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래보 경제학 : 콜래보노믹스는 콜래보레이션과 경제학의 합성어

콜래보 경제학

 

 

1. 왜 콜래보노믹스가 밥 먹여주는가

 

어제의 적이 언제 동료가 될지 모르는 무한경쟁의 시대다. 이런 시대에는 협력이야말로 적극적인 방어이자 공격이다. 이제 기업들에게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애플이나 할리 데이비슨 같은 컬트 브랜드들은 자신의 성공 비결이 파트너와의 적극적인 협력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디자인 경영 혹은 감성 경영이라는 틀 안에 감추고 쉬쉬한다. 진짜 성공 비결은 감추고, 겉으로 보이는 성공 비결이 전부인 양 공개하여 그들을 벤치마킹하는 기업의 눈을 속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많은 기업들이 복잡해지는 소비자 욕구에 대응하려면 혼자만의 힘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깨우치고 있다.

 

기업 환경이 다각화되면서 독불장군식 생존이 불가능한 때가 왔다. 기업과 기업, 기업과 고객 등의 관계가 협력과 상생의 관계로 재편되어야 하는 시점이 온 것이다. 레드오션에서 피 튀기며 싸울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파이를 키워 나눠먹는 협력의 비즈니스 법칙을 배워야 한다. 그 법칙이 바로 콜래보노믹스(collabonomics)이다. 콜래보노믹스는 콜래보레이션(collaboration)과 경제학(economics)의 합성어이다.

협력을 통해 새로운 이익을 창출하는 협력의 경제학을 말한다. 그렇다면 콜래보레이션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익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째, 협력을 통한 파트너의 고객만큼 네트워크의 규모와 크기가 더 확장된다. 이는 기업 또는 브랜드가 혁신적이고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로 확산하고 이동하는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LG 전자는 터치폰이라는 새 카테고리를 개척하면서 프라다와 콜래보레이션을 시도했다. 기존 LG 전자 고객을 넘어 프라다의 주요 고객이자 유행을 주도하는 패션 피플에게까지 네트워크를 확장하기 위해서였다. 동사의 의도대로 터치폰에 대한 입소문은 제품 출시 전부터 새로운 네트워크(패션 피플) 속에서 폭발적으로 확산되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점은 단순히 콜래보레이션을 한다고 콜래보노믹스가 창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확장된 네트워크 내에서 효과적으로 콜래보노믹스를 창출하려면 가장 적합한 시기에 양 당사자가 갖고 있는 역량과 철학을 콜레보레이션할 제품에 쏟아야 한다.

 

둘째, 콜래보노믹스의 묘미는 업계의 게임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콜래보레이션이 브랜드에 대한 고객 인식을 새롭게 하고 혁신적인 제품 카테고리를 폭발적으로 확산시키기 때문이다. 콜래보노믹스 게임 이론의 기본룰은 게임의 상황이나 전술, 즉 전체 구조를 변화시키는 데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 게임 이론은 원래 시장에 없던 다른 시장의 참가자를 게임에 참여시킴으로써 전체 파이를 키워나가는 윈윈 전략의 대표적인 모델이다. LG 전자가 프라다와 콜래보레이션하여 터치폰 시장을 선점한 것도 이런 이론의 결과다.

 

LG 전자는 프라다라는 다른 시장의 참가자를 게임에 끌어들임으로써 휴대전화 시장의 화두를 그들의 강점인 터치 패션에 민감한 seamless design(끊김 없이 유려하게 연결된 디자인)에 집중시켰다. 결국 프라다폰은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양상을 끊임없이 새롭게 디자인 된 터치폰 싸움으로 바꾸어 놓았다. 휴대전화 시장이 터치폰 경쟁으로 변하고 있는 오늘날 터치폰 관련 기술 및 특허를 소유한 LG 전자는 후발 모델을 선점할 수 있게 되어 경쟁사에 비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콜래보레이션의 기본은 두 브랜드의 완전한 만남이다. 완전한 만남이 이루어졌을 때만 네트워크를 최대한 확장시키고, 그 안에서 브랜드와 제품 카테고리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재정립한 후 폭발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다. 그런 후에야 효과적인 콜래보노믹스가 창출된다. 이렇듯 게임의 법칙을 자신이 유리한 쪽으로 끌고 오는 것이 콜래보레이션의 마법, 즉 협력의 마법이다.

