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움직이게 만드는 힘 프리윌(free will, 자발적인힘, 자유의지)

스스로 움직이게 만드는 힘 프리윌

 

 

1장. 세상을 변화시키는 즐거운 움직임, 프리윌

가까이에 있는 행복을 찾기 어려운 이유 / 인생을 행복하게 변화시키는 첫 번째 열쇠

행복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라고들 한다. 그렇게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인데도 지금 행복한가?라는 질문에 행복하다라고 대답하는 사람을 찾는 것이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 5년간 아름다운가게를 스쳐 지나간 많은 사람들을 통해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얻었는데, 그 이유는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움직여 찾지 않고 수동적으로 멈춰 서서 행복이 오지 않음을 탓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아름다운가게를 통해 기쁨을 얻어 가는 사람들의 가장 큰 공통점을 바로 자신이 원하는 일스스로 찾아와서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들이 말하는 아름다운가게에서 얻는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이는 바로 그들의 프리윌(Free will)에 대한 믿음, 프리윌을 실천했다는 기쁨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프리윌이란 자발적인 힘, 자유 의지를 뜻한다. 쉽게 말해 삶의 중심을 자신에게 두고 자신의 순수 의지로 무엇인가 긍정적인 결과를 성취해내는 마음의 힘이다. 1년에 2배 이상 성장하기도 힘든 경쟁 기업 사회에서 아름다운가게가 5년 동안에 100배 이상의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조직의 성패를 가르는 프리윌 때문이었다. 인생을 행복하게 변화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하고, 타인과 사회에 끼칠 긍정적인 영향을 생각한 뒤에 스스로 움직이는 것, 그것이야말로 인생을 행복하게 변화시키는 첫 번째 비밀 열쇠이다. 스스로 움직여라.

 

2장. 프리윌로 완성된 아름다운가게의 1,800일 스토리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벤처 아이템

아름다운가게의 아이디어는 내가 1990년대 초반에 영국에 거주할 때 얻은 것이다. 영국에는 옥스팜이라는 헌 물건을 취급하는 가게가 많았고, 대부분 성업 중이었다. 가난한 유학생이었던 나는 이곳을 자주 이용하면서 눈여겨보았고, 귀국한 후 마침내 아름다운가게를 구체화하기로 결심했다. 2002년 초, 당시 내가 사무처장으로 있던 참여연대에서 먼저 이 일을 시도해 보았다. 따로 대안사회 팀을 만들어 이 팀에서 1일 알뜰시장을 임시로 실험해 보았는데,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었다. 시민들의 호응에 고무된 대안사회 팀에서는 알뜰시장을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마다 열기로 했다.

 

한편 알뜰시장에서 불티나게 팔리는 물건들과 끊이지 않고 들어오는 기증품들을 보면서 나는 무릎을 쳤다. 아름다운가게의 창립 멤버들이 뭉쳤다. 참여연대 대안사회 팀에서 독립해 아름다운가게로 정식 발족한 것이다. 이 가게가 오픈하던 날, 헌 물건을 사려고 이른 아침부터 모여든 사람들이 안국역 지하까지 길게 줄을 늘어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결국 우리의 아이디어는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물건들이 차고 넘치는 곳이다. 물건들이 너무 많아 버려지는 한편에서는 최소의 물품마저 가지지 못하는 사람들이 버젓이 존재한다. 남는 물건들을 기증받아 필요한 사람들에게 싸게 팔거나 나눠주고 그 수익을 어려운 이웃에게 돌린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나눔도 없을 것이다.

