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컴퍼니 : 꿈이 없어도 살 수는 있지만 꿈이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넥스트 컴퍼니

 

 

1. 지식(知識) 경영인가, 지식(知息) 경영인가

지식 경영이란 조직 구성원 개개인의 지식이나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발굴하여 조직 내 보편적인 지식으로 공유함으로써, 조직 전체의 문제해결 능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키는 경영 방식을 말한다. 지식 경영, 알고 보니 별 거 아니었네. 맞는 말이다. 당신 회사가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해 놓은 지 꽤 됐을 것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져 보자. 당신 회사는 내부 구성원의 지식을 활용하여 어떠한 성과를 냈는가? 전사적인 문제해결을 능력을 키우거나 문제해결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조치를 취해본 적은?

 

당신을 탓할 문제는 아니다. 우리 모두 지식 경영에 대한 기준과 정의를 확립하기도 전에 얼떨결에 이 광풍과도 같은 유행을 받아들였으니 말이다. 그 결과 모양새만 그럴 듯한 지식 경영이라는 타이틀 하에, 부지불식간에 사내 구성원들을 전원 정보 수집광으로 만들어 놓았다. 죽도록 힘들게 끌어 모은 정보들은 각종 서류철과 인트라넷 게시판에 쌓이고 쌓여 썩고 있는 중이다. 이유도 모른 채 모은 정보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이제 지식 축적, 확장 작업에 대한 의미와 가이드라인을 확립하자. 어떤 의도로 지식을 축적하는지, 그것이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 필요하다면 어떤 방식으로 이용할지 등 다양한 관점의 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마련하라. 그리고 이 과정에서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지식은 과감히 버려라. 지식을 모으기만 해서 생산성이나 혁신, 창조적 발견 등의 시너지 효과 등이 튀어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했으면 한다. 지식을 쌓는 목적, 이유, 취지를 명확히 하여 직원들을 쓸데없는 지식 벽()으로부터 해방시켜라. 지식의 존재 이유는 결코 공유가 아니다.

 

2. 망하는 시나리오를 공모하라

경제 상황이 심각하다고 한숨지을 것 없다. 직원들에게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라고 강요할 것도 없다. 대신 어떻게 하면 우리 회사가 당장 내일 망할까?에 대해 고민하고 토론하라. 기존에 구축해 놓은 시스템에서 새로운 것을 끌어내려 하기보다는 그것을 무너뜨리기 위해 대책을 세우는 것이 오히려 더 쉽고 바람직하다. 창조적 파괴 전략을 사용하여 사내에 도사리고 있는 각종 문제점을 환기시켜라. 회사의 경영 환경 및 운영 실적에 대해 실제로 당신이 얼마나 무지했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회사 내부 사정을 샅샅이 다 알고 있다고 확신하지 말라. 자신감은 좋지만 소위 이기는 시나리오에 빠져 스스로의 발목을 잡지 마라. 지금까지 잘해왔든 못해왔든, 허점과 약점은 언제나 있기 마련이다.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이것들이 보이는 지점을 집요하게 공략하여 깊이 파고드는 것이다. 사실 직원들은 이미 회사의 단점과 약점을 다 인식하고 있다. 단지 그것을 드러내지 않을 뿐이다. 괜히 건드려서 알렸다가는 개인적으로 목숨을 부지하기가 어렵지 않겠는가.

 

백날 위기의식을 가져라, 긴장을 풀지 마라 등의 하나마나한 구호들을 강조한들 직원들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 그들로 하여금 회사의 약점을 공유하고 고민할 기회를 갖게 해, 거기서부터 차근차근 대안을 찾는 노력을 기울이도록 하라. 앞으로는 회사가 망하는 방법들을 찾아나서야 한다. 그리고 진정 아이디어를 구하고자 한다면 회사를 완전히 박살내 원점에서 다시 길을 모색해 보길 바란다.

