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자본주의 : 시장의 힘과 작동원리를 활용해서 가난한 사람들과 불평등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강력한 시스템을 만들자는 개념

 

조적 자본주의

 

 

1. 인류의 흥망성쇠, 역사의 현장을 가다

사회적 책임과 함께 붙어 다니는 용어로 지속가능경영 또는 지속가능발전이 있다. 민간이든 공공이든 모든 조직은 사회적 책임을 소홀히 하고서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필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논하기에 앞서 두바이의 발전상을 먼저 살펴보고자 한다. 두바이 하면 초고속 성장, 세계 최초 같은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 다니지만, 반면에 지속가능한 발전을 저해하는 사회, 환경 분야의 문제점 또한 꾸준히 지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2005년 두바이 앞 바다 해저 20미터 지점에 동화 속에 나올 법한 수중호텔이 건설되기 시작하였다. 획기적인 발상으로 관광객을 끌어들인다는 계획의 이면에는 인근 바다의 수중생물을 파괴하는 무시무시한 환경파괴 가능성도 도사리고 있다. 실제로 환경 전문가들은 2000년 이후 증가하고 있는 해일의 주요 원인으로 무분별한 간척사업과 방파제 등의 인공 구조물 건설을 지목하고 있다. 두바이 앞 바다에 건설되고 있는 인공 구조물들이 어떠한 환경적 영향을 초래할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다. 환경파괴의 위험을 안고 건축한 시설물들이 완공 이후 바다 오염의 주범이 된다면 누가 두바이를 세계적인 관광지로 인정할 수 있겠는가?

 

최근 국제적으로 논의가 뜨거운 사회적 책임론은 국가 전반적인 사회책임 시스템을 잘 갖추어서 미래에 닥쳐올 지도 모를 갑작스런 위기에 현명하게 대처하고 나아가 사회 전반적인 윤리 의식을 고취하여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사회적 책임의 소홀로 인한 국론 분열, 국가 전반적인 이기주의 만연 등이 오히려 외부의 침략보다 더 무섭게 사회를 멍들게 할 수 있는 요소들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폐쇄적인 왕정 국가인 중동 정서상 이러한 사회책임 시스템의 구축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두바이가 미래에도 지금처럼 역동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희망한다면 이러한 시스템의 구축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두바이는 혁신적인 방법으로 왕정의 폐쇄 정치를 벗어 던지고 각종 규제를 풀어 개방 개혁 정책을 추진해 왔다.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맹추격하는 이웃 중동국가들과의 진검 승부를 위해서라도 사회적 책임이란 토대 위에 평화롭고 신뢰를 주는 국가 시스템의 정착이 필요하며, 이는 두바이가 추진 중인 개혁, 개방, 창조적인 리더십과도 가장 잘 어울리는 멋진 차별화 전략이 될 것이다.

 

<사례: 기업과 지역사회의 상생 - 바이엘과 레버쿠젠>

독일 레버쿠젠 주민들에게 바이엘은 우리 몸에 아스피린이 미치는 영향 이상으로 밀접한 관계를 형성한다. 1912년 바이엘이 본사를 옮기기 이전, 작은 마을에 지나지 않았던 레버쿠젠은 200516만 명이 거주하는 독일의 중심 도시로 발전하였다. 우선 바이엘의 발전은 지역 주민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졌다. 현재 레버쿠젠 주민 15% 이상의 일자리를 바이엘이 책임지고 있다. 또한 레버쿠젠의 문화와 스포츠,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역할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 매년 수개월 동안 열리는 문화 행사 기간 중에 바이엘은 지역주민을 위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음악회, 연극, 무용 등 연간 100여 회나 되는 공연을 제공하며, 지역사회의 문화 동호회 및 공연을 후원하는 일도 바이엘의 몫이다. 바이엘은 독일 최대의 스포츠 후원사이기도 하다. 축구, 농구 등 크고 작은 경기장을 설립하여 지역주민에게 개방함으로써 스포츠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바이엘은 환경을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많은 예산을 들여 폐수 및 환경 정화 시설에 투자하였으며 시설 유지를 위해 연간 10억 유로를 투자한다. 오늘날 바이엘과 레버쿠젠은 기업과 지역사회가 상생하는 대표적 성공모델로 손꼽힌다. 이를 통해 바이엘은 포춘 선정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500대 기업에 2년 연속 선정되는 등 세계적인 존경과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인류의 미래가 달려 있다