 

2. 콜래보레이션의 5가지 유형

 

1. 스낵 컬처 시대, 자주 그리고 많이 팔아라: 아트 콜래보레이션

스낵 컬처(snack culture)는 짧은 시간에 간편하게 즐기는 문화를 뜻한다. 스낵 컬처의 승부수는 자주 그리고 많이 파는 것이다. 이제까지 많은 명품 브랜드들은 희소성 강조를 위해 생산량을 제한했다. 게다가 명품은 유행을 타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의 구매 주기가 길었다. 그렇다면 명품 브랜드들이 어떻게 하면 자주 팔면서도 소장 가치는 높이고, 많이 팔면서도 희소성을 강조할 수 있을까? 해답은 아트 콜래보레이션에 있다. 이것은 브랜드와 예술가가 디자인, 제작, 판매 등 모든 영업활동의 가치사슬에 협력하여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루이비통의 스테디셀러 모노그램 스피디 30이라는 백이 있다. 이 백은 튼튼하고 유행을 타지 않아 구매 주기가 무척 길다. 또한 매년 같은 모양으로 출시되기 때문에 자주 살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이 백의 디자인에 매년 다른 예술가와 아트 콜래보래이션을 시도한다면 어떻게 될까? 한 해는 일본의 팝 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와 콜래보레이션해 재치와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백을 출시하고, 다른 한 해는 미국의 그래피티(grafiti) 아티스트 스테판 스프라우스와 콜래보레이션해 혁신적이고 도시적인 버전으로 거듭나게 한 것처럼 말이다. 루비이통 마니아라면 똑같은 디자인이지만 명백히 다른 버전인 아트 콜래보레이션 모노그램 스피디 30을 한두 개는 더 갖고 싶을 것이다. 결국 루이비통 입장에서는 더 자주 팔 수 있게 된 셈이다.

 

소장 가치 측면에서는 어떨까? 아트 콜래보레이션은 대상이 예술품이기 때문에 자주 판매되어도 제품의 생명력이 길다. 루이비통의 경우 아트 콜래보레이션을 통해 특별한 소장가치까지 얻었다. 실제로 스피디 30 제품은 무라카미 백, 그래피티 백으로 불리면서 명품 애호가들의 소장품 목록에 포함됐다. 더욱이 소장가치를 대변하기라도 하듯 아직까지도 경매 사이트에서 뒷돈이 오고갈 정도로 인기리에 거래되고 있다. 루이비통 입장에서 보면 아트 콜래보레이션을 통해 최대 스테디셀러 디자인인 모노그램 스피디 30의 수명이 연장됐고, 새 버전을 만들어 수익이 생겼으며, 이 수익으로 다른 혁신적인 디자인을 고안할 여력을 확보했다. 자칫 스낵 컬처에 밀려 고전할 뻔한 루이비통은 한번 사면 평생 쓴다는 명품에 대한 고정관념을 깸으로써 아트 콜래보노믹스를 창출하게 된 것이다.

 

한 브랜드가 다른 브랜드 및 산업과 콜래보레이션 하는 것은 파트너의 좋은 특질을 소비자가 자신의 브랜드의 장점으로 인식했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 있다. 그런 의미에서 LG 전자의 아트 콜래보레이션은 가장 큰 혜택을 봤다. 원래 LG 전자는 무난한 브랜드, 가격 대비 품질은 좋은 것 같은 브랜드라는 이미지만 있었을 뿐, LG 전자 하면 떠오르는 강력한 그 무엇이 부족했다. 따라서 LG 전자는 그들만의 개성을 살리고자 아티스트와의 콜래보레이션을 통해 예술의 2차 연상 효과를 노렸다. 2차 연상이란 제품이나 서비스에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정보가 제품이나 서비스의 브랜드 이미지에 이전되어 사람들이 2차적으로 연상되는 이미지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평가한다는 것이다.

 

LG 전자는 아트 콜래보레이션을 통해 제품을 예술품으로 승격시켰을 뿐 아니라 기업 홍보에서도 예술과 긴밀한 네트워킹을 하고 있다. LG 광고를 보면 다양한 명화 속에 LG 그룹 제품들을 교묘하게 배치시켰다. 미켈란젤로, 고갱, 드가 같은 예술가의 작품 속에 LG 로고를 자연스럽게 등장시켜 마치 갤러리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이처럼 LG는 일련의 아트 콜래보레이션을 통해 2차 연상 효과를 꾀함으로써 예술하면 생각나는 고급스런 분위기를 LG의 이미지로 이전시킬 수 있었다.