 

3. 직원 환원이 사회 환원이다

기업에게 사회의 약자들을 둘러보고 그들에게 베풀라고 하는 것은 번지수가 한참 잘못된 말이다. 기업은 정부가 아니다. 약자들의 상처를, 어두운 곳을 돌봐주고 보듬어주는 버팀목이 아니라는 얘기다. 기업에 사회 환원을 강요하는 것은 정부와 기업의 정의, 역할, 기능 등에 대해 완전히 잘못 알고 있는 자들이 저지르는 실수다. 포괄적인 관점에서 기업은 경영 활동을 통해 이미 경제라는 거대한 짐을 짊어지고 있고, 나름의 자체적인 방식과 전략을 통해 그것을 책임지고 있다. 나는 더 이상 사회 환원이라는 이기적인 논리에 의해 기업이 발목을 잡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영화 실미도에서 최재현 준위가 강조한 바와 같이 군인은 군인의 몫을 해내면 되고 나라는 나라의 몫을 해내면 된다. 회사가 직원들을 완벽하게 뒷받침하는 지원 체제를 갖추면 직원들은 분명 회사 생활에 전념하게 될 것이고, 이것은 회사의 질을 높여 결과적으로 고객 만족을 끌어낼 것이다.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몫을 해냄으로써 사회로부터 정당한 인정을 받는 것, 이것이 진정한 사회 환원 아닌가. 재차 강조하지만 1순위는 직원이고, 그 다음이 고객이다. 고객과 같은 부류에 포함시키든 안 시키든 그것은 당신 자유지만, 사회는 마지막으로 고려해야 할 대상이다. 직원들을 돌봐주고 지원해주는 시스템이 확실하게만 정착된다면 그 보상은 장기적으로 사회에 돌아가게 되어 있다.

 

4. 튀는 직원을 대우하라

튄다는 것은 남들이 일반적으로 하지 않을 법한 행동을 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자신의 팀이 아닌 다른 팀에서 맡고 있는 업무에 대한 제안을 한다거나, CEO에게 직접 아이디어를 제출한다거나, 심지어는 자신만의 멋을 잔뜩 부리고 머리를 폭탄 맞은 것처럼 하고 다니는 것 등이 좋은 예이다. 아마도 최소한 열에 일곱 이상은 이것에 대해 나라면 할 수 있을까?식의 반응을 보일 것이다. 70%나 되는 사람들이 능력이 부족해서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걸까? 절대로 아니다. 남들처럼 묻어가야 한다는 의식이 뿌리 깊이 박혀 있어서 의외의 일을 벌일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뿐이다.

 

튄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스스로에 대해 애정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단순히 자신의 이름을 알리려는 행동이든 진지한 열정으로 사내 문화를 혁신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행동이든, 이 모든 것은 다 자기 자신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런 사람이 애정 없이 일에 임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적어도 내가 본 바로는 없다. 회사는 튀는 직원을 그의 행동 자체만으로 칭찬하고 지원해 주어야 한다. 그렇다고 사내 질서나 화합이 무너지는 일 따위는 벌어지지 않는다. 회사에 대한 관심과 자신의 일에 대한 열의를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내는 직원의 의욕을 꺾지 말라.

 

튈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하나의 능력이다. 그것은 새로운 것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와 모험과 도전을 즐기는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는 발 벗고 나서서 튀는 직원을 스타로 키워줘야 한다. 그가 다른 직원들의 모범이 될 수 있고, 또한 되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 주여야 한다.

 

5. 누구를 위한 독서 경영인가

책을 통해 직원들 간 공감대 형성과 정보 공유, 나아가 자기계발 기회를 얻게 한다는 13조 효과를 노리는 독서 경영. 하지만 원래 의도대로 모두가 그 효과를 누리고 있을까? 독서는 자기계발을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자기계발이 목표이지 독서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는 뜻이다. 독서가 기업의 경영 방식이 되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사실을 무시한 채 독서 경영을 도입한다면 그것은 오로지 기업을 위한 것이 된다. 외부에 내세우기 위한 전시 경영이 되는 셈이다.