 

탐욕의 궤도에서 이탈을 꿈꾸다 / 사람을 끌어들이는 바른 명분

내가 어린 시절에 살던 고향은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시골 마을이었다. 물질적인 혜택과는 무관하게 살았던 나는 스물다섯의 젊은 나이에 사법고시에 합격한 후 1년간의 검사 생활을 거쳐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내 삶도 많이 달라졌다. 이전에는 맛보지 못하던 풍요로운 생활에 나도 모르게 젖어 들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1970~1980년대 인권 운동의 상징인 고() 조영래 변호사가 이제 돈 좀 그만 벌고 눈을 한번 다른 데로 돌려 봐라고 내게 말했다. 내 마음에 적지 않은 파문이 일어났다. 그때까지의 삶을 돌아보며 반성하게 만든 것이다. 짧지 않은 고민이 이어졌다. 나는 뭔가 다른 돌파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19918, 마침내 나는 아무런 대책도 없이 유학길에 올랐다.

 

영국에서 공부하던 시절 나는 될 수 있는 한 많은 곳을 직접 가 보기로 했다. 은행과 시장, 학교, 법정, 의회 등을 가 보았고, 그곳 사람들을 만나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미국으로 가서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미국에서는 시민단체에서 4개월간 인턴 활동을 하며 실질적인 공부를 했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시작한 참여연대와 아름다운재단의 일, 그리고 아름다운가게의 구상 또한 당시 유학 생활에서 얻은 교훈과 경험이 바탕이 된 일들이다. 사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로 비유될 만큼 탐욕에 물든 곳이다. 나는 아름다운가게가 탐욕의 궤도에서 이탈을 꿈꾸는 작은 시도라고 생각하고, 이기심과 탐욕을 나눔과 배려로 바꿀 수 있는 작은 가능성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아름다운가게는 마땅히 해야 한다는 명분이 분명한 일이었다. 헌 물건을 재사용한다는 친환경적인 명분, 그것을 팔아서 남는 수익을 가난한 이웃에게 나눈다는 나눔의 명분은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명분이었다. 이 명분 아래 온갖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우리는 이들을 모두 기증천사, 활동천사, 구매천사라 부른다.

 

아름다운 비전을 공유한다는 것 / 함께할 때 더 강해지는 프리윌 / 우리가 새롭게 꿈꾸는 세상

아름다운가게의 초창기 시절, 현실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즐거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간사들 모두가 아름다운 비전을 똑같이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가게의 간사들을 지탱시키는 힘은 돈이나 명예 같은 것이 결코 아니다. 그들을 지탱시키는 힘은 땀을 흘리는 가운데 그들 스스로 찾아낸 가치와 기쁨이다. 그런데 가치 있는 일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비전이나 꿈도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만들어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다른 조직에서 내세우는 가치(돈이나 명예 등등)와 다른 것일수록 더욱 치열하게 노력해야 한다.

 

한편 화살이 한 대이면 쉽게 부러지지만 열 대이면 부러지지 않는 이치는 사업이나 목적을 이루어 나가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힘을 합친다면 힘들어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아름다운가게가 초창기에 힘차게 날아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은 풀뿌리처럼 지역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고 자신을 양보하는 임원들과 자원 봉사자들, 기업과 공공 기관, 언론의 동참과 후원 덕분이다. 열정과 믿음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진실한 협동심은 아름다운가게가 또 다른 블루 오션을 찾고, 새롭게 도약하는 데 튼튼한 뿌리가 되어 주었다.

 

하지만 길게 보면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보다 많은 지역과 보다 많은 사람들이 프리윌에 의한 나눔순환에 동참해 보다 많은 이웃의 어려움을 덜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좀 더 먼 미래를 내다보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걸어왔던 길을 돌아봐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나 자신과 우리 동네, 우리 사회, 다른 나라에 이르기까지 아름다운 프리윌이 퍼져나가, 지구촌의 어려운 이웃들의 얼굴에 웃음이 피어나고, 자라나는 세대들이 희망을 갖는 따뜻한 세상에 이르는 길은 멀기 때문이다.

 

3장. 나의 프리윌을 완성시키는 10가지 전략

전략 1 역할 모델의 역할 이해하기 / 전략 2 될까?에서 된다!

