하려면 적의 강한 곳과 약한 곳, 적군의 배치상태, 적군 배치의 이유, 적군의 구성요소 그리고 자신이 택할 수 있는 가능한 공격수단 등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한다. 결국 적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확보한 상태에서, 적이 취할 행동과 움직일 방향을 예측해야 하는 것이다. 자동차 대리점주 리처드의 마음의 문을 연 이 프로 세일즈맨은 자동차 대리점 업계에 대한 정보를 습득했고, 또 대리점주들이 모두 모이는 회의에 참석하여 이 업계의 최대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알아내어 공략한 것이다.

 

잠재력이 큰 부자 여성들

ABC투자 회사에 근무하는 로저 토마스는 초보 세일즈맨 시절, 우연히 자신이 사는 지역의 로터리 클럽에 강사로 초대되었다. 그 모임에는 60~70명 정도가 참석했는데, 그가 몇 개월 동안 그토록 만나려고 쫓아다녔던 부자들이었다. 토마스는 바로 지역 상공회의소로 가서 그 지역에 있는 48개 클럽 리스트와 현재 회장직을 맡고 있는 사람들의 연락처를 알아냈다. 그리고 그중 한 클럽의 회장으로 있는 여성의 집을 찾아갔다. 토마스는 벨을 누른 후 먼저 자신을 소개하고, 부인과 같이 영향력 있는 인사를 만나 뵙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문틈으로 얼굴을 내민 그 부인은, 지금 오븐에 빵을 굽고 있는 중이며, 자신은 별 영향력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말했다. 토마스는 짧게 몇 가지를 질문하고 부인을 만나 뵙게 되어 반가웠으며 자신의 방문이 폐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명함을 문 앞에 두고 돌아섰다.

 

토마스가 그날 알아낸 것은 클럽의 회원이 36명이라는 것뿐이었다. 그날 밤, 토마스는 손으로 직접 쓴 감사 편지를 그 부인에게 보냈다. 오늘 자신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고마우며, 다음번에 들를 기회가 있으면 클럽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더 드렸으면 한다는 내용이었다. 얼마 후 토마스는 다시 편지를 보냈다. 부인이 회장으로 있는 클럽에서 연사들을 즐겨 초청한다고 들었는데, 국채나 회사채, 세금면제 채권 등과 같은 주제를 다루어 보았는지 묻고, 많은 클럽들이 이러한 주제를 토론 주제로 받아들이고 있는데, 부인의 클럽에서도 이러한 부문의 강연을 들어보실 의향이 있는지를 알아보고 싶다고 썼다. 이 편지를 보낸 지 10일쯤 지나서 토마스는 다시 부인의 집을 방문했다.

 

토마스가 두 번째 방문을 했을 때도 그 부인은 여전히 바쁜듯 했다. 토마스는 동네와 집의 분위기를 칭찬하며 자신이 사는 지역의 집들은 천편일률로 똑같아서 재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부인은 집 구경을 하지 않겠느냐며 토마스를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였다. 토마스는 집 안을 둘러보면서 가족사진 등에 대한 얘기를 잠깐 나눈 뒤, 바쁘신 것 같으니 시간을 뺐지 않겠다고 말하고, 부인의 클럽에서 자신이 취급하는 서비스를 꼭 설명해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부인은 다음 주에 모임이 있는데 2~3분 정도면 가능할 것 같다고 대답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클럽의 초청 연사로 초대를 받은 이후 토마스의 안개 같았던 세일즈 전략은 점점 명료해져 갔다.

 

그 클럽은 한 달에 두 번 모임을 갖는데 보통 15~30명 정도가 참석하여 정원 일에 대한 담소를 나누며 다과를 즐기는 가든 클럽이었다. 클럽의 회원들은 대부분 미망인들로 아주 사려 깊고, 보수적이면서 지적인 여성들이었다. 중요한 것은 돈이 많다는 것이었는데, 그들은 믿을 수 있는 조언자를 필요로 하고 있었다. 토마스는 부자 미망인들의 신뢰를 얻기 위한 작전에 돌입했다. 그의 조력자는 동네 빵집 주인이었다. 토마스는 빵집 주인을 통해 미망인들의 생일 등에 대한 신상 정보를 얻었다. 그리고 클럽의 회원들이 생일을 맞게 되면 그 빵집 주인에게 특별 장식한 케이크를 주문했다. 미망인들은 자식들조차 엄마의 생일을 지나치는 경우가 많은데 토마스가 이 특별한 케이크를 들고 나타나면 그렇게 기뻐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깜짝쇼만으로 이 돈 많은 부인들이 쉽게 돈을 맡기지는 않았다.