오늘날 기업이 인류의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따라서 기업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필요하다. 기업으로 말미암아 인류의 삶이 윤택해진 반면, 그 폐해도 커지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20081월 다보스 포럼에서 빌 게이츠는 정부, 기업, NGO들이 시장의 힘을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데 적극 활용해 세계적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면서 이른바 창조적 자본주의를 강조했다. 바야흐로 과거 이윤만 추구하던 비도덕적 자본주의에 대한 반성과 함께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도덕적 면모를 강조하는 새로운 가치체계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론이 우리 사회에 튼튼하게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경제의 핵심 주체인 기업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단지 책임이라는 관점에서가 아니라 기업 경영의 한 축으로써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경영을 이해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경영 패러다임의 세계적 변화이고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핵심 가치라면, 기업의 생존차원에서 적극 도입하여 경쟁력 강화에 활용해야 한다.

 

<사례: 나이키의 노동착취>

1996라이프지는 12살 파키스탄 소년이 나이키 로고가 새겨진 축구공을 바느질하는 사진과 함께 아동노동 착취를 비판하는 기사를 실었다. 각종 매체들이 앞 다투어 이 기사를 인용했고, 전 세계가 충격에 휩싸이며 나이키의 아동노동 착취에 분노했다. 나이키의 주가는 떨어지고 판매량은 급감했다. 1998년 나이키는 하청업체 노동자 문제는 우리가 관여할 바가 아니다라는 기존 입장을 바꾸어, 노동착취 금지를 규정하는 기업 윤리규정을 나이키 본사뿐 아니라 하청업체도 준수하도록 하고, 전사 차원의 사회적 책임 노력을 강화해 가기 시작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관련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점점 적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CSR 확산을 위해 협력업체에게 CSR 이행을 독려하여 산업계 전반으로 CSR이 확대되고 있으며,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공통적인 CSR 이행지침을 수립하려는 움직임이 지구촌 곳곳에서 일고 있다. 이런 움직임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이 ISO 26000이다. 이것은 국제표준화 기구(ISO)가 추진 중인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제 표준으로 사회적 책임의 개념, 원칙 및 실행, 7대 핵심 분야(지배구조, 인권, 노동 관행, 환경, 공정한 운영관행, 소비자 이슈, 지역사회 및 사회에 대한 공헌)에 대한 지침을 담고 있다. CSR과 관련된 또 하나의 국제 동향으로 유엔 글로벌 컴팩트가 있다. 이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제 협약이지만, 규제수단이 아닌 일종의 가치 기준으로 노동, 인권, 환경, 반 부패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10대 원칙으로 이루어져 있다.

 

최근 사회나 환경 이슈 등과 같은 기업의 비 재무적 성과에 대한 관심이 증대함에 따라 이들 자료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정보공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기업들은 경제뿐 아니라 사회, 환경적 성과까지 종합적으로 공개하는 지속가능보고서(사회책임보고서)를 발간하여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 1997년 유엔환경계획과 환경단체 세레스가 중심이 되어 만든 국제기구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는 표준화된 지속가능보고서 작성지침을 마련하였다. GRI의 지속가능보고 기준은 이후 국제적으로 가장 일반화된 가이드라인으로 자리 잡았다.

 

나이키의 아동 노동 사건은 환경 및 사회적 요인에 의한 기업 리스크 증가가 막대한 투자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는 위험을 실감하게 하였다. 이에 투자의사 결정 시 투자기업의 재무적 측면뿐 아니라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투자방식인 사회책임투자(SRI: 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가 주목받기 시작하였다.

 

SRI는 투자 포트폴리오에 대한 스크리닝, 적극적인 주주활동, 지역사회 투자 등 크게 3가지 방식으로 구분된다. 스크리닝은 기업 활동이 사회적, 환경적 책임 하에 적절하게 수행되는지를 감시하여 이를 투자의 잣대로 삼는 방식이다. 또한 적극적인 주주활동은 기업의 정책이나 지배구조 개선 등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며, 지역사회 투자는 저소득층 및 빈민 지역 등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통계에 따르면 사회적 책임 능력이 우수한 기업들의 평균 주가 상승률이 다우존스 글로벌 지수에 속한 기업들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CSR에 참여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은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첫째, 통합적 위기관리 효과. CSR 시스템이 정착되면 산발적으로 다루어져 왔던 기업의 리스크 요소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이해관계자들과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루트를 통해 각종 정보를 입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발견되는 문제점 중에 중대한 사안의 경우에는 문제 해결의 가이드라인과 목표치를 해당 부서에 전달하고 처리 결과를 피드백 받음으로써 기업의 리스크 요인들이 총체적으로 관리된다.