아름다운가게를 구상하던 시절이었다. 나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기업 오너이자 친구에게 재활용 사업을 하려고 하니 지원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 그러나 친구는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내 부탁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나는 그대로 물러서지는 않았다. 그럼 좋네. 우리가 사업성이 있는지 없는지를 외국에서 보고 올 테니 여비만이라도 지원해 주게. 그렇게 해서 아름다운가게 간사들의 1718일간의 해외 벤치마킹이 시작되었다. 우리가 해외로 눈을 돌린 것은 국내에 이렇다 할 벤치마킹 대상이 없는데다가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이미 재활용 사업의 사례가 풍부한 해외의 벤치마킹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미국으로 날아가 달라스, 로스앤젤레스, 워싱턴을 거쳐 뉴욕에 이르는 대장정 끝에 비로소 본격적인 성과를 찾아낸 곳은 바로 구세군과 굿윌이었다.

 

우리가 역할 모델로 정한 미국의 굿윌과 구세군에서 공통적으로 배운 점이라면 바로 철저한 비즈니스 마인드와 치열한 경영 전략이다. , 우리가 하려는 명분이 아무리 좋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치밀한 비즈니스 마인드와 경영 전략으로 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튼 어떤 일을 할 때 역할 모델을 찾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알려 주고, 내가 가야 할 길에 대한 이정표 역할을 해 주기 때문이다. 아름다운가게 역시 배움을 통해서 뜻이 맞는 역할 모델을 찾아내어 프리윌을 꽃피우기 위한 첫걸음을 떼었다.

 

한편 된다!될까?의 마음가짐은 하늘과 땅 차이다. 안국동 1호점의 성공은 된다!라는 마음으로 아름다운가게의 식구들과 시민들, 언론이 헌신해서 만들어 낸 아름다운 참여이자 나눔이었다. 또한 그것은 시민들 각자의 아름다운 마음이 적당한 기회와 장소만 마련된다면 얼마든지 발현될 수 있다는 새로운 희망을 발견한 사건이었다. 그래서 나는 말한다. 해 보기도 전에 안 된다는 생각을 버려라!

 

전략 3 빨리 가려면 혼자, 멀리 가려면 함께 / 전략 4 아름다운 마음에 치밀한 경영 전략을 더하라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는데, 아름다운가게의 경우에도 딱 들어맞는 속담이 아닐 수 없다. 같은 인생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을 동반자라 하는데, 나는 아름다운가게를 지금까지 운영하는 과정에서 참으로 소중한 동반자들을 많이 만났다. 동반자란 단지 동시대에 같은 공간을 살아간다고 해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같은 비전과 꿈을 안고 같은 길을 가며 희로애락을 함께할 때에 비로소 동반자가 될 수 있다.

 

모금은 과학이고 예술입니다. 미국의 해리티지 재단을 방문했을 때 그곳의 상근 연구자에게서 들은 말인데, 아름다운가게를 운영하면서도 그 말은 항상 뇌리에 남아 있었다. 모금이 과학적이라면 시민들의 참여와 기부를 늘리고 이윤을 남겨 사회에 더욱 많이 돌아갈 수 있게 하는 것도 과학이다. 참고로 아름다운가게는 이중적인 성격의 조직이다. 나눔순환이라는 비영리적인 가치에 주력하는 것이 그 첫 번째라면, 그것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장사를 잘하는 것이 두 번째인데, 이런 상반되는 요구를 함께 끌어안고 가는 것이 아름다운가게 같은 비영리 단체의 숙명이다. 그래서 더욱 치열하게 기업 조직 같은 경영 마인드로 무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 더불어 개개인들의 헌신을 이끌어 내는 가치를 지속적으로 개발해야만 한다. 아름다운가게가 일군 일련의 성공들은 바로 그런 과학적 경영과 개개인들의 헌신이 결합돼 만들어진 치열한 노력의 산물이다.