 

토마스가 회장의 집을 네다섯 차례 방문한 후에야 첫 강연 약속을 잡을 수 있었듯이 클럽회원들과도 오랫동안 성실한 인간관계를 형성해나갔다. 그는 우선 그녀들이 소유하고 있는 유가증권에 대해 검토해주었고 뮤추얼 펀드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상식도 바로잡아 주었다. 그리고 수입이나 위험성 같은 요소를 꼼꼼히 알려주며 점차 신뢰를 쌓아나갔다. 이렇게 여러 번 상담을 하고 난 후에야 부인들은 재산의 일부분을 투자했는데, 그들이 가진 순 재산의 50퍼센트 이상을 드러내기까지는 적어도 네다섯 차례의 방문이 있어야 했다. 첫 번째 거래 후 나머지 거래는 쉽게 이루어졌다. 토마스는 두 달에 한 번, 강연을 하는 정기적인 초청 연사가 되었으며, 결국 클럽의 모든 회원들이 구좌를 열게 되었다.

 

 

 

준비하라, 백만장자들이 몰려오고 있다

미국의 일류 주식 중개인 가운데는 무엇인가 절실한 욕구에 직면해 있는 부자들에 대한 정보를 찾아내는 데 비상한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많이 있다.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의 사장인 데이비드 캐리쇼가 그런 인물 중의 하나이다. 그는 젊었을 때부터 부자들을 고객으로 만드는 데 일가견이 있었다. 그는 스물여섯 살 때 남부 플로리다 상업지구로 이사 온 부자들을 누구보다 앞서 접촉하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캐리쇼는 새로 이사 온 부자들에게 자기의 고객이 되어달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기 전에 우선 작은 책자를 들고 가 선물을 했다. 그 책자의 제목은 <플로리다에 이사 와서는 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였다. 그것은 새 이웃을 돕고 싶다는 마음으로 전달되어 데이비드와 주민들과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게 되었다.

 

대체로 세일즈맨들은 고객이 될 만하다 싶은 사람이면 가리지 않고 쫓아다니다 보니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앉아 자신의 일을 전략적으로 분석해보는 기회를 갖지 못한다. 하지만 캐리쇼는 전문가라는 직업의식을 갖고 행동했다. 그는 시청의 수도사업과에 공개된 자료를 통해 새로 이사 온 사람들의 이름과 연락처 등을 알아냈다. 그리고 이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주를 환영하고, 이미 아시는 증권 중개인이 있을 테지만 언제라도 도움이 필요하면 기꺼이 도와드리겠다고 말했다. 또한 상장 회사의 자료든, 배당금에 관한 자료든 필요한 것이 있으면 기꺼이 제공하겠다고 했다. 이러한 전화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라면 그는 자산관리에 관심이 많은 부자이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캐리쇼는 소책자를 준비했는데, 플로리다에서의 자산관리 방법이라는 책자였다. 이 책자에는 플로리다주에서의 세금관련 법률이라든가 상속에 관한 상식 등이 소상하게 적혀 있었다.

 

캐리쇼는 이 책자를 가지고 새로 이사 온 부자들을 찾았다. 하지만 첫 번째 방문에서는 안내 책자를 갖다 줄 뿐이지 그 내용을 상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방문을 하고 나면 다시 전화를 걸어 책자의 내용에 관한 얘기를 하고 투자자산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혹은 변호사나 공인회계사가 필요한지를 묻고 필요하다면 자신이 아는 사람 중에서 서너 명 정도 추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캐리쇼가 잠재고객으로 생각하는 사람이거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거나 이런 친절을 베푼 캐리쇼에게 그들은 고마움을 느꼈다. 또한 투자 상품을 소개하되 밀어붙이지 않는 그의 부드러운 전술에 호감까지 갖게 되었다.