 

2. 신 소비양극화 시대, 가치를 만족시켜라. 저가와 고가의 콜래보레이션

소비자들이 똑똑해지고 있다. 중산층은 전 품목과 제품에 걸쳐 특정 가격대의 제품을 선호한다는 등의 일률적인 소비 트렌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오늘날 똑똑한 소비자들은 제품마다 그 가치를 다르게 계산한다. 감성적인 만족이 중요하지 않은 일상적인 제품은 초저가 브랜드에서 쇼핑하고, 감성적 만족이 중요한 제품은 다른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해 아껴 놓은 돈으로 과감하게 지출한다. 소비의 새로운 양극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명품 시장에서 신조처럼 생기던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도 사라지고 있다. 베블런 효과란 가격이 오르는데도 일부 계층의 과시욕이나 허영심으로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베블런 효과가 나타나려면 중산층이 넘볼 수 없을 정도로 제품이 고가여야 한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당당하게 고가와 저가 시장을 넘나드는 소비를 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중산층의 자산 가치가 절대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중산층 가정의 소득이 늘어 자산 대비 명품의 가격이 저렴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소비 규모가 그 사람의 지위나 계층을 나타내는 척도가 아니므로 굳이 고가제품을 구입하여 자신의 지위를 과시하려 들지 않는다.

 

더욱이 요즘 저가시장은 가격만으로 소비자를 유혹하지 않는다. 품질이 절대적으로 좋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저가시장보다 가격은 조금 더 비싸면서 큰 가치를 주지 못하는 중간 시장 제품이라면 점점 소비자들은 외면할 수밖에 없다. 소비자는 가격, 가치, 디자인 측면에서 모두 만족하고 싶어 한다. 고가의 샤넬 수트를 사면서 동시에 저가 브랜드에서 티셔츠를 사는 소비자들은 티셔츠의 디자인을 포기하지 않는다. 티셔츠를 살 때는 샤넬이 아니어도 된다고 생각할 뿐이다.

 

H&M은 변화하는 저가시장에서 가장 성공을 거둔 예이다. 동사는 스웨덴의 저가 의류 유통업체로서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브랜드의 두드러진 점은 2만 원대 티셔츠를 팔면서도 패셔너블한 이미지를 잘 구축했다는 점이다. 비결은 H&M이 소비자들의 가치 계산을 잘 꿰뚫고 있다는 데 있다. 저가 브랜드지만 이미지와 디자인의 중요함을 알고 하이패션 잡지에 광고를 실으면서 고급스런 이미지를 살렸다. H&M의 성공과 함께 주목할 점은 앤 테일러 같은 중가 여성복 시장이 사양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H&M보다 가격이 20~30% 이상 비싼데 디자인은 더 뛰어날 것도 없고 오히려 패션을 선도하는 측면에서는 H&M 등에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뚜렷한 감성적 매력도 없고 저렴한 경쟁제품보다 많은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는 중간 가격대 제품들은 가치 소비를 하는 중산층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기업들은 고가시장과 저가시장을 넘나드는 소비자들의 사각지대인 중가 시장에서 고사하지 않기 위해 고가제품과 저가제품을 모두 제공하는 전략을 세우기도 한다.

노키아는 현재 초고가 시장과 초저가 시장을 오가는 철저한 바이폴라(Bi polar)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인도와 중국 같은 신흥시장에서는 30달러 정도의 저가 휴대전화를 팔고 있으며, 서부 유럽 같은 선진 시장에서는 1억 원 상당의 위버 프리미엄(Uber premium) 제품인 휴대전화 베르투를 출시했다. 위버 프리미엄 제품이란 웬만한 명품족은 엄두도 낼 수 없는 고가 제품을 말한다. 위버 프리미엄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은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은 명품 시장에서 파급된 몰 개성화에 비판적이며, 자기 자신만의 독특한 차별화 전략을 추구한다.

 

그렇다면 노키아가 초저가 시장과 초고가 시장을 넘나들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바로 원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키아는 기술 특허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특허료를 지불하는 경쟁자들에 비해 가치는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저가폰을 제공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 더욱 부러운 것은 매출 확보를 위해 저가폰을 출시함에도 불구하고 진짜 금에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베르투를 통해 명품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나 LG 전자는 휴대전화 한 대당 특허료만 30달러 이상 지불한다. 따라서 가격이 30달러 이하인 초저가폰을 도저히 내놓을 수 없다. 저가시장에 진출하고 싶어도 진출할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의 장벽에 가로막혀 있는 것이다.