 

독서 경영은 쉽게 말해 독서 문화를 조성하는 데 그 취지와 뜻이 있다. 독서 자체가 개인의 창의성을 늘리는 하나의 자기계발 방식이기에, 그것을 좋아하게 만드는 것 자체가 이미 하나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독서 경영의 의미를 이렇게 정의하면 기업이 할 일은 자명하다. 책을 멀리해 온 사람들을 위한 기본 인프라를 구축하면 된다. 사내이든 사외이든 도서관을 마련해주고, 분야에 관계없이 모든 도서에 대해 전액 지원을 해주고, 책을 읽은 후 그것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토론하고 싶어하는 직원들에게 동호회나 온라인을 통해 전폭적인 지원을 제공하면 된다. 외부에 멋있게 보이기 위한 쇼가 아니라면 직원들에게 책 읽기를 강요하지 말라. 그들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책을 선호하게 만들면 독서 경영은 이미 성공한 것이다.

 

6. 바보(fool)가 이긴다

나는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의 도전정신을 좋아한다. 그의 유명한 해봤어? 발언은 스스로를 하나의 아이콘이자 브랜드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해봤어는 그야말로 막무가내로 밀고 나가는 탱크주의를 지향한다. 직접 해보기 전엔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 주제의식은 속된 말로 꽤나 무식하게 다가온다. 과정이나 결과가 어떻든 간에 무조건 해봐야 한다는 것인데, 아무런 준비, 전략, 고민도 필요 없다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직원들을 기존의 제도와 시스템, 정보의 덫으로부터 조금씩 풀어주길 바란다. 회사를 운영하는 데 있어 이것들은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요소들이지만, 직원들이 이것에 얽매이게 되면 그만큼 새로운 것에 관한 한 장님이 될 수밖에 없다. 쉬어가는 여유의 지혜를 발휘하라.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한 걸음 물러서서 숨을 돌려야 한다. 비움의 미학을 실천하라. 직원들이 머리를 중간 중간 지속적으로 비워주어 최상의 두뇌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독려하라. 이것은 비단 업무 생산성과 집중력, 창의력에만 관련된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조직의 사기, 나아가 지속가능성과 직결된 중대한 문제다.

 

7. 데스크톱을 부숴버려라

사무실 안에 널려있는 물건들을 살펴보라. 직원들이 한 곳에 계속 머물 수밖에 없을 정도로 갖출 것은 다 갖춰놓고 있지 않는가. 그중에서도 정착민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정착민 필수품 1호 데스크톱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데스크톱이 사라지게 될 경우 사무실 안에 비치되어 있는 것들의 의미와 비중이 지금과는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아가 사무실이라는 공간 자체의 의미도 달라진다.

 

이제 직원들로 하여금 유목민의 삶을 누리도록 하라. 이동성과 휴대성이 전무한 데스크톱에서 해방시키고, 대신 노트북을 지급하라. 정해진 자리에서만 일하면 그만큼 생각의 틀이나 시각 또한 제한되고 한정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라. 사무실 안에만 처박혀 있는데 어떻게 색다른 것을 구상하고 발견해낼 수 있겠는가. 직원들을 전원 무선 랜이 장착된 노트북으로 무장시켜 세상과 조우하게 하라. 영업이나 마케팅은 물론 인사, 홍보, 디자인 등 직종 불문하고 관련 담당자들로 하여금 사내외를 누비면서 다양한 뉴스를 습득하게 하라.

 

자유로운 업무 활동 영역이라는 대전제를 깐 채, 데스크톱 문화를 지양하고 노트북을 토대로 사무실 없는, 오프라인에서의 온라인 시스템을 지향하라. 기업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요즘 뜨고 있는 연계개발(connect & develop)전략도 결국 외부의 지식을 흡수하여 내부화한다는 점에서 의식의 출발점은 이와 같다. 직원들로 하여금 언제 어디서든 접속 가능한 노트북을 항상 휴대하고 끊임없이 세상과 접속하고 네트워킹을 강화하는 등 업무에 대해 유연한 마인드를 갖도록 하라.