 

투자 상품을 파는 세일즈맨이 고객을 위해 해주어야 하는 근본적인 사명은 무엇인가? 그것은 그들이 돈을 더 벌게 해주는 것이다. 전체 미국인 가운데 약 20퍼센트가 어떤 형태로든 최소 일 년에 한 번 이상은 자신의 집과 일터에서 벗어나 이동을 한다. 사람들은 이동을 하면 그에 따른 상품과 서비스를 필요로 하게 되는데, 캐리쇼는 이 점을 간파하여 자신의 마케팅 전략에 반영했다. 그는 우선 자신이 거점으로 삼고 있는 지역으로 이사 오는 사람들의 신상 자료를 확보했다. 그리고 자신이 표적으로 삼은 고객들에게 새 환경에 적응하여 사는 데 꼭 필요한 도움과 정보를 제공했다. 또한 전문직 종사자들과 사업가들을 상호 소개함으로써 그들에게 이익이 돌아가게 해주었는데, 이것이 신뢰의 기반이 되어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언론 매체를 통해 인정받기

데이비드는 플로리다주 올랜도를 무대로 활동하는 프리랜서 투자 상담사이다. 그는 올랜도를 권역으로 하지만 다른 지역에까지 네트워크로 방송되는 WBGS라디오 방송국에서 비즈니스 문제를 폭넓게 다루는 인터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데이비드가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된 것은 지방 신문을 읽고 나면서 부터였다. 그 신문의 경제 면에는 올랜도의 라디오 방송국에서 음악 방송 프로그램을 비즈니스 방송으로 바꾼다는 기사를 싣고 있었다. 데이빗은 그 기사를 보고 라디오 방송국 국장에게 짤막한 조언의 글을 적어 보냈다. 그 내용은 1주일에 한 번 30분 정도로 사업과 투자에 관련된 중요한 문제들을 토론하는 프로그램을 방송하면 어떻겠느냐는 것이었다.

 

방송국 국장으로부터 그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아주지 않겠느냐는 제의가 들어왔다. 데이빗은 전에 방송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기에 사양했지만 데이비드의 능력을 알아본 방송국 국장은 그를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 데이빗은 방송을 진행하면서 청취자들이 관심을 보이는 분야에서 신망을 얻고 있는 전문가들을 프로그램에 출연시켰는데, 이는 자신의 이미지도 더불어 격상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투자나 사업과 관련해 비중 있는 인물들과 교류하는 것은 데이비드가 표적으로 삼고 있는 부자들로 하여금 그를 신뢰할 수 있는 정보의 출처로 인식하도록 만드는 데 충분했던 것이다.

 

프레드 역시 미디어 참여를 통해 마케팅 효과를 거둔 투자 상담가이다. 프레드는 세일즈 업계에 입문한 지 1년쯤 되었을 때, 다섯 종의 업계지에 자신의 기사를 게재하였다. 프레드가 업계지에 기사를 실은 것은 고료를 받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사실 업계지에 싣는 기사는 고료가 지불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프레드는 기사를 쓴다는 명분으로 업계의 거물들과 접촉할 수 있었고, 업계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알아낸 정보를 토대로 프레드는 업계의 관심사에 부합하는 기사를 기고했는데, 그는 매월 기사를 게재하면서 기사 끝에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였다. 독자들께 : 오늘 기사에서 논의한 분야의 투자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거나 문의하고 싶은 사항이 있는 분들은 독자 엽서에 인쇄되어 있는 숫자 342(프레드의 기사에 관한 숫자표시)에 동그라미표를 해서 보내주십시오.

 

프레드가 이용한 빙고 카드 서비스에 활용된 엽서는 잡지사에서 우편료를 지불했다. 잡지사에서는 프레드 앞으로 보내오는 엽서들을 정기적으로 보내주었는데, 거기에는 응답자의 직업, 업무의 내용, 직원 수, 회사 주소와 전화번호 등의 소중한 정보들이 수록되어 있었다. 프레드가 빙고 카드를 사용한 효과는 종래의 흔한 방법으로 잠재고객을 찾아내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엽서를 보내왔다는 것은 이미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고객 한 사람을 찾아내기 위해 수천 명의 사람과 접촉해야 하는 마케팅과는 차원이 다른 전략이었던 것이다. 부자들 시장에 침투해 들어갈 새로운 마케팅 기법이 없다고 푸념하는 세일즈맨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프레드가 취한 방법들을 생각해볼 때 그런 푸념은 서툰 목수가 연장 탓하는 것에 불과하다.