 

전략 5 장수 기업에서 배운다 / 전략 6 싱싱 생생! 살아 있어야 눈에 띈다

성공하는 기업들의 역사를 살펴보면 그들이 경제적 이익을 뛰어넘는 강한 핵심 이념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심지어 그들은 성공적일 때뿐 아니라 힘들게 생존경쟁을 펼치고 있을 때에도 자신들의 경영 이념을 추구했다. 이 말은 짐 콜린스와 제리 포라스가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에서 밝힌 성공 기업들의 공통점 중 한 가지인데, 아름다운가게는 그런 면에서 성공 기업 혹은 비전 기업들과 비슷한 점을 가지고 있다.

 

참고로 그동안 아름다운가게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함에 따라 이전과 다른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아름다운가게의 핵심 이념과 가치는 무엇인가? 하는 점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았다. 예로 기업들에게서 우리 회사의 최신 제품들 중에 남은 재고품들이 많은데 최소 가격으로 드리겠습니다라는 제안이 심심찮게 들어오는데, 속칭 땡처리라고 불리는 이런 제안을 받아들일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해 내부적인 논의가 이루어졌다. 그런데 장시간의 토의 끝에 우리는 이 제안을 거부하기로 했다. 왜냐하면 물건들이 많아져서 좋겠지만 그것은 아름다운가게가 지향하는 가치-나눔과 순환-와 다소 거리가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아름다운가게는 온전히 기부된 헌 물건만을 받는데, 물건을 싸게 사 와서 판매한다면 그것은 일반 장사꾼과 다를 것이 없지 않은가?

 

한편 미래 세대는 디지털 세대인데, 나눔이 지속 가능한 것이 되려면 그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나눔 또한 그들이 미래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름다운가게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그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동시에 누구나 손쉽게 나눔순환에 접근할 수 있도록 공간도 배치하고 있다. 아무튼 펄떡이는 물고기처럼 생생한 홍보가 조직과 조직원에게는 당당함과 활력을, 고객에게는 신뢰를 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라.

 

전략 7 시간이 제일 공평하다는 착각을 버려라 / 전략 8 백전백승을 향한 생각의 전환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그러나 그런 절대적인 시간이 때로는 마술을 부리기도 한다. 똑같은 24시간, 365일이 한없이 늘어나기도 하고 짧아지기도 하는 것이다. 이것은 객관적인 시간의 길고 짧음보다 주관적인 느낌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름다운가게도 사람들의 시간에 특별함을 선사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기획한 시간 이벤트로는 아름다운 토요일을 비롯해 결혼 캠페인, 이사 캠페인 등이 있다. 아름다운 토요일은 기업체와 각종 공공 기관, 단체의 임직원들이 자신들이 기부한 물건들을 직접 판매하고 그 수익금을 기부하는 행사로서 매주 토요일마다 시행되고 있다. 이사 캠페인은 이사를 가면서 쓰지 않게 된 물건들을 아름다운가게로 보내자는 캠페인이다. 결혼 캠페인은 결혼하면서 새살림을 장만함으로써 사용하지 않게 되는 물건들을 아름다운가게로 기증하는 캠페인이다.

 

한편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은 장르를 뛰어넘고 시공간을 초월했을 때 성공할 수 있다. 장소를 뛰어넘는 아름다운가게의 특별 매장으로 움직이는 가게를 들 수 있는데, 이것을 아름다운가게의 식구들은 흔히 움가라는 재미난 이름으로 줄여서 부른다. 우리가 내놓았던 대부분의 아이템들이 그러했듯 움가 역시 성공했다. 어느 곳을 가든 눈길을 끌었고, 시민들이 모여들어 관심을 보였다. 이제는 아파트촌은 물론이고 대학가나 병원, 학교, 축제, 박람회장 등 행사가 열리는 곳은 어김없이 방문한다. 그리고 아름다운가게에서는 폐교도 얼마든지 재활용의 대상이다. 아름다운가게가 양평 용문산 자락의 어느 조용한 마을의 폐교를 아름다운 자연학교로 만든 것은 20069월경이었는데, 자연학교는 모든 마을 행사에 개방되었고, 현재는 아름다운가게는 물론이고 관련 시민단체 등의 워크숍과 체육대회, 단합대회 등의 예약이 줄을 잇고 있다. 한편 재활용 가게라고 해서 온라인 쇼핑몰이 없을 이유는 없었다. 생생몰은 아름다운가게 최초의 온라인 쇼핑몰인데, 몇 차례의 개편을 거쳐 좀 더 업그레이드된 인터넷 몰로 거듭났다. 이곳은 기증받은 물건을 구매천사들이 구입하는 B2C 방식(Business to Consumer)으로 운영되었다. 또한 인터파크의 후원으로 개인과 개인이 사용하지 않는 물품을 스스로 등록판매하는 개인 간 거래인 C2C 방식(Consumer to Consumer)의 인터파크 아름다운가게점도 문을 열었다. 이는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눔과 순환 운동을 퍼뜨리기 위한 고민이 인터넷이라는 수단으로 해결된 것이다. 현재는 인터넷 쇼핑몰 옥션에서 아름다운가게 사이버점이 운영되고 있다.