 

8. -윈 해법 1, 플렉시블 타임제

현재 몇몇 회사에서 유행하고 있는 플렉시블 타임제. 출퇴근 시간을 유연하게 운영하자는 취지의 제도다. 숨통 트이는 이야기인가? 숨통만 트이는 것이 아니라 생활에 활력 또한 제공한다. 아침형 인간이 대한민국을 강타한 지 5년이 지났지만 그 강압적 유행은 사실상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플렉시블 타임제는 아침잠이 많은 사람들, 라이프사이클이 소위 모범생들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에게 실낱같은 희망이다.

 

8시간 근로시간 원칙을 지켜야 하는가? 맞다. 법적으로 정해진 근로시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는? 8시간보다 적게 근무하면 안 되는가? 최소한 주당 근무시간을 정했다면 그 안에서 플렉시블하게 그때그때 적용할 수 없을까? 이는 놀고먹자는 질문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최소의 시간을 들여 최대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고민해 보자는 얘기다. 회사와 직원 모두에게 윈-윈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회사에 이익을 가져오는 것은 업무의 질이지 업무량이 아니다. 일하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사람은 어떻게 하면 시간을 최적으로 사용할지를 고민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스스로 해결이 안 되는 몫의 시간이 주로 노는 데 사용되는 것이다.

 

플렉시블 타임제의 기본 방향은 업종과 직종에 따라 출퇴근 시간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직원의 특성을 고려해 출퇴근 시간을 보장하는 것이 제도의 진정한 의미다. 8시간 원칙을 고수하고 싶다면 출근해서 업무 시간의 반 이상을 인터넷 서핑에 사용하는 직원을 떠올려 보길 바란다. 9시 출근 원칙을 고수하고 싶다면 새벽에 초롱초롱한 눈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을 하고 있을 직원을 생각해보길 바란다.

 

9. Design or Resign

사무실은 사무실다워야 한다는 것이 무슨 얘기인가. 사무에 필요한 최소한 시설과 물품을 효율적으로 적재적소에 갖춰놓은 것을 가리킨다. 하지만 업무만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면 사무실은 사무실다워야 할 필요가 없다. 아니 노골적으로 말해 사무실다워서는 안 된다. 사무실의 전반적인 디자인을 바꾼다는 것은 직원들이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부드럽고 유연한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는 뜻이며, 그들의 사기를 북돋워준다는 뜻이다.

 

회사 실적과 아무 관련이 없는 디자인에 왜 굳이 신경을 써야 할까. 사실 디자인을 바꾼다고 해서 당장 수익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수익을 발생시키는 것이 엄연히 직원이라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일이 그야말로 일처럼 딱딱하게 여겨질 때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거기에 다 투자하고 싶은 직원이 과연 몇이나 될까. 일에 정말 미친 직원이 아니고서야 그러고 싶은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일 자체의 본질이 변할 수 없다면 일의 주변에 변화를 주면 된다.

 

사무실 디자인을 업그레이드 시켜라. 디자이너를 따로 고용할 필요는 없다. 그저 직원들이 원하는 디자인 방향을 수렴해 사무실의 전체 레이아웃을 바꾸면 된다. 우리 모두는 즐겁기 위해 일을 한다. 그리고 기왕 일을 할 바에야 누구나 즐겁게 하고 싶어한다. 즐거움이 없는 곳에 일이란 있을 수 없다. 이러한 일과 즐거움을 이어주고 지탱시켜 주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사무실 환경, 즉 디자인이다.

 

10. 보고서의 목적은 보고다

예전에 1 page proposal(한 페이지 이내로 보고서를 작성하는 방식)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지금은 이것이 회사마다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어느새 얘기가 쏙 들어갔다. 아마 대부분의 회사가 원래의 방식으로 돌아갔을 거라 본다. 내용이 충실해야 한다는 명목 하에 직원들에게 보고서의 양에 대한 암묵적인 압박을 주고 있지 않을까 싶다. 양에 대한 부담만 준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내용에 따라오는 형식에 대해서는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

 

보고서는 내용의 질이 전부다. 당신은 보고서에 담겨 있는 취지와 의도 등의 알맹이를 캐내려는 것이지 그것이 얼마나 보기 쉽고 깔끔하게 구성되어 있는지 확인하려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글자 크기에 주의를 기울이면 아랫사람은 글씨체, 색상,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보고서는 핵심만 제대로 전달하면 만사 오케이다.