 

프레드와 같이 업계지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표적으로 삼고 있는 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업계지에 글을 기고하는 것이 좋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업계지의 편집자에게 전화를 하거나 편지를 써서 잡지에 기사를 싣고 싶다는 뜻을 전해야 하는데, 이때 자신이 다루려고 하는 기사가 업계지 독자들과 광고주들의 관심 사항과 맞아떨어진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상품에 치중하는 기사를 실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투자 상품을 판다면 인구통계학적 동향을 쓸 수도 있고, 고급 승용차 판매를 생각한다면 승용차 구입 리스에 관한 최근의 세법과 관련한 찬반 의견을 다룰 수도 있을 것이다. 기사를 싣게 되면 글의 말미에 자신의 이름, 주소, 전화번호 등을 밝혀 궁금한 독자들로 하여금 연락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환수용 독자 엽서를 활용한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3. 부자에게 유형의 물건 팔기

 

부유층 고객에게 고급 승용차 판매하기

게르하르트 블랜스트루는 포르쉐 북미 지사의 마케팅 부사장이다. 그는 신경외과 의사들이나 100대 기업의 사장들과 같은 부자들을 위한 각종 형식의 모임을 개최하는 주도적인 마케팅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모임에서 그는 자신의 이익이 아닌 그들에게 이익이 되는 주제를 다룬다. 그가 겨냥하는 것은 그들의 연대감이나 소속감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번은 어느 단체의 회의를 개최했는데, 그 회의에 누군가가 슬랜트 노즈 911을 타고 나타나게 했다. 물론 그 사람에게는 특별히 공을 들여 미리 판매했다. 그의 새 차를 본 사람들 가운데 일곱 명이 대리점으로 달려가 차를 주문했는데, 그 가운데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부동산 재벌도 있었다. 그는 기사를 따로 두고 있었기 때문에 15년간 한 번도 운전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 그가 대리점으로 직접 달려와서 큰 소리로 외쳤다. 포르쉐 가운데 제일 비싼 모델로 하나 사겠소. 물론 그 모델은 바로 슬랜트 노즈 911이었다.

 

사람들은 대개 옆집에서 무엇을 어떻게 했다고 하면 따라 하게 마련인데, 이것은 오늘날의 마케팅에서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인간의 기본적 욕구 가운데 한 요소이다. 나는 어린 시절 이러한 마케팅 기법을 몰랐기에 작은 성공에 만족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어느 할로윈 날, 우리가 처음으로 찾아간 집은 넓은 대지 위에 스페인 농가 풍으로 지어진 아름다운 저택이었다. 집 안에 불이 켜져 있지 않았지만 나는 문을 두드렸다. 계속해서 문을 두드리자 영화배우 제임즈 메이슨이 문을 열었다. 그는 몹시 놀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할로윈 날에 우리 집에 와서 무얼 내놓으라고 한 건 네가 처음이구나! 제임스 메이슨과 같은 부자들에게는 으레 많은 아이들이 방문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의 집을 찾아와 문을 두드리는 아이가 몇 년 동안 없었던 것이다.

 

제임스 메이슨은 자기 집에 있던 5센트, 10센트, 25센트, 50센트짜리 동전을 모두 훑어 우리에게 주었다. 우리는 생각지도 못했던 많은 돈을 얻자, 그 돈으로 사탕을 사서 기분 좋게 빨아먹으며 다음 집을 찾았다. 그런데 벨을 누르려고 하자 문에 이런 쪽지가 붙어 있었다. 얘들아, 우리 바깥양반이 몸이 아파 누워 계신단다. 그러니 초인종은 누르지 말아다오. 대신 동전을 싸놓은 꾸러미가 우유 넣는 통 속에 있으니 열고 가져가렴. 우유 통 속에는 두 명분, 세 명분, 네 명분, 하는 식으로 동전을 싸놓은 꾸러미가 들어 있었다. 그날 우리들은 이 두 번째 집을 끝으로 할로윈 순례를 마쳤다. 그날 단 두 집에서 얻은 돈이 예전에는 100집 정도를 돌아야 얻을 수 있는 큰 금액이었기 때문이다.