 

둘째, 비용절감 효과. CSR 시스템은 기업 경영 전반에 걸친 위험요인 제거 및 비효율적 프로그램의 개선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시스템 정착은 자연히 비용 절감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자원의 재활용 비율이 높아지면 환경보전뿐만 아니라 비용절감에도 기여하게 되며, 리스크 방지를 위하여 기획된 업무 프로세스 개선은 생산과정에서 소요되는 불필요한 자원의 낭비를 줄여준다. 또한 뇌물공여와 같은 비윤리적인 관행의 근절은 합리적인 거래가 이루어지게 하며, 또한 적극적인 사회공헌 활동은 언론, 지역,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게 되어 홍보비용의 절감과 함께 매출증대로까지 이어진다.

 

셋째, 조직문화 혁신효과. CSR을 준수하는 기업의 임직원들은 우리 회사가 타사에 비해 보다 윤리적이고, 환경 친화적이며, 사회에 공헌하는 착한 기업이라는 자부심을 갖게 되며 이를 통해 자신이 속한 기업에 대한 긍지와 희망을 갖게 된다. 많은 기업들이 원하는 인재상이 바로 창조적인 발상과 강력한 업무 추진력을 겸비한 직원일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잠재력 발휘를 가능하게 하는 힘의 원동력은 기업의 조직문화에서 나오며, 혁신적 조직문화는 CSR을 통해 강화될 수 있다.

 

넷째, 이미지 제고 효과. CSR 활동은 기업 이미지 제고 효과를 통하여 소비자들이 기업 및 브랜드에 호감을 갖도록 만들고, 그것이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구매로 연결될 수 있다.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72%CSR에 대한 긍정적인 뉴스를 접한 기업의 제품을 구매한다고 응답하였고, 부정적인 뉴스를 접한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지 않겠다고 대답한 응답자도 전체의 60%에 달했다. 선진 글로벌 기업들이 CSR을 단순히 의무적 관점이 아니라 기업 생존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민첩하게 대응하는 이유도 매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CSR의 파괴력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다섯째, 인재유입 효과. 적극적인 CSR 활동은 기업의 명성 및 브랜드 가치 상승과 직결되어 유능한 인재들을 지속적으로 기업에 유입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또한 인재들을 성장시키고 성과에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회가 다변화되어 감에 따라 직업 선택 폭도 넓어지고 평생직장의 개념도 점차 희석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서 CSR은 분명 회사를 돋보이게 하는 차별성을 제공할 것이며, 훌륭한 핵심인재의 지속적 유입과 정착을 보장할 것이다.

 

여섯째 사업기회 발굴 효과. 최근 기업의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새로운 접근 방법으로 CSR이 등장하고 있다. CSR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기업은 이해관계자들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새로운 사업기회의 모태가 되는 사회적 트렌드 변화를 최일선에서 감지해낼 수 있다. 또한 발굴된 사회 아이템에 사회적 책임이라는 위대한 가치까지 담을 수 있어 경제성과 사회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게 된다.

  

 