 

여기까지는 모두 공감하는 얘기일 것이다. 이제부터 본론이다. 지금 이 순간부터 보고서를 없애라. 반드시 일정 기간 보관해둬야 하는 중요한 내용의 보고서를 제외하고는 전부 메모나 쪽지, 구두 보고로 대신하라. 우리가 정말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은 커뮤니케이션 그 자체다. 필자 또한 회사를 다니면서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몇 마디 말이면 끝나는 것을, 어떻게 하면 좀더 폼 나게 보일 수 있을지 연구하느라 시간을 다 보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이것이 얼마나 쓸데없는 행동이었는지 후회가 된다. 나를 위해서도 회사를 위해서도 말이다.

 

보고서의 핵심은 보고(報告)지 서()가 아니다. 당신이 직원들에게 요구해야 하는 것은 멋진 리포트가 아니라 전달력과 설득력이 갖춰진, 핵심만 요약된 짧은 글이다. 보고의 형식에 얽매일 시간에 보고의 내용에 집중하라. 보고의 목적에 충실하면 우선 직원들의 정신적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고 시간을 절약해 줄 수 있다. 또한 종이를 절약하게 됨으로써 공간 재활용이 가능해져 사무실 환경도 개선된다. 고유가 시대에 충분히 매력적인 제안 아닌가?

 

11. (why)가 희망이다

일을 하다 문제에 봉착했다. 무엇을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몰라 윗사람이나 주변 동료에게 가서 물어본다. 설명을 듣는다. 다시 임무에 착수한다. 여기까지가 통상적인 업무 프로세스의 전부다. 정말 이것이 전부인가? 만일 실제로 그렇게 돌아가는 회사가 있다면, 나는 그 회사의 장래가 눈에 보인다고 단언할 수 있다. 이것은 2% 부족한 문제가 아니라 98% 부족한 성질의 문제다. 당신이 모든 문제의 근원, 문제를 바라보는 본질적인 시각, 관점 자체를 간과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업무 프로세스에서 빠졌던 것은 왜(why)라는 질문이다. 우리는 업무를 진행하면서 절대로 라고 묻지 않는다. 괜히 했다가 찍힐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굳이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도 없을뿐더러 나름대로 경력 관리도 해야 하니 이래저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현재 회사 안에서 질문을 한다는 것은 불필요하고 무의미한 행동으로 비쳐진다. 어차피 기존에 있는 절차와 방식만 잘 따르고 하지 말라는 것은 안 하는충성스런 마인드만 갖고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들로 회사는 채워져 있다.

 

이제 기본으로 돌아가자. 회사 구성원들을 과거 시대의 정체된 이데올로기에 묶어 놓지 마라. 더 이상 경쟁사를 벤치마킹하지 말고 당신 회사를 벤치마킹하라. 언제 어디서나 스스로에게, 서로에게 묻고 물을 수 있는 질문 프렌들리 문화를 육성하라. 를 인정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반박과 비판을 수용하는 문화를 키우는 일이다. 아무리 직원들이 에 익숙해졌다 한들 상대가 그것을 기분 나쁜 비난쯤으로 폄하해 버린다면 말짱 헛수고 아닌가. 그러니 질문의 가치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동시에 그것이 자연스럽게 체화되도록 오픈 마인드와 유연한 사고로 무장시키는 작업을 병행하라.

 

12. 성적표는 쓰레기통에 던져버려라

S대 졸업, 학점 4.5, 토익 만점. 기업에서 요구하는 자격을 완벽하게 갖춘 지원자의 프로필이다. 이런 인재가 전국에 몇 명이나 될 것 같은가. 감동이라도 해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여기에다 서클 활동과 자원봉사 활동, 어학연수, 그것도 모자라 인턴십 경험과 공모전 수상 경력까지 보탠다면 아마 어느 기업이라도 당장 그를 채용하고자 할 게 틀림없다. 당신이라면 이런 인재를 뽑겠는가?