 

이 얘기를 꺼낸 이유는 사람들이 갖는 연대감이나 소속감과 같은 심리가 마케팅에 미치는 영향을 말하기 위해서이다. 영화배우 제임스 메이슨이 사는 필드스톤에는 백여 가구가 살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단 두 집에서 얻은 큰 소득에 만족해 나머지 집들을 모두 포기했다. 만약 그날 나머지 집들을 찾아다니며 그 유명한 영화배우 제임스 메이슨 아저씨도 방금 저희에게 돈을 주셨어요. , 어떻게 하시겠어요?라고 말했다면 더 많은 돈을 모을 수 있었을 것이다.

 

사람들의 연대감을 활용한다는 것은 한 무리를 통째로 공략하는 것과 같다. 한 무리를 표적으로 삼기 위해서는 우선 그들을 각 특성에 따라 분류해야 한다. 특히 업종에 따라 분류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부자들은 일 년에 며칠씩 업계의 회의나 모임에 몰려가는데, 이 시기에는 그들이 무엇이나 잘 들으려 하기 때문에 판촉을 위한 프레젠테이션이 먹혀들어갈 가능성이 아주 크다. 따라서 부자들을 상대로 마케팅을 하려는 사람들은 부자들이 언제 얕은 물가로 밀려오는지를 알려주는 정보원을 찾아야 한다. 기존 고객 가운데 업계의 기구나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인디언들에게 물고기가 밀려오는 때를 알려주던 막대기와 같은 역할을 해줄 사람이다. 각 지역에 있는 업종별 기구의 지부나 지회 등도 그 같은 회의나 회합에 대한 소상한 정보를 알려줄 것이다.

 

사람들은 상당한 현금이 수중에 들어올 때 혹은 조만간 들어오게 되어 있을 때 행복감을 느낀다. 이러한 행복감은 부자들의 소비 행동을 이해하는 데 빠뜨려서는 안 되는 중요한 요소이다. 행복감을 느낄 때 부자는 세일즈맨의 설득을 쉽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자들이 수익으로 인한 행복감에 젖어 있는 때는 일 년에 고작 몇 주일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부자들 가운데 80퍼센트는 직업을 갖고 있지만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의 수입은 주로 이자, 배당, 연금, 로열티 등에서 얻어지는 것으로 정기적으로 계속해서 유입되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시기를 포착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직업을 갖고 있는 부자들에게 큰 수익이 들어올 시기는 파악하기 어려우므로 이들에게 고급 승용차를 판매할 경우에는 그들의 기분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즉 그들의 현금흐름, 소비성향 등을 알아내어 거래를 성사시키는 주도적 전략이 필요하다.

 

프랭크 힐슨 BMW대리점은 부자들을 골라 전략적 마케팅으로 성공을 거둔 대표적 사례이다. 그런데 그곳의 매출에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은 켄 로저스라는 세일즈맨이다. 켄은 뛰어난 전략으로 잠재고객을 찾아내고 그들의 소비성향을 공략한다. 예를 들어 그는 부자들의 저당기록 등을 통해 부자들의 소비성향을 파악하는데, 한마디로 이자 갚는 데 많은 돈을 쓰는 사람은 고급 내구재 소비성향이 높다는 의미이다. 켄 로저스는 이러한 성향을 지닌 부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힌 광고 팜플렛을 보낸다. 저희 영업부장은 물렁 호박입니다. 고객들이 원하시는 무리한 조건을 거절 못하고 모두 들어드립니다. 켄은 이 문구 밑에 5351BMW를 타시는 데 한 달에 얼마면 됩니다 하는 식으로 가격을 제시한다.