3. CSR 비밀병기

CSR은 이해관계자와의 조화로운 커뮤니케이션을 바탕으로 진행되어야만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사회지향적 과제이다. 따라서 기업은 자신의 CSR 활동을 이해관계자들에게 적극 알리고 이들의 다양한 견해를 피드백 받아 수렴해 나가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결국 어떻게 알릴 것인가?의 문제인데 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3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공익 마케팅. 공익 마케팅이란 특정 상품을 판매한 수익금의 일정 비율을 공익활동에 기부하는 사회참여 방식을 도입하여 상품의 판매량 및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는 마케팅 전략이다. 공익 마케팅을 통하여 임직원들은 우리 회사가 사회에 공헌하는 착한 기업이라는 자부심을 갖게 되어 창조적인 조직문화 구축에 동참하게 된다. 기업 또한 공익마케팅을 시작하면서 사회책임 노력을 천명함과 동시에 이에 따른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효과적인 공익 마케팅을 위해서는 먼저 상품(기업)의 특성과 공익 사이의 공통분모를 찾아서 상품에 어떤 공익을 담을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기업이 결정한 공익에 대한 호응이 소비자들의 참여로 이어지는 공익마케팅의 특성상 선택과 집중의 전략이 요구되는 것이다. 자동차 회사가 안전운전 캠페인 활동을 하는 것, 화장품 판매 기업이 유방암 예방 활동을 하는 것 등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미국의 작은 화장품 방문판매 회사였던 에이본은 1990년대 유방암 예방 캠페인을 전개하여 미국 비영리 보건 프로그램 사상 최고 액수인 3,200만 달러의 모금액을 기록하는 큰 성공을 거두었고, 이를 계기로 대중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면서 세계적인 화장품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둘째, 지속가능 보고서. 지속가능 보고서는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을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부문으로 구분하여 이에 대한 정보를 이해관계자와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보고서이다. 2000년대 들어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중요성이 집중 거론되면서 대형 연기금 및 SRI 펀드 투자기관들은 지속 가능 보고서에 주목하고 있다. 이제 지속가능 보고서를 발간하지 않는 기업은 투자대상으로 고려되는 기회조차 박탈당하는 실정이므로 보고서 발간은 책임의 의미를 넘어 자본 조달을 위한 핵심과제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기업이 보고서를 작성하려면 기존 CSR 활동의 성과를 분석하고, 경쟁사 및 동종업계 보고서를 벤치마킹하고, 전사적 CSR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런 과정 속에서 기업은 그동안 몰랐던 경영상 리스크 요인을 새롭게 발견해낼 수 있으며, 잘못된 관행도 찾아내어 개선할 수 있다. 단지 보여주기만을 위한 보고서가 아니라 CSR을 향한 투명한 목표와 성과공개를 담은 내실 있는 보고서 발간을 통해 내부 프로세스 개선과 이에 따른 기업 경쟁력 강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셋째, 온라인 CSR. 체계적인 CSR 활동을 통해 이해관계자들의 신뢰를 듬뿍 받고 싶은 기업이 있다면 투명한 정보공개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에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 이 두 가지가 CSR 성공의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업이 인터넷을 잘 활용한다면 이 문제들을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지구촌 곳곳에 있는 이해관계자가 관심 기업의 정보를 열람하기 위해 우선 해당 회사의 홈페이지를 방문한다. 홈페이지가 기업의 CSR 수준을 판단하는 첫 번째 관문이 되는 셈이다. 최근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온라인 CSR 시스템을 구축하여 이해관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고 있다. 사용자 참여 중심의 인터넷 환경인 웹 2.0 시대를 맞이하여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은 홈페이지에 지속가능보고서를 일부의 설명과 함께 PDF 형태로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단순히 인터넷을 자료저장 창고로 활용하는 것으로 웹 2.0의 특징인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강화라는 시대 흐름에 따르지 못하고 있다. 반면 글로벌 기업들은 책자 형태의 보고서 발간 및 PDF 파일 제공은 물론이거니와, 지속적인 정보 업데이트에 더하여 유관 정보까지 함께 제공하는 사용자 중심의 온라인 보고서로 발전하고 있는 추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영국의 석유화학 기업인 쉘의 지속가능보고서 사이트를 들 수 있다. 이 사이트에는 페이지마다 사용자 편의를 위한 서비스(인쇄용 버전, 이메일 보내기, PDF 다운로드, 파일 변환)를 제공하고 있으며, 관련 정보 및 최신 소식을 알려주는 링크까지 제공하고 있다.

 

4. 착한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기업들이 추구하는 기업상에는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 왕성한 비즈니스 활동을 통해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강한 기업. 둘째,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에 나눔을 실천하는 착한 기업. 셋째, CSR 활동을 통해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까지 성실히 이행하는 위대한 기업이다. CSR 내에 포진하고 있는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책임의 모든 면을 고려한다면 강한 기업과 착한 기업은 모두 위대한 기업으로 발전해 나가기 위한 전제 조건이자 밑거름이라 할 수 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 특성상 대부분의 기업은 강한 기업은 되고 싶어 하지만 착한 기업에 대한 관심은 소홀하다. 사회공헌을 기업 경영과 무관한 덜 중요한 활동으로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공헌은 CSR을 구성하는 여러 이슈 가운데 특별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슈이다. 사회공헌은 기업이 위대한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전략적인 고지를 선점하도록 해주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사회공헌을 CSR로 이어지는 징검다리로 인식하고, CSR과 융합된 사회공헌을 실시하는 기업은 결국 CSR 바람을 확산시켜 기업의 전반적 경쟁력 강화를 도모할 수 있다.