 

세상에 성적과 학점, 학벌이 좋은 지원자는 널려 있다. 요즘처럼 실업난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인재들을 찾기도 쉬워졌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점수나 등급이 지원자의 질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형식적인 기준을 갖고 지원자를 판가름하고자 한다면 당신은 인재에 대한 정의를 다시 세울 필요가 있다.

 

성적표는 참고용으로 활용하고 그 뒤엔 잊어버려라. 그것은 남보다 더 열심히 살았다는 정도의 평가 항목이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실전 적응력, 응용 능력, 태도나 자세 등의 기본 인성, 남과 차별화된 고유한 장점,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 관점 및 사고방식, 커뮤니케이션 능력, 도전 정신, 다양성과 조화로움을 추구하는 균형 감각 등이다.

 

누가 그것을 모르나? 쉽게 평가하는 것이 힘들어서 그렇지. 맞는 말이다. 그렇다고 업계에서 공통으로 적용하는 기준을 적용한다면, 당신 회사에는 수준이 고만고만한 인재들만 모일 것이다. 점수는 기본적으로 지원자의 능력에 대한 분별력이 제로이다. 어떤 지원자의 점수가 타인에 비해 더 높다는 것과 그가 주관적인 관점에서 상대적으로 더 뛰어나다는 것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채용은 기계적인 프로세스가 아니다. 일정 점수만 획득하거나 기준을 넘으면 통과와 탈락이 결정되는 식의 절차가 아니다. 그것은 엄연히 회사와 지원자 간에 서로를 알아가는 커뮤니케이션 과정이다. 지금이라도 점수가 아닌, 당신 회사만의 고유한 채용기준을 정리하고 확립하고 도입해 나가길 바란다.

 

13. F 세대를 고용하라

지금은 놀이가 일이자 일이 놀이인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일이 신바람 나는 놀이가 되기 위해서는 즐거워야 하므로, 우선 무엇보다 당사자가 잘 놀아야 한다. 일을 잘한다는 말의 초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모순처럼 들리겠지만 이 시대의 엄연한 논리이자 관점을 인정할 것을 권한다. 놀이에 대해 일가견이 있는 F 세대를 선발하라. , 즐거움을 찾는 데 도가 튼 전문 백수와 웃음 전문가를 뽑으라는 이야기다. 삼고초려 해서라도 이들을 데려오는 데 올인하라.

 

전문 백수는 노는 데 있어서만큼은 전문가이다. 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 사회적 시선을 무시한 채 백수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이다. 내가 경력에 금이 가는 것을 감수하면서 입사와 퇴사를 반복했던 것은 오로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였다. 문학 평론가, 문화 평론가, 전문 기자, 편집위원, 자유기고가 등 개인적으로 지대한 관심을 가져온 일에 아낌없이 열정을 쏟아 부었다. 내가 돈이 되지 않은 일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것은 이 방면 최고 전문가가 되겠다는 나름의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여러 헤드헌터들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곤 한다. 오해하지 말길 바란다. 잘난 척을 하기 위해 나의 경우를 예로 든 것이 아니다. 확고한 목적의식 하에 자신만의 영역을 설정하고 활동해온 백수들을 영입하라는 뜻에서다.

 

다음으로 웃음 전문가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이들은 웃음에 관한 한 경험적으로나 이론적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력을 소유하고 있다. 코미디언, 마술사, 파티 플래너, 이미지 컨설턴트, 긍정 심리학자들은 웃음을 창조하고 전파하는 전도사들이다. 이들에게 회사의 웃음 문화를 전담시켜라. 웃기만 해서야 뭔 일이 진행이 되나. 맞는 말이다. 하지만 바로 이런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회사에 웃음이 흘러넘쳐야 일이 제대로 잘 진행될 수 있으니 말이다. 웃음이 없어서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는 얘기가 아니라 웃음이 있기에 일이 더 유연하고 효과적,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웃음의 가치를 절대 과소평가하지 마라.