 

연간 소득이 백만 달러가 넘는 미국인들이 할부나 신용구매로 인해 지불하는 이자가 1인당 매년 평균 10만 달러나 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동차 회사에서 여신으로 거두어들이는 이자 수입이 차를 팔아서 얻는 이윤보다 더 많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이다. 켄은 고급 승용차는 주로 타본 사람이 또 탄다고 말한다. 즉 고급 승용차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을 공략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이야기이다. 그는 BMW보다 한 단계 격이 아래인 경쟁사들의 고급 승용차를 소유한 사람들의 리스 계약이 끝나갈 즈음 그들에게 다음과 같이 메일을 발송한다. 지금 타시는 차보다 품격이 높은 BMW를 한 달에 17달러 더 쓰고 타시지 않으시겠습니까?

 

부자에게 부동산 팔기

재키 스포타는 호화 저택 중개인으로는 미국에서도 일류 중의 일류이다. 그녀가 처음 주택 중개를 맡은 지역은 교외의 주거 지역인 히든 힐즈였다. 그곳의 깔끔한 저택들은 9만 달러에서 125천 달러 사이의 집들이었는데 재키는 오로지 그곳 히든 힐즈만을 담당했다. 재키는 히든 힐즈의 중개인 가운데 최고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던 것이다. 그녀는 그 지역을 담당하는 동안, 어느 집에 누가 살며, 어떤 특징이 있는지, 또 다른 집들과 어떻게 다른지를 면밀히 조사하고 공부했다. 그래서 어느 정도 크기의 하수관이 어디로 지나가고 있으며 얼마만큼 깊이 묻혀 있는지를 손님에게 설명할 수 있었다. 또한 손님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경사진 땅이 좋겠다거나, 도로변이 더 길면 좋겠다든가, 어떤 조건을 대도 그녀는 적합한 집을 바로 소개해 주었다.

 

히든 힐즈는 교외 지역이다 보니 몇 채의 매물을 보여주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재키는 고객들과 결코 점심을 함께 하지 않는다. 세일즈맨은 항상 공격적이고 고객은 방어적이기 때문이다. 중개인은 매물을 보여주기 위해 손님을 차에 태우고 운전대를 잡으면서부터 매물을 보여주는 내내 주도권을 갖는다. 그런데 그런 상황들이 지속되면 손님들은 어느 순간 잠재의식 속에서 막다른 골목에 몰린 것 같은 부담감이 생겨 무의식적으로 반발심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재키는 손님들끼리 편안하게 점심을 먹도록 하여 그동안 억눌렸던 자아에 해방감을 준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기분이 좋아진 상태에서 다시 매물을 돌아보게 한다는 것이다.

 

부자를 상대로 마케팅을 하는 사람들 가운데 일류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고객의 욕구를 공감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 재키는 대부분의 중개인들이 매물의 가격부터 이야기하는 데에 반해, 그녀는 고객을 대면한 첫 5분 사이에 참으로 많은 것을 물어본다. 우선 아이들에 대해 물어보고, 하는 일을 묻고 언제부터 그 일을 시작했는지, 어떻게 해서 사업에 성공했는지 등을 묻는다.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욕구와 걱정거리, 싫어하는 것 등을 파악한다. 재키는 매물을 보여줄 때도 원칙이 있는데, 7채 이상은 보여주지 않는다고 한다. 그 이상을 보여주면 그 집이 그 집같이 보이게 되어 결정을 내리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재키는 이처럼 고객을 파악하고 또한 그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 분야의 최고가 될 수 있었다.

 

 

4. 부자에게 서비스 팔기

 

부자들에 대한 호감 혹은 적대감

부자들을 겨냥하면서도 성공하지 못하는 세일즈맨들의 대부분은 부자에게 적대감을 갖고 있다. 하지만 부자들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사도가 되는 것이 본인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도 수입을 위해서도 좋다. 초일류 세일즈우먼인 바버라는 한 번 고객은 평생 고객이라는 자세로 고객들을 대한다. 앞으로 세월이 더 흘러야 온전한 부자 대열에 들어설 젊은 고객들을 대할 때도 그녀는 이미 단단한 기반을 다진 고객들을 대하듯이 한다. 또한 자신의 상품을 사달라고 하기에 앞서서 그들 사업의 근황, 가족의 안부, 업계 동료들과의 관계를 물을 줄 안다. 부자들에게 적대감을 가진 사람은 그렇게 못하겠지만 부자들의 사도인 사람에게서는 늘 그 같은 관심이 나온다.