 

실제로 이웃에 대한 관심으로 가볍게 시작한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결국 CSR에 대한 인식전환과 책임감으로 확산되어 CSR 추진의 계기로 작용하게 되는 경우를 종종 발견할 수 있다. CSR 차원의 사회공헌에 대한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최근 기업들 사이에는 전략적 사회공헌 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지고 있다. 전략적 사회공헌이란 수혜자들에게 실질적 혜택을 주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이를 통해 기업 가치도 높이고자 하는 활동을 일컫는 말로서 그 성공의 중심에는 BRC(Business, Resource, CRS)가 있다.

 

먼저 B는 비즈니스와의 연관성을 뜻한다. 이는 비즈니스와 사회공헌과의 연관성을 강조하여 활동의 당위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화장품 회사에서 여성 관련 사회공헌 활동을 실시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두 번째로 R은 기업이 보유한 가용자원을 의미한다. 사회공헌을 추진함에 있어 큰 걸림돌 중 하나가 인력이나 예산 같은 투입 자원에 대한 부담이다. 그러한 현재 기업이 보유한 자원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면 부담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세계 최대 운송 서비스 기업 UPS가 자사 보유 차량을 활용해 지역사회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 좋은 예이다. 마지막으로 CCSR 내의 한 영역으로써 이해되는 사회공헌을 의미한다. 사회공헌을 통하여 조직 내 CSR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고 사회공헌을 CSR 대표 브랜드로 성장시켜 지속가능발전의 상징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위의 세 가지 성공요소에 기반한 전략적 사회공헌에서 출발하여 지금은 세계적 CSR 우수 기업으로 도약한 3M의 사례를 통해 우리 기업이 나아가야할 사회공헌의 방향과 전략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사례: 3M 사회 공헌의 성공요소>

첫째, (Business)과 관련된 활동. 3M의 제품 중 현재까지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제품은 스카치테이프, 포스트잇 등 문구류이다. 따라서 동사는 제품의 주요 소비자층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내실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함으로써 고객들에게 착한 기업의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있다. 또한 교육 분야는 과학을 기반으로 하는 3M 제품의 특성과 부합되는데, 이에 따라 강사파견 같은 자원봉사뿐 아니라, 과학 분야 연구 프로젝트 및 다양한 과학교육 관련 단체들도 회사 차원에서 후원하고 있다.

 

3M에는 30% 원칙이란 기업문화가 있다. 각 부서가 연간 총 매출의 30%를 최근 4년 이내에 내놓은 신제품으로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창의성을 중시하는 3M의 경영철학이 담겨 있다. 이에 따라 동사는 초고등학생 대상 창의력 개발 프로그램과 발명 프로그램 등을 미국 전역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는 창의력을 통한 신제품 개발이라는 3M의 핵심가치가 반영된 결과이다. 이 같이 업종 특성을 최대한 반영시킨 사회공헌을 통해 동사는 사회친화적인 착한 기업의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었으며, 나아가 동사가 필요로 하는 우수 인재를 양성하는데 큰 보탬이 되었다.

 

둘째, 기업이 보유한 자원을 최대한 활용. 3M은 다양한 과학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임직원 및 퇴직자들이 고등학생들의 멘토나 여름방학 교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아이들과 함께 과학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교사들을 3M 실험실로 초청하여 직접 경험과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이처럼 3M은 핵심자원인 현직 임직원들뿐 아니라 퇴직자까지 자원봉사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여 과학, 기술, 비즈니스 분야에서 업무를 통해 습득한 전문지식을 지역사회에 전수하고 있다. 자원봉사에 참여한 임직원이 내놓은 다양한 아이디어는 매년 동사가 후원하는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 진행을 위한 밑거름이 되었으며, 임직원들의 적극적인 호응은 조직문화 혁신이라는 성과까지 덤으로 안겨 주었다.

