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와 저지앙의 상인

 

상업의식이 투철한 상하이와 영리하고 변통력 있는 저지앙

 

 

◆ 상업의식이 투철한 중국의 상하이(上海) 상인

 

▶ 모험가의 낙원이자 외지인의 도시

대륙이 중심이 되었던 고대 중국에서 연해인 상하이는 낙후지역에 속했다. 그러다 서방 열강들이 물밀듯이 들어오면서 자금과 인재가 몰렸고, 지명도 없던 작은 촌락은 갑자기 국제적인 대도시가 됐는데, 시민의 70% 가량이 남방인이다. 그들은 중국인들 가운데 상경영을 잘하고 실익을 추구하는데, 복잡한 상황에 봉착하면 북방인처럼 체면과 비경제적인 요소에 연연해하지 않고, 이익 여부를 신속하게 판단하여 일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한다.

 

상도덕과 법규 준수를 잘 한다

상하이는 중국에서 준법에 대한 개념이 강한 도시로, 혼란스럽던 문화혁명 시기에도 대다수는 위법적인 상거래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상하이 시민은 당국이 내놓는 새로운 조치에 기본적으로 순응한다. 예를 들어, 무게 단위를 근에서 그램과 킬로그램으로 바꾼다고 하면, 짧은 시간 안에 거의 모든 상점은 이를 철저하게 시행한다. 소비자 고발 의식도 강한 편이다.

 

부담이 되는 선물은 주지도 받지도 않는다

중국 상하이인은 선물을 주고받되, 이유 없는 호의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리고 상대에게 빚을 졌으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만큼 돌려주어야 하며, 그 가치는 서로 같아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행동한다. 따라서 상하이인들에게 선물을 주거나 식사 대접을 할 때는 너무 지나쳐 부담스럽게 하거나, 반대로 너무 약소해 그들이 상담에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선물을 받을 때도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선물을 받고나서 그들이 원하는 만큼의 보답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좋은 상거래 기회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눈앞의 이익이 중요하다

이익을 좇아 자주 옮겨 다니는 중국 상하이인은 북방인처럼 상대방에게 느끼는 친밀감의 정도가 깊지 않아서 연고나 이유 없는 정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더불어 낯선 이가 인간적인 도움을 주었을 경우 받은 만큼 돌려주는 것이 그들의 계산법이다.

 

파란 신호등이 들어와도 천천히 걸어간다

상하이인의 계산적이고 신중한 태도를 광동인과 비교할 때 다음과 같은 비유를 자주 든다. ‘광동인은 녹색등과 마주하면 서둘러 건너가고, 빨간 불이면 건너지 않거나 기다리는 대신 돌아가며, 등이 없으면 더듬어간다. 그러나 중국 상하이인은 녹색등을 보면 유유자적하게 걸어가고, 빨간 불을 보면 감히 건너지 못하면서 우회해서 가는 사람을 질책한다. 그래서 상하이인은 신중하다 못해 담력이 없다는 인상까지 준다.

 

알라(阿拉) 중국 상하이의 자부심은 강하다

중국 상하이의 자부심은 하늘을 찌른다. 그래서 다른 지역 사람들을 촌놈이라 비하시켜 부르는 습관이 생겼고 심지어 깔보기까지 한다. 이 같은 자부심이 드러나는 말이 바로 알라(阿拉) 상하이 상인이다. 알라는 상하이 방언으로 나는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즉 알라 상하이인이라 함은 나는 상하이 상인 이다라는 뜻이다.

 

중국 상하이 상인과 상거래시 대응해야 할 전략을 세우자

중국 상하이인은 상담할 때 작은 문제로 논쟁을 벌여 시간을 끌고 상대를 피곤하게 한다. 따라서 그들을 상대하려면 대단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또 계약이 성사된 후에는 세부내용까지 매우 철저하게 이행한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상하이인의 상거래는 모든 것이 타당할 때만 시작하지, 중국의 북방인처럼 일에 착수한 다음 당면한 상황에 대해서 갑론을박하지 않는다. 아울러 그들은 국제적 수준의 표준에 따라 행동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또한 지역이기주의가 깊게 뿌리를 내려 다른 지역 상인에 대한 배타심이 강하다. 예로 실무적으로 다른 지역 소재의 은행과 거래를 하려고 해도 상하이 소재 기관의 승인을 받기가 어렵다.

 

상하이 상인과의 계약서 작성 및 상담 전략에 유의하자

중국의 상하이인들은 법에 대한 개념이 대단히 강한 사람들로, 쌍방이 서명 합의한 계약서에 의거한 법률적 효력에 중점을 둔다. 따라서 쌍방 간의 책임과 의무에 있어서 발생 가능한 의외의 사건에 대해 문서화시켜 보관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계약합의서에는 반드시 국가, 지방(합작 쌍방 소재지)과 관련된 법률, 법규적 요구에 부합하도록 하여 주관 및 객관식 원인으로 인해 이행불능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상하이인들과의 거래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 결정적 요소는 정감어린 말이나 행동이 아니라, 지극히 이성적인 태도다.