 

부자들을 상대로 세일즈를 하는 미스터 JRB포춘지 선정 50대 기업 가운데 하나인 어느 기업의 회장에게 일 년이 넘게 전화를 했다. 하지만 이제까지 한 번도 통화된 적이 없었다. 지금까지 70번도 넘게 전화를 걸었으니까 그 성의를 보아서라도 회장 되는 사람이 한 번쯤은 전화를 해줄 것도 같은데 아직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가 회장과 직접 통화하는 것이 그토록 어려웠던 이유는 투자 상품을 팔아야겠다는 자기의 문제에만 관심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명민한 세일즈맨이라면 비서에게 메시지를 남길 때, 회장의 당면 문제에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그런 메시지를 남겼을 것이다.

 

투자 상품을 파는 미즈 DC 역시 끈기라면 미스터 JRB에 결코 뒤지지 않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녀 역시 어느 대기업의 대표이사와 통화를 하려고 했을 때 비서진에 가로막혀 직접 통화를 할 수 없었다. 그녀가 자신을 소개하고, 중요한 일로 상의하고 싶으니 꼭 전화해달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한 달 사이에 세 번이나 남겼지만 전화 한 통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실망하지 않고 네 번째 메시지를 남겼다. 그런데 곧바로 대표이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앞서 받았던 메시지는 무시해버렸던 그 대표이사가 왜 네 번째 메시지에는 그토록 신속한 반응을 보였을까? 그것은 미즈 DC가 남긴 네 번째 메시지가 앞서의 세 메시지와는 완전히 다른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네 번째 메시지를 전하기에 앞서 고객의 욕구를 먼저 파악하여 전략을 세웠다. 그녀가 세운 전략은 기존고객과 잠재고객들을 위한 투자 설명회를 개최하는 것이었다. 이 설명회에서는 세 개 기업의 주식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검토할 예정이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그녀가 접촉하기 위해 네 번이나 전화를 했던 대표이사가 맡고 있던 회사였다. 그녀는 비서에게 전화를 걸어, 투자 설명회에서 검토하는 세 개 기업 가운데 하나가 바로 대표이사님의 회사이며, 참석자가 수백 명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투자자들을 위해서 그 회사의 홍보용 자료나 향후 계획 같은 것이 있으면 좀 보내주기를 부탁하며, 만약 대표이사께서 직접 오셔서 회사에 대해 설명을 해주신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내용을 남겼다.

 

미즈 DC가 세 번째까지 남긴 메시지는 대표이사 개인의 재산증식을 위한 투자 메시지였다. 그런 종류의 메시지를 남기는 사람들은 과거에도 수백 명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네 번째 메시지는 개인의 투자보다는 회사와 관련된 투자였기에 더욱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로 여겨졌던 것이다. 투자자들이 자기 회사에 더 많이 투자하도록 하는 일을 마다할 대표이사가 어디 있겠는가? 그 투자 설명회로 대표이사는 자기와 회사가 그녀에게 신세를 졌다고 생각할 것이다. 언젠가는 자신의 일을 도와준 그녀의 고객이 될 가능성은 아주 크지 않겠는가.

 

명함 한 장으로 상대의 욕구를 활용한 세일즈 사례도 있다. 한 회사의 노조위원회에서 수천만 달러에 달하는 노조 기금을 연금으로 관리, 운영할 법인을 채택하고자 했다. 이에 수십 명의 유능한 재무관리 경력자, 투자 전문가, 자산관리 전문가, 보험 전문가 등이 노조사무실로 몰려들었다. 위원회에서는 이들이 제출한 제안서와 신원확인서, 경력증명서를 심사한 끝에 몇 명의 최종 후보자들을 선정했는데, 후보자 명단에 들어간 사람들은 위원회에서 구두로 프레젠테이션(presentation)을 하기로 되었다. 마침내 프레젠테이션 당일, 화려한 경력의 후보자들이 노조위원회의 사무실 앞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그런데 프레젠테이션이 시작되기 직전, 위원회의 한 사람이 나와 여러분이 소지하고 계신 명함을 한 장씩 제출해주십시오라고 말했다.