 

셋째, CSR과의 연관성. 교육 분야에서 시작된 3M의 사회공헌 활동은 점차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었다. 교육 분야에 대한 자원봉사에 직접 참여하며 지역사회의 현실을 체험해 온 임직원들이 타 분야에 대한 지원의 필요성을 인식하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동사의 사회공헌 활동은 지역사회의 환경, 예술 및 문화, 건강 및 보건 등의 영역까지 점차 확대되었다. 이후 동사의 CSR 활동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여 1961년 위생공학 부서, 1973년 에너지 관리부서가 창설되었으며, 1987CSR을 통합 관리하는 위원회가 설립되어 CRS 우수기업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3M은 사회공헌 차원에서 실시한 교육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CSR의 중요성을 깨닫고 지금의 존경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그 결과 20062년 연속 National Environment Performance Track Outreach Award 등 다양한 환경관련 상을 수상해오고 있으며, 2002년부터 다우존스 지속가능지수와 FTSE 사회책임투자 지수에 포함되는 등 세계적으로 CSR 성과를 널리 인정받고 있다. 또한 2008년 포춘 선정 500대 기업과 존경받는 미국 100대 기업에 모두 포함되는 등 경제적 성과뿐 아니라 국민적 사랑과 존경까지 함께 받는 위대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5. 새로운 문명이 밀려온다

세계적 환경경영 모범 기업인 소니는 지난 2001년 말 네덜란드를 통해 유럽에 수출하려던 게임기 제품의 통관이 거부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하청업체가 만든 일부 제품에서 인체에 유해한 카드뮴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제품은 전량 반품되었고 소니는 2천억 원에 달하는 금전적 손실뿐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 추락이라는 치명타를 입었다. 이후 소니는 협력업체 4천 곳에 CSR을 준수하지 않는 기업과는 더 이상 거래를 하지 않겠다라는 폭탄선언을 하게 된다. 이 사례처럼 이제는 개별 기업 혼자만 CSR을 잘 이행한다고 해서 위험요소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대기업과 협력업체를 포함한 해당 산업 전체의 CSR 이행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 2006년 소니, 필립스 등 22개 글로벌 대기업들은 CSR의 통일된 기준을 만들어 적용할 계획을 발표했다. 그리고 법령준수, 인권보호, 환경대책 등 40개 항목에 걸친 기준을 만들어 납품업체에 배포하였다. 부품 조달업체를 평가하기 위한 세계적 규모의 CSR 관련 통일 기준이 만들어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글로벌 아웃소싱의 확산과 더불어 CSR 경영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이제 CSR을 게을리 하는 기업은 존경받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어려워지게 된 만큼, CSR을 단순히 책임 관점에서가 아니라 경영전략의 관점에서 인식해야 한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뿌리 깊은 반 기업 정서가 만연해 있고, 이로 인해 기업이 직접, 간접적으로 보는 손실은 실로 엄청나다. 왜 우리나라에서는 이토록 강한 반 기업 정서가 가시지 않는 걸까? 가장 중요한 원인은 CSR에 대한 미온적 대응에 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원한다면 이제 기업 스스로 어떻게 이 사회와 조화롭게 살아갈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성공 요소는 최고 경영자의 관심과 의지이다. 최고 경영자의 CSR에 대한 인식전환은 해당 기업의 체질 강화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의식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최고 경영자를 비롯한 사회 지도층은 사회를 이끌어가는 주요 집단인 만큼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도 솔선수범해야 한다. 우리는 사회 지도층에게 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고, 그러한 기대가 부합될 때만이 비로소 이들을 존경의 눈길로 바라보게 된다.

 

창조적 자본주의의 바람과 함께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세상을 향한 아름다운 항해를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문명은 보다 사회 친화적이고 인간 친화적인 기업상을 요구하고 있으며, 기업들은 이에 순응함으로써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찾고 있다. 빌 게이츠가 주창한 창조적 자본주의는 단순한 명제에서 출발한다. 세상은 점차 좋아지고 있지만, 그 속도는 충분히 빠르지 않고, 그 혜택이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라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생각이 출발점이었다. 실제로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하여 제품 가격의 1%를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에 사용하자는 취지의 레드 캠페인은 200만 명에 달하는 아프리카 사람들을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로 인한 죽음의 위험에서 벗어나게 만들었다. 이는 착한 자본의 힘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키고자 노력하는 창조적 자본주의의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창조적 자본주의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현존하는 환경을 잘 보존하여 모든 인류가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추구한다. 이는 새로운 문명의 시작을 알리는 전주곡이며, 지속가능한 인류 행복을 향한 최후의 패러다임 변화일지도 모른다. 이제 막 사회공헌과 환경경영 및 윤리경영을 시작한 기업일지라도 결코 움츠러들 필요가 없다. 앞으로 세계 어느 기업보다 적극적이고 전략적인 CSR 활동을 펼쳐 나간다면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기회가 충분히 주어질 것이다.

 

최혁준 지음

이안에, 20087월,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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