 

 

◆ 영리하고 변통력 있는 중국 저지앙(浙江) 상인

 

중국 최고 상인의 칭호를 받다

중국 상하이 남쪽 저지앙성 사람들은 예로부터 장사를 최고의 생업으로 생각했다. 특히 닝보, 원저우 상인의 탁월함은 중국에서 첫 손가락에 꼽힐 정도였다. 그래서 상하이 경제권이 저지앙상인 손아귀에 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중농의식이 강한 중국에서 저지앙상인이 크게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은 계몽사상이 큰 역할을 했다. 대표적 인물은 양명학의 창시자 왕양밍과 후왕종시이다. 중국에서 왕양밍은 유가경전과 도학, 성리학의 사상적 굴레에서 벗어날 것을 주장했고, 실천을 중시함으로써 명말과 청초에 인문주의 계몽사조 부흥을 일으켰다. 후왕종시는 왕양밍의 사상을 받아들인 인물로, 민주사상을 제창하여 봉건제도 타파를 시도하였다. 그는 상공업이 만물의 근원이라는 주장을 통해 중농사상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닝보상인, 모험정신과 개척정신으로 무장하다

중국 저지앙 상인 가운데 대표적인 그룹이 닝보상인이며, 모험과 개척정신이 그들의 정신을 이루는 뼈대이다. 닝보인은 고향을 떠나 외부세계에서 열심히 일하지, 좁고 답답한 집에서 삶을 영위하지 않는다. 닝보상인들은 19세기 말부터 홍콩, 마카오, 유럽, 미국 등으로 진출하여 나름대로의 세력을 정착시켰는데, 해외 각지에 분포되어 있는 닝보인은 전통적인 경영방식을 이어오며 후손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는 등 독특한 닝보풍을 형성했다. 또 닝보인은 사람들이 두려워 시도하지 않는 것에 먼저 도전하면서 이익창출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따라서 닝보인과 상거래를 할 때에는 그들의 진취적인 정신을 이해해야 한다. 그렇다고 무모하게 뛰어들지는 않는다. 벤처성투자의 경우에도 주도면밀함과 뛰어난 임기응변으로 실패하는 확률이 적은 편이다.

 

닝보상인, 가족과 동향인에 대한 의존이 강하다

중국의 닝보인은 동향인에게 형제의식을 보여 집단적인 역량을 확대하고, 상부상조 정신을 형성한다. 또 외지로 나갈 경우에도 대부분 동향이나 동향회 조직의 도움을 받는데, 닝보동향회는 철저하게 닝보상인의 합법적 권익을 보호하고, 외국상인의 침투를 허용하지 않는 단결력을 보인다. 그런데 가족과 동향을 중시하고 의지하지만 이익이 늘 최우선이다. 따라서 정감적 기업경영으로 인한 마이너스적 효과를 배제하며 자본주의적 상업정신을 실현한다. 예로 자녀보다 조카가 똑똑하다면, 그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기도 한다.

 

사교술과 처세술에 뛰어나다

저지앙인은 사교를 통해 목적을 달성하는 데 탁월한데, 그들과의 직접적인 이익의 충돌이 없는 한 매력적인 저지앙인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중국의 저지앙인은 상대방의 말과 눈치를 관찰하는 데도 뛰어나, 수시로 상대방의 신분, 지위, 경력, 목적, 태도에 따라 행동을 조정해 그들과 화합하려 한다. 또 저지앙인은 호감을 얻기 위해 상대방의 뜻을 거스르지 않으며 말수를 최대한으로 줄여 상대가 먼저 말을 꺼내도록 유도한다. 즉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으면서도 먼저 말하게 함으로써, 그들 스스로 고단수이며 권위가 있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다.

 

중국의 유대인, 원저우상인

저지앙의 원저우인은 총명한 두뇌로 능수능란한 상경영을 보여주어 중국의 유대인이라 불리는데, 베이징은 원저우상인이 활동하는 북방의 주요 무대이고, 티벳에서 장사하는 이들의 반이 원저우인이라 한다. 또 원저우인은 해외로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프랑스, 이탈라이, 스페인, 네덜란드 등 유럽 전역에 원저우인들이 살고 있으며, 파리에는 원저우거리도 있다.

 

원저우상인, 귀천을 가리지 않는 철면피로 무장하다

중국 원저우인은 직업의 귀천을 따지지 않는다. 재산을 증식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이라도 개의치 않는다. 또 원저우인은 거절당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상대의 나쁜 기색도 개의치 않는다. 상대가 어떻게 대하든 상관없이 돈만 벌 수 있다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원저우상인들과 상거래를 할 때는 그들의 철면피적 상거래를 이해해야 한다. 또 그들이 식사 대접을 하고 선물을 할 때에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여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들이 베푸는 호의를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였다가는 나중에 큰 후회를 할지도 모른다.

 

항저우상인, 자존심이 강하다

중국 항저우상인은 외지로 나가 삶을 꾸리는 데 관심이 없고, 세계가 아무리 넓어도 항저우가 최고라는 말을 한다. 항저우의 자존심은 아름다운 자연환경에서 출발한다. “하늘엔 천당이 있고 땅에는 쑤저우와 항저우가 있다라는 말이 있듯이, 항저우에는 아름답고 유명한 서호(西湖)가 있다. 그래서 중국 항저우인은 개척정신이 있는 중국 닝보상인과 원저우상인과 비교할 때, 같은 저지앙 사람이면서도 동향인이 아닌 듯한 느낌마저 준다. 이런 기질 덕분에 항저우인 중에는 크게 성공한 상인이 드물고 오히려 상술에서는 뛰어나지 못하다. 어쩌면 그들의 체면치레 덕분에 외지인들은 항저우에서 쉽게 돈을 벌 수 있는지도 모른다.

 

상업적이고 진취적인 중국 저지앙 상인의 특성을 이해하자

중국 저지앙 상인은 항저우인들을 제외하고는 상업에 능하고, 사교적인 동시에 개척정신이 뛰어나 외국인과의 교류에도 거리낌이 없다. 이런 저지앙상인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접근한다면, 서로에게 유익한 전략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항저우 출신과 다른 지역 출신의 성격이 상이하다는 점도 반드시 기억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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