 

후보자들의 명함을 거두어들인 위원은 들어간 지 1분도 되지 않아 다시 문을 열고 나와서한 후보자를 호명했다.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을 향해서는 이미 선정이 끝났다고 말했다. 수천만 달러를 관리하는 일에 대한 결정을 어떻게 그토록 빨리 내릴 수 있었을까? 다른 이유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도 한 자산관리 전문가의 명함이 한몫을 했던 것이다. 그 젊은 자산관리사의 명함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인쇄되어 있었다. 이 명함은 노조 소속의 인쇄소에 의해 제작된 것임. 노조원들은 노동과 노조의 가치를 알고 노조를 옹호하는 사람과 거래하고 싶어 한다. 그 젊은 자산관리 전문가는 이러한 노조원들의 욕구를 제대로 파악한 것이 틀림없다. 많은 프로 세일즈맨들은 여러 종류의 명함을 지니고 다닌다. 그 역시 여러 종류의 명함을 소지하고 있었는데, 그 가운데 노조 소속의 인쇄소에서 제작한 바로 그 명함을 제출했던 것이다.

 

필자가 경험한 예를 하나 더 들어보도록 하겠다. 몇 년 전, 나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자회사로부터 미국의 부유층 가구에 대한 연구 조사를 실시해달라는 의뢰를 받은 적이 있다. 나는 이 조사를 하기 위해서 미국 부유층 가구 9천 세대를 표본, 추출할 것을 제안하였다. 그런데 부자들을 상대로 연구 조사를 진행할 때 가장 어려운 문제는 그들이 조사에 협조하게 만드는 것이다. 게다가 무려 500문항에 달하는 그 설문지는 16쪽을 꽉 채우고 있었다. 나는 이 많은 양의 설문지를 부자들이 작성하도록 하기 위해 응답자에 한해 휴대형 계산기를 답례품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그러자면 설문지 봉투에 휴대형 계산기의 모델 사진과 사용 방법을 알려주는 제품 설명서라도 한 장 동봉해야만 했다.

 

필자는 한 계산기 취급 회사에 연구 조사에 관한 사항을 설명하고 우선 9천 장 정도의 제품 설명서를 보내줄 수 있는지를 문의했다. 그런데 그 회사는 그토록 많은 양의 제품 설명서를 보내드릴 수 있을지 확답할 수가 없으며, 혹시 보내게 되더라도 2주일 내지 한 달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제품 설명서 한 장당 50센트의 배송료를 부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생각지도 않았던 4,500달러라는 비용도 문제였지만 2주일씩이나 설문지 발송을 미룰 수는 없었다. 이번에는 캐논사로 전화를 걸었다. 통화를 한 관계자는 한두 시간 안에 확답을 주겠다고 했는데, 한 시간도 못 되어 전화를 걸어왔다. 그리고 9천 장의 설명서를 48시간 내에 보내주겠다고 대답했다. 그 제품 설명서는 일본 본사에서 애틀랜타로 공수되어 올 것이기 때문에 필자는 당연히 비용 문제를 물어보았다. 그러나 관계자는 제품 설명서와 배송료를 자신의 회사에서 부담하겠다고 했다.

 

두 회사가 부자들을 상대로 하는 마케팅에서 이처럼 상반된 마케팅 철학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지 않은가? 궁극적으로 필자가 응답자들에게 답례로 제공하기 위해 구입한 계산기는 3천 개가 넘었다. 따라서 캐논사는 3천 개가 넘는 계산기를 팔게 되었는데, 이익은 그것뿐이 아니었다. 미국의 부유층 9천 세대에 캐논이라는 이름과 계산기가 광고되었던 것이다. 그 효과가 어느 정도일지 측정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지만, 분명한 점은 캐논사는 부유층 마케팅이 무엇인지 알고 있으며 그것을 실천하는 회사라는 것이다.

 

 

 

토마스 J. 스탠리 지음

미래의창, 20073월, 419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