 

3. 브랜드 공간을 확보하라: 공간 콜래보레이션

사람들은 이제 밖에서도 공간을 즐기고 싶어한다. 공공장소에서 자신의 안방이나 거실 같은 편안함을 느끼고 싶어하고, 책을 보고 영화를 보는 등 집과 다를 바 없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을 선호한다. 이러한 제3의 공간은 사람들이 가족이나 직장을 벗어나 잠시나마 슬픔과 고민을 잊을 수 있는 요소를 제공한다. 과거 이런 욕구는 잠재된 욕구에 불과했다. 그러다가 스타벅스 같이 실제 공간을 제공하는 브랜드에 의해 현실이 됐다. 그리고 이런 브랜드들은 계속 새로운 형식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매장은 고객과의 가장 중요한 접점이다. 일반적으로 제품 구매 결정의 70% 이상이 매장 내에서 이루어진다. 또한 매장은 브랜드에 대한 정보 발신지로서도 큰 역할을 담당한다. 따라서 기업은 매장이 단순한 제품 판매 장소가 아니라 고객과 브랜드가 만나는 접점이라는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공간 연출 마케팅의 권위자 크리스티안 미쿤다는 매장을 집, 직장에 이은 제3의 공간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상적인 체험을 제공하는 매장만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으며, 그럴 때에만 고객이 가고 싶어 안달하는 제3의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공간 마케팅이라고 하면 매장을 통해 엔터테인먼트적 체험을 제공한다. 이는 리테일먼트(retailment)라는 트렌드를 만들었다. 리테일먼트는 소매업과 오락이 결합된 용어로 쇼핑에 즐거운 체험을 제공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하지만 매장을 상품을 판매하는 곳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채 단순 재미라는 요소를 준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한두 번 이용한 후 소비자들은 발길을 끊는다. 매장은 소비자들에게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면서 다음에 이 공간에 오면 어떤 체험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을 주어야 한다. 이것을 놓치면 자칫 형식에만 치우친 공간 마케팅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소니의 플래그십 스토어(전문매장)는 공간 활용에 관한 유용한 팁을 보여준다. 소니 플래그십 매장의 특징은 매장 운영 목적이 판매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소니라는 브랜드가 제시하는 라이프스타일을 고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갤러리인 셈이다. 소니는 플래그십 스토어 콘셉트를 여성과 어린이를 위한 패션 부티크라고 설명한다. 1년에 약 35만 명이 찾는 소니 플래그십 스토어의 매출이 얼마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소니 입장에서는 매출보다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는 동시에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데 더 큰 목적이 있다.

 

이러한 소니를 넘어서는 것이 애플의 플래그십 스토어이다. 애플은 고객이 수시로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도록 임대료가 비싸더라도 큰길가에 매장을 마련했고, 최고의 전문 지식을 가진 직원들을 배치하여 신제품이 구제품 및 향후 애플이 출시하고자 하는 제품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를 스토리를 통해 알렸다. 그 결과 애플은 전 세계 180여 개의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엄청난 흑자(매출 8.6억불, 영업이익 2억불)를 기록하였다. 이를 사람들은 스티븐 잡스(애플 CEO)의 마술이라고 칭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는 애플이라는 브랜드와 공간을 적극적으로 콜래보레이션한 결과이다.

 

4. 시장 점유율이 아닌 마음 점유율: 하이컨셉 콜래보레이션

소니의 경쟁상대는 누구일까? 삼성전자 혹은 파나소닉? 놀랍게도 소니의 경쟁상대는 가전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싸이월드처럼 더 큰 재미를 제공하며, 고객의 시간을 더 많이 점유하는 인터넷 기업이다. 최근 들어 산업 간의 컨버전스가 진행되면서 예전에는 경쟁자 또는 동업자로 간주되지 않았던 산업들끼리 유기적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또한 시장 점유율보다 마인드 쉐어, 즉 한정된 고객의 마음에서 더 큰 공간을 차지하기 위해 다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 업계의 시장 점유율은 큰 의미가 없다. 고객의 마음을 많이 차지하는 기업이 모두 경쟁자인 것이다.