 

14. 실패학자가 되어라

우리는 성공을 숭배하고 실패를 죄악시하는 사회에서 살아왔다. 하지만 성공에 얽힌 이야기들은 한계효용의 법칙처럼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 당신 회사는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한다. 제품에 대한 연구 개발과 마케팅에만 신경 쓰지 말고 업무 실패 사례에 대한 연구와 공유, 학습의 장을 마련하라. 실패를 인정한다는 것은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일인데, 그것에 대해 공부를 하라니, 뭔가 잘못된 거 아닌가? 당장 눈앞에만 보이는 것을 중시해왔다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신이 진정 지속가능한 기업을 일구고자 한다면, 실패에서 배우겠다는 각오를 다졌으면 한다.

실패에 대한 준비는 게을리 하면 할수록 그 충격을 극복할 면역력이 떨어지게 되어 있다. 어떠한 직원도 실패를 목표로 일을 하진 않는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실패에 대한 질책 대신 그러한 결과를 얻기까지 그가 들인 노력을 높이 사고 칭찬하라. 그로 하여금 자신이 겪은 프로세스 전반을, 그리고 거기에서 얻은 뼈아픈 결과를 다른 직원들과 적극 공유할 수 있는 실패 인센티브를 제공하라. 누가 더 크게 실패했는지 콘테스트도 열고, 어떻게 하면 실패했는지 실패 아이디어 공모전도 실시하고, 실패를 연구하고 분석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나 지식을 제공할 태스크포스(task force)팀을 구성하는 등 실패를 갖고 원 없이 놀아보게 하라.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실패에 대한 전 과정을 제도화함으로써 실패가 성공과 동일한 가치를 갖고 있음을 널리 알리는 것이다. 원래 사람은 성공만 하면 자만심에 빠져 나태해지고 더 나은 것에 대한 욕심이나 욕구가 사라지게 된다. 실패의 진정한 의미가 바로 여기에 있다. 보다 나은 것에 대한 의지, 그리고 그러한 선택을 위한 진화가 이 모든 것을 지탱하는 기초인 셈이다.

 

15. 사소한 것에 목숨 걸어라

당신은 공식적인 업무 이외에 일로 하루에 몇 번 부하 직원과 편한 대화의 시간을 갖는가? 단 공식적인 자리를 비공식적인 양 포장하는 ‘CEO와의 대화같은 행사형 미팅은 제외하라. “시간이 남아도는가?”라고 열을 낼 수도 있겠다.

 

직원들과의 편한 대화는 수단과 방법 가리지 말고, 몸을 스무 개로 쪼개서라도 짬을 내 자주 가져라. 당신은 이것을 쓸데없는 사소한 일로서 일종의 시간 투자로 받아들일지 모르지만, 직원들은 이것을 인정과 존중, 배려와 애정으로 받아들인다. 사소한 것이란 세심하고 섬세한 것을 말한다. 서로의 눈을 보면서 손짓과 몸짓 등의 다양한 제스처를 교환해가며 현재 겪고 있는 희로애락적인 상황들을 나눠보라. 거시적인 차원의 벽 없는 조직만 주창할 게 아니라 미시적인 차원의 당신과 구성원간의 친숙한 관계를 구축하는 데 열의를 가져야 한다.

 

아랫사람들이 알아서 다 기획하고 계획해 놓은 것을 이행만 하는 이벤트는 이제 접어라. 이것은 오히려 직원들의 무관심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안 하느니만 못하다. 이러한 형식적인 일회성 행사로부터 탈피해 당신이 스스로 알아서 먼저 다가가는 방식을 시도하라. 고객 한 명 더 늘리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직원의 잠재된 욕망을 파악하고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스킨십이 선행되어야 한다. 직원들 각자의 특색을 머릿속에 저장한 채 먼저 대화의 포문을 열어 칭찬이든 선물이든 가벼운 토닥거림이든 위안의 한 마디든 건네 보라. 시간과 공간에 개의치 말고 이것을 무한정 리필해 제공하는 버릇을 들여라.

 

허병민 지음

거름 . 200811월. 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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