 

전략 9 세상에 도전하는 것이 기회다 / 전략 10 어깨에 힘을 빼면 블루 아이템이 보인다

대안 무역을 통한 세계의 공정한 거래 문화 만들기는 아름다운가게가 문을 열 때부터 추구하던 목표였는데, 대안 무역은 왜곡되고 뒤틀려 있는 세계의 무역 구조를 공정 무역을 통해 풀어 보자는 것이다. 아름다운가게가 하는 대안 무역(fair trade)은 생산자와 구매자 간의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한 직거래 무역 방식으로서 제3세계의 노동자, 여성, 장애인, 농부, 소수민족 등에게 우선적으로 경제활동의 기회를 제공하고, 그들이 생산하는 물건을 공정한 값을 주고 구입함으로써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제품 판매 가격 중 최소 15~30%를 생산자의 몫으로 보장함으로써 불공정한 무역 질서를 개선하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참고로 다국적기업의 상품은 생산자에게 겨우 0.4%만 정도만이 돌아간다. 또한 친환경적이고 지역 전통이 묻어나는 수공예품과 유기농으로 생산된 먹을거리를 제공해 하나뿐인 지구 환경을 지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한편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도 벤처 정신이다. 벤처의 길은 불안하고 고단하지만 그 불안함과 고단함을 즐기면서 도전해야 한다. 아름다운가게가 만든 재활용 패션 브랜드 에코 파티 메아리(Eco Party Mearry)도 벤처 정신의 소산이다. 메아리사업팀 조혜원 팀장은 헌 옷 몇 개가 모여 독특하고 새로운 옷이 되고, 알록달록한 티셔츠가 고릴라 인형이 되고, 소파의 자투리 가죽이 모여 가방이 되는 과정을 보면 마음이 뭉클해집니다라고 말하곤 하는데, 폐기물이 되어 버려질 운명이던 것들이 새로운 디자인과 정성스러운 손질을 거쳐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하는 것은 그것 자체로도 소중한 순환이다.

 

그리고 압구정동에 아름다운가게 매장을 낸 것도 벤처 정신이 없었다면 하지 못했을 일이다. 나도 처음에는 고개를 갸웃거렸었다. 압구정동이라는 우리나라 패션과 소비의 1번지에서 과연 재활용 가게가 통할 수 있을까 싶어서였다. 그러나 그 같은 생각은 편견이자 기우였음이 밝혀졌다. 압구정점에서는 아름다운가게로 기증되는 물품들 중 고가품과 중고명품이 주로 판매되고 있다. 세련된 인테리어와 고급스러운 분위기도 다른 매장과는 차별되는데, 이런 차별화 전략은 적중했다. 벤처 정신의 핵심은 창조적인 정신과 시대를 꿰뚫어 보는 통찰력, 이 두 가지가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그것들은 선입견이나 편견을 이겨내야만 꽃피울 수 있는 정신이다. 거창한 것만이 블루 오션일 것이라는 착각을 버려라. 어깨에 힘을 빼고 주변부터 둘러보면 수많은 블루 아이템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4장. 조직의 프리윌을 200% 끌어내는 5가지 키워드