 

반대로 이종산업 간에 다양한 제휴를 통해 파트너십 관계가 맺어지기도 한다. 카드사와 패밀리 레스토랑의 제휴가 대표적이다. 이보다 더 예의주시해야 할 트렌드는 이종산업 간의 벤치마킹이다. 대표적인 예가 LG 전자의 총각네 야채가게 벤치마킹이다. 총각네 야채가게는 조카나 아들 같은 친근한 모습으로 주부들에게 다가가는 전략을 사용하였다. LG 전자는 이러한 교육 시스템과 생각을 벤치마킹 해 가전업계의 주 고객인 주부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이처럼 다른 산업군에서 벤치마킹의 핵심을 찾으면 참신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총각네 야채가게는 어찌 보면 당연한 부분을 공략했기에 설마 저것이 마음을 움직이는 비결일까 의심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브랜드들은 사모님으로 대접받기보다는 친밀한 관계를 원하는 어머님의 마음을 몰랐기에 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었던 것이다. 기업들은 무심함의 사각지대에서 소비자들이 요구하기 전에 그들의 마음을 하이터치(미묘한 감정을 이해하는 것)해 줘야 한다. 이것이 하이컨셉 콜래보레이션의 출발점이다.

 

하이컨셉은 인간의 미묘한 감정을 이해하는 것 또는 공감을 이끌어내는 능력을 뜻한다. 2007년 개봉한 영화 <트랜스포머>는 많은 관객을 동원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LG경제연구원은 이 영화의 성공요인은 1980년대 로봇 만화를 보고 자란 30~40대 성인 남성들의 남자의 로망이라는 미묘한 코드에 호소함으로써 남성들의 절대적 공감과 열광을 이끌어낸 데 있다고 분석했다. 1980년대 어린이용 만화영화와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결합시켜 남들이 생각하지도 못한 거대 로봇 만화 영화를 실사화한다고 누가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이것이 바로 하이터치와 하이컨셉의 힘이다.

 

최근 기업들이 다른 산업군을 벤치마킹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경쟁력을 가진 다른 회사와 콜래보레이션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나는 것도 고객과 하이터치를 하기 위해서이다. 다시 말해 치열한 경쟁 환경 속에서 고객을 움직이는 미묘한 부분을 공략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고객의 지갑을 열려면 자사의 타깃 고객을 잘 알고 있는 상대와 콜래보레이션을 하여 고객의 미묘한 마음을 하이터치 해줘야 한다.

 

5. 스타의 스타일을 채집하는 인포러스트 시대의 소비자들: 스타 콜래보레이션

요즘은 스타들의 스타일 전성시대이다. 동대문만 가도 려원 스타일, 시에나 밀러 스타일처럼 스타의 이름에 스타일을 덧붙인 상품들이 넘쳐난다. 명품업체들도 이를 무시할 수 없다. 2003년 발렌시아가의 모토사이클 백이 처음 나왔을 때 너무 안 팔려서 고민이었다고 한다. 수석 디자이너가 심사숙고 끝에 이걸 한번 케이트 모스에게 줘볼까?라고 했고, 그렇게 함으로써 공전의 히트를 쳤다. 이제는 자신의 스타일을 적극 알리기 위해 브랜드와 콜래보레이션 하는 패셔니스타들도 늘고 있다. 스타일 디바 케이트 모스는 영국의 탑샵과 콜레보레이션해 자신의 디자인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

 

원래 스타 마케팅은 누가 어떤 드라마에 입고 나온 옷이라는 식의 입소문 전략이다. 스타 마케팅은 스타, 브랜드, 고객 간의 상호작용으로 형성된다. 브랜드는 스타에게 제품 협찬 및 트렌드 계약을, 스타는 브랜드에게 홍보 활동·고객화·모델화를 약속한다. 스타와 고객 간에는 추종과 모방, 브랜드와 고객 간에는 스타에 대한 대리충족과 다양한 판촉 행사를 통해 브랜드 로열티를 제고하고 있다.

 

이제는 단순한 스타마케팅을 넘어서 스타와의 콜레보레이션이 대두되고 있다. , 스타의 이름에 편승한 마케팅을 넘어 스타가 쌓아온 이미지나 총체적인 분위기를 통합적으로 콜레보레이션에 이용한다. G마켓이 한채영과 콜레보레이션한 레치첼 한스가 그 예이다. 단순히 한채영이 G마켓의 모델을 한 것이 아니라 디자인 컨셉 개발부터 제작까지 G마켓과 한채영이 협력했다. 협력 과정에 연예인이자 패셔니스타로 인기가 높은 그녀의 이미지와 독특한 분위기를 브랜드에 녹인 것이다.