Keyword 1 관계 독불장군은 없다, 파트너십을 구축하라

아름다운가게가 빠른 시간에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수많은 뷰티풀 파트너들이 있었다는 점인데, 나는 아름다운가게를 운영하면서 세상에 독불장군은 없음을 새삼 깨달았다. 세상의 모든 일은 관계에서 시작된다. 아무리 명분이 좋더라도 도와주고 호응해 주는 우군도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그런데 관계는 지속적일수록 좋다. 그렇다면 지속적인 도움과 협조 그리고 관계를 이루어 내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도움을 받는 쪽에서도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요컨대 윈(win)-(win)이 되어야만 협조 관계는 지속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Keyword 2 배움 교육은 미래에 대한 투자이다

Keyword 3 신뢰 믿음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우리나라의 잠재력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바로 높은 교육열이다. 물론 과도한 교육열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지 못해 여러 가지 부작용을 불러온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제 배움에의 열정은 그대로 놔두고 그 방향성을 바꾸어야 한다.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하는 것인데, 단지 인생의 한 시기에만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평생 공부를 하는 시스템이 사회적으로 정착되고, 그런 사람과 기업이 잘 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한편 조직원들에게서 신뢰를 얻어내는 데에는 투명성이 절대적이다.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의사 결정에 구성원들이 참여한다면, 구성원들은 그 조직을 더욱 신뢰해 더 신나게 일할 것이 틀림없다. 참고로 아름다운가게의 경우에는 회의 시간이 다른 조직에 비해 대체로 긴 편이다. 이는 다소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아름다운가게의 회의가 다소 긴 것은 되도록이면 구성원 한 명 한 명의 의견을 모두 반영하기 위함이다. 그렇기 때문에 회의는 다소 길지 몰라도 일단 결정이 나면 구성원들은 자발적이고 열정적으로 일한다. 왜냐하면 결정 과정에 참여해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모든 과정이 결국 서로 간의 신뢰를 굳건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조직이 투명하다는 말은 한편으로는 명분을 강화시킨다는 의미도 된다. 투명하고 도덕적인 만큼 기업이나 자원 봉사자들의 협찬을 얻어 낼 때 더욱 떳떳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아무튼 조직 운영에서 믿음과 신뢰야말로 조직과 기업, 사람 사이의 관계를 성장시키고 지속시키는 생명수와도 같은 것이다.

 

Keyword 4 진심 누군가를 위해 헌신하는 마음도 전염된다

아름다운가게가 보여 준 진심이란 나 아닌 누군가를 위해 헌신하는 마음이다. 아름다운가게는 말 그대고 사람들의 헌신을 먹고 자라난 가게였다. 참고로 바람직한 부모는 아이를 위해 자신의 삶을 양보하고, 기쁜 마음으로 헌신한다. 나눔 또한 마찬가지다. 나의 일부를 떼어서 누군가에게 나누어주는 것이다. 아름다운가게에서 일하는 간사와 활동천사들의 마음이 그랬다. 그들은 마치 어린 자식을 키우는 심정으로 자신을 헌신해 아름다운가게를 길러 냈다. 그리고 아름다운가게의 간사들과 활동천사들의 헌신이 소문나자 다른 사람들의 헌신이 줄을 이었다.

 

진심이란 또한 최선을 다해 집중하는 마음이다. 아름다운가게의 초창기에 간사들과 활동천사들은 몸은 고달팠지만 표정만은 항상 밝았다. 다른 사람들이 우려하고 염려해도 그 일에 온전히 집중했다. 또 결과에 집착해서 전전긍긍하지 않았다. 다만 그 일을 해야 한다는 믿음과 그 일이 내 일이라는 믿음이 있을 뿐이었다. 그렇기에 몸은 힘들어도 마음만은 벅차고 행복했었다. 진심은 진심끼리 서로 통한다. 사람이나 조직을 진심으로 대한다면 반드시 언젠가는 응답받게 되어 있다. 이것이 바로 진심의 힘이다. 마음을 다해 사람을 만나고 마음을 다해 일에 집중하라. 진정한 마음으로 슬퍼하고, 진정한 마음으로 기뻐하라. 치열하고 경쟁적인 사회일수록 진심 어린 행보가 빛을 발하는 법이다.

 

Keyword 5 명분 뜻을 세우면 사람과 방법은 나타난다

여기에서는 포장 안 해 주시나보죠? 아름다운가게에서 물건을 산 고객들 가운데 이따금 그렇게 묻는 사람들이 있다. 그럴 때면 활동천사나 매장 매니저가 정중히 설명하곤 한다. 아름다운가게에서는 쓰레기를 양산하는 주범 중 하나인 포장지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원하신다면 신문지에 싸 드릴 수는 있습니다. 아름다운가게가 비영리 단체이기는 하지만 굳이 업종을 분류한다면 서비스업에 들어갈 것이다. 그런데도 이렇듯 원칙을 당당히 지킬 수 있는 것은 바로 아름다운가게만의 올바른 명분 때문이다. 명분이란 좋은 시절, 잘나가는 때보다 어려운 시절에 막막함을 견디게 해 주는 등대와 같다. 순간순간의 이익만 보고 움직이는 사람과 자신의 올곧은 명분을 가지고 묵묵히 인내하는 사람, 둘 중 마지막에 웃을 수 있는 자는 누구일까? 나는 올곧은 명분을 가지고 묵묵히 인내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슨 일이든 먼저 그 뜻을 세우면 자연히 사람과 방법은 나타난다는 말이 있다. 무엇을 하든 명분이야말로 가장 먼저 정해야 할 가치인 것이다.

 

5장. 프리윌로 세상과 먼저 소통한 사람들의 이야기

사회적 기업이라는 새로운 변화

양극화와 실업자 문제는 점점 더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데, 이런 문제를 해결할 강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바로 사회적 기업이다. 사회적 기업은 기술과 조직 등을 활용해 이윤을 창출한다는 점에서는 영리 기업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창출한 이윤을 사회적 혹은 공익적 목적에 재투자한다는 점에서 영리 기업과 다르다. 또한 수익을 창출하는 과정에서도 일반 노동시장에서 배제되거나 환영받지 못하는 저소득 소외 계층을 고용한다. 이렇게 벌어들인 수입을 가지고 사회적인 각종 문제의 해결을 위해 사용한다. 요컨대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라는 이중적인 가치를 모두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나는 사회적 기업이야말로 프리윌의 결정체가 아닐까 싶다.

 

먼저 기회를 제공하라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자원 봉사에 나섰고, 아름다운가게의 뜻에 동참한 기업들도 부지기수였다. 이렇게 참여가 늘어나는 모습을 보면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기도 했다. 역시 우리나라 국민들은 신바람만 불어넣어 주면, 세계 어느 나라 국민보다 더욱 잘할 수 있다는 확신도 얻었다. 또한 아름다운가게의 뜻에 동참해 준 기업들과 엘리트 계층의 모습을 보면서, 이전에 그들에게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을 깨뜨릴 수 있었던 것도 커다란 수확이었다. 우리 사회의 부유층이나 엘리트 계층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일반 시민들에게는 대체로 욕먹는 사람인 경향이 짙었다. 그러나 기회가 마련되지 않았을 뿐 좋은 일을 할 기회, 봉사할 기회만 주어진다면 그 뜻에 기꺼이 동참하는 사람들이 많다.