 

스타들의 스타일 전성시대를 이끈 것은 스타들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찍어대는 파파라치를 통해 스타일에 대한 정보를 공급받고 공부하는 인포러스트(inforust: 정보information + 욕망rust) 시대의 소비자들이다. 인포러스트란 인터넷 댓글, 미니홈피, 블로그 등 여러 장치를 통해 실시간 피드백을 하는 정보 열광자를 일컫는다. 이들은 가장 발 빠르게 정보와 상품을 흡수하고 틈새를 찾아낸다. 인포러스트한 현대인들은 스타일 정보를 찾고, 파파라치들은 스타 아이콘의 스타일을 제공하면서 패션을 재생산하고 또 다른 파급력을 작용한다.

 

스타 콜래보노믹스를 창조하려면 다음 3가지를 명심해야 한다.

 

첫째, 브랜드가 지향하는 정체성을 담아야 한다. 애플의 아이팟과 뮤지션 그룹 U2의 콜래보레이션이 대표적이다. 트렌드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는 아이팟이 왜 U2를 선택했을까? 그것은 애플이라는 브랜드 정체성이 유행보다는 음악을 사랑하고 정통성 있는 MP3 플레이어라는 이미지에 있기 때문이다. 꾸준한 명곡으로 20년 넘게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U2와의 콜래보레이션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둘째,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는 스타만의 스토리, 즉 레거시(legacy)를 이용해야 한다. 패션은 살 수 있지만 스타일은 소유해야 한다라는 말이 있다. 스타일은 총체적 개념이다. 그 안에 담긴 DNA, 정체성, 삶과 발자취, 철학과 문화가 고스란히 그것을 표방해야 한다. 이 말은 인지도가 조금 떨어지더라도 확실한 자기만의 세계가 있는 스타와 콜래보레이션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타의 레거시와 자신의 타깃 고객층을 맞춰야 하는 것이다. 아무리 스타의 자기 세계가 독특하고 이미지가 확고해도 레거시가 브랜드의 정체성과 맞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셋째, 무엇보다 스타의 레거시를 콜래보레이션을 통해 더욱 확고히 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스타가 죽어도 그 제품이 영원할 수 있다. 에르메스의 켈리 백은 사망한 지 몇 십 년이 지나도록 할리우드에서 가장 우아한 배우라는 닉네임을 간직하고 있는 그레이스 켈리의 이름에서 따 왔다. 그녀가 임신한 배를 감추기 위해 넉넉한 사이즈의 빨간 악어가죽 백을 들고 대중 앞에 나선 이후로 많은 여성들이 그녀의 우아한 미모와 가방을 동일시 해 위시 리스트의 맨 꼭대기에 올려놓았다. 이렇듯 스타의 독특한 레거시를 통해 브랜드의 정체성을 공고히 할 수 있다.

 

3. 콜래보노믹스 실전 활용술

 

너는 내 운명,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2007년 프라다폰이 출시되자 많은 사람이 이런 질문을 했다. LG는 왜 재주만 부리고 공은 프라다에게 돌리는가? 그도 그럴 것이 제품 이름부터 LG 프라다폰이 아니라 프라다폰 by LG'이다. 로고, 포장상자, 벨소리, 광고 매체 등 온통 프라다 일색이고 어디에도 LG 전자의 모습은 찾을 수 없다. 하지만 여기에는 철저히 계산된 LG 전자의 야욕이 숨어 있다. 큰 것을 위해 나머지를 포기한 것이다. 프라다폰을 계기로 혁신적인 디자이너폰이나 터치폰을 내놓을 수 있는 쪽은 LG 전자이다. LG 전자가 아르마니 같은 다른 명품업체와 콜래보레이션해 다음 명품 휴대전화를 내놓는다고 해도 아무도 이견을 달 수 없다. 정작 중요한 부분(터치폰 시리즈)을 얻기 위해 사소한 많은 것을 양보한 것일 뿐이다.