 

가진 것을 쪼개 풍요로움을 증명하다

해외 이사 전문 업체인 현대해운의 조명현 대표는 해운 회사라는 특성을 살려서 외국의 한국 학교에 도서를 기부하고 있다. 한국존슨의 나눔 실천도 특별한 구석이 있는데, 기증과 나눔을 특별한 행사나 일시적 기부와 나눔이 아닌, 생활의 일부로 정착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바쁜 방송 스케줄 속에서도 이금희 아나운서는 아름다운가게가 벌이는 다양한 행사의 단골 사회자다. 허공 등 대중에게 친숙한 곡들을 작곡작사한 정풍송 작곡가도 아름다운가게의 활동과 이미지가 잘 표현된 아름다운가게 노래를 작곡작사해 기증해 주었다. 나눔이란 결코 돈이나, 물건이나, 봉사나, 시간만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그 모든 것을 떠나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은 바로 마음이다. 마음만 있다면 자신이 가진 것이 무엇이든 기꺼이 쪼갤 수 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가게의 수많은 기업과 개인들, 그들은 기꺼이 자신이 가진 것을 쪼갬으로써 아름다운 마음을, 그리고 나눔의 풍요로움을 증명한 파트너들이었다.

 

행복 기업의 아름다운 나눔

우리기업들의 사회적 공헌 활동은 과거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늘어났다. 봉사와 나눔이 특별한 일이 아닌, 생활과 사업의 일부라는 인식이 뿌리내리고 있는 것이다.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나눔과 기부를 하는 사람들은 베풀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준 것에 감사하다고 한결같이 말하는데, 그것은 기업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잘되는 장수 기업들 또한 모두 그 사회의 커뮤니티에 공헌하는 기업들이다. 먼저 이익을 얻고 사회 공헌은 그 다음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는 이미 구시대적인 CEO이다. 이제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사회 공헌을 병행해야 하는 시대이다.

 

공수래공수거도 사업이 된다

자선이 우리의 사업입니다. 언젠가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하기 위해 필리핀의 막사이사이 재단을 방문했을 때 록펠러 재단의 손녀가 했던 말이다. 당시 무심코 들은 그 말은 내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 말이 신선했던 것은 미국, 아니 세계적 재벌의 증손녀가 자선을 자신의 가업이라고 소개할 수 있다는 발상 때문이었다. 세상에 영생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는 말처럼 아무리 많은 부와 명예를 쌓아 올린다 해도 돌아갈 때는 빈손이어야 한다. 그러나 록펠러처럼 재단을 만들어 부를 환원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영원히 남는 것이다. 록펠러나 카네기 같은 사람이 아직도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것은 그가 생전에 이룩한 공로보다는, 오히려 그가 남기고 간 자선단체를 통해서이다. 기업의 미래도 그런 사회적 공헌에 있는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옥스팜과 함께하는 나마스테, 갠지스

아름다운가게가 벤치마킹의 모델로 삼은 또 하나의 대표적인 재활용 기업은 영국의 옥스팜인데, 옥스팜은 세계 최초로 설립된 재활용 자선 가게로서 오랜 역사와 경험을 가지고 있어 배울 점이 많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옥스팜의 이름을 쓰거나 협력 기관이 되기를 간절히 바랐고, 바바라 스토킹 회장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따로 만나 그런 사항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감감무소식이었다. 그러나 작년에 아름다운가게 주최로 재활용 자선 가게에 관한 국제회의가 서울에서 열렸을 때 상황이 달라졌다. 이때 옥스팜의 국장이 참석하여 아름다운가게를 둘러본 뒤 그 활력과 조직력, 사업의 효율성 등에 경탄하면서 옥스팜과의 협력 방안을 간절히 원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름다운가게도 급할 것이 없었다. 이미 한국 사회에서 확고한 브랜드도 가지게 되었고 시스템도 안정되었다. 그렇지만 나는 아직 아름다운가게가 여전히 옥스팜을 통해 배울 것이 많다고 믿었다. 그래서 런던을 직접 방문해 공동 사업을 구상했다. 이렇게 해서 생겨난 것이 바로 아름다운 세상 프로젝트-나마스테, 갠지스였다. 이 프로젝트는 매년 반복되는 수해로 정상적인 생계가 어려운 서남아시아 지역 주민을 돕기 위한 캠페인인데, 올해 말까지 2억여 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박원순 지음

중앙books(주), 200712월, 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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