 

프라다폰의 혁신성은 끊김없이 유려한 디자인이다. 하지만 이는 프라다의 디자인이 아니라 터치패드라는 LG 전자의 고유기술 때문에 가능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프라다폰의 주도권은 LG 전자가 쥐고 있다고 말한다. LG 전자는 프라다폰으로 패션 피플이라는 네트워크를 얻었으며 덕분에 많은 수혜를 입었다. 프라다폰은 보그엘르의 편집 관계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 화보에 자주 노출됐다. 광고도 프라다, 아르마니 등을 주로 작업하는 세계적인 사진작가와 손잡고 제작됐다. 더욱이 전면 터치폰이라는 혁신적인 플랫폼을 선점함으로써 패션업계 종사자들에게 LG 전자가 다음에는 어떤 기술로 디자인 혁신을 가져다줄지에 대한 기대감을 확산시키는 효과를 낳았다.

 

수많은 디자이너들은 프라다폰을 선택한 이유를 LG 전자의 블랙 라벨 시리즈라면 이러이러한 장점 및 특징이 있을 거야라는 기대를 주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다른 휴대전화는 그런 그림을 떠올릴 수가 없다고 했다. 유행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닌, 일관된 철학을 꾸준히 소비자들에게 심어주어 기대감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콜래보레이션은 바이럴 마케팅의 미래

풀 바이럴(pull viral) 전략이란 고객 및 구성원의 자발적 입소문을 유도해 양적으로 크게 확산시키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자발적으로 바이러스를 확산할 수 있는 전염적인 제품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휴대전화는 남의 눈에 쉽게 띄고 한번 보면 어떤 브랜드인지 금방 안다는 점에서 가방이나 구두와 비슷하다. 그래서 LG 전자는 가방과 구두에서 경쟁력이 강한 프라다와 콜래보레이션해 소유하기만 해도 명품을 가진 느낌을 줄 수 있는 휴대전화를 만든 것이다. 휴대전화와 핸드백은 항상 남에게 노출된다는 점에서 스스로 광고하는 제품이자 시각적인 입소문에 노출되기 때문에 풀 바이럴 전략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좋은 파트너와 콜래보레이션해야 한다.

 

바이러스 확산 초기에 모든 소비자가 똑같은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소비자들은 여론을 형성하는 데 남다른 능력이 있다. 그러므로 여론을 형성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할 소수의 의견 선도자를 찾아내고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프라다폰도 출시 초기에 패션업계 종사자들에게 협찬하고, 파파라치들에게 노출시킴으로써 입소문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주체, 즉 이노베이터를 집중 공략했다. 패션업계 종사자나 패션모델 등 패션을 선도하는 트렌드 세터가 풀 바이럴 전략을 위한 이노베이터인 이유는 이들이 바이러스를 확산시키기 위한 전문성과 매력을 다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패션은 바이러스성과 전염성이 커 입소문 마케팅 대상으로 적격이다. 따라서 패션 상품이 아닌 다른 상품도 패션 디자이너와 콜래보레이션해 패션 상품화하면 바이러스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풀 바이럴을 통한 자연적 확산만으로는 콜래보레이션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데 2% 부족하다. 그래서 푸시 바이럴(push viral) 전략이 필요하다. 이 전략은 소비자들이 자사 브랜드에 대해 잘 모르는 정보를 확산시키거나 브랜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홍보 기사를 의도적으로 퍼뜨림으로써 입소문이 나게 하는 것을 말한다. 기업들은 의도된 입소문을 통해 고객에게 자사 브랜드를 새롭게 인식시키고, 새로운 경험과 인식을 제공함으로써 고객의 충성도를 얻을 수 있다.

 

푸시 바이럴과 풀 바이럴 중 어느 것이 더 좋다거나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 없다. 풀 바이럴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부정적인 입소문을 통제할 수 없고, 푸시 바이럴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눈치 빠른 소비자들의 의심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두 방법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LG 전자는 초기에 미디어를 이용해 콜래보레이션을 알리는 푸시 바이럴 전략을 사용했다. 동시에 시각적 효과 및 와우 팩터를 제공해 많은 소비자들이 사진이나 콜래보레이션 동향을 개인 홈페이지로 퍼 나르게 하면서 저절로 입소문이 나게 하는 풀 바이럴 전략을 혼용했다. 이로써 고급화한 브랜드 이미지를 빨리, 그리고 더 넓게 확산시킬 수 있었다.

 

데본 리 지음

흐름출판. 200810월. 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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