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바보 : 혁신의 근본은 기업의 당면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여 실질적인 해결을 추구하는 혁신역량을 확보하는데 있다.

혁신 바보

 

 

1. 머리 굴리기 역사와 문화가 가미된 UI 창조

역사와 문화가 가미된 재료들을 가지고 반죽을 해서 새로운 UI(User Interface: 사용자와 시스템간의 접점 또는 정보채널)를 만드는 작업에 심취했던 시절이 있었다. 괭이나 도끼, 아쟁, 장구, 북 등과 같이 인류의 역사와 전통을 고이 간직하고 있는 도구들과 악기들에서 힌트를 얻어서 새로운 UI를 만들어 보려는 시도를 한 적도 있다. 새로운 UI를 만들려면 머릿속에서 변화된 UI에 대한 상황 설정 후 성능 평가가 가능하도록 가상적 시스템을 만들어 작업한다. 역사 속의 어떤 컨셉에서 시작하여 기본 논리흐름(Logic)이 단순하고 간편하면서도 모든 기능을 쉽게 구현할 수 있는 UI를 새로 만든다면 1차적으로는 성공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귀찮은 일을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고 이왕 하는 일이면 재미있게 하고 싶어한다. 기존의 방법보다 한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속도가 떨어진다 하더라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논리 흐름이라면 사용하는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매력을 가지는 것이다. 역사와 문화가 가미되면 UI는 쉽게 익숙해지기 때문에 편안함을 느끼게 되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장점을 극대화하려는 것이 역사와 문화가 가미된 UI를 만들어내는 목적이며, 그 방법론의 1차 접근은 UI의 재료가 역사와 문화가 반영된 것이어야 하고 그 재료를 머릿속에서 반죽을 한 후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숨어 있는 문제를 제거해 나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미래를 예측하는 기술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일이 단순히 시간의 함수로 표현되는 경우는 없다는 것에 분명하다. 미래에 일어나는 것은 단지 미래에 일어날 뿐 시간과 직접 관련된 시간 함수는 아니다. 그런 까닭에 미래를 읽는 다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미래를 미리 예측하기 위해서는 어떤 일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요인들의 작용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런 연유에서 미래를 내다보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쉬운 일도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전문가에게는 쉬운 일이지만 지식이 없고 상상력이 부족한 사람은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다. 기업의 관점에서 미래를 읽는 일이 중요한 경우는 기업 외적인 영향에 따라서 실적이 변화하는 것에 대한 대비의 관점에서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석유 회사에는 석유 값이 오를 것인가 내릴 것인가의 문제가 존재한다. 물론 다른 문제들도 있겠지만, 석유회사의 운명을 좌우할 만큼 커다란 사건은 석유 값이 내리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 경우 석유 값이 어떤 경우에 얼마까지 내릴까를 예측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반도체 회사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생각된다. 반도체의 가격이 오를 것인가 아니면 내릴 것인가를 예측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고 기업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는 핵심 이슈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시장 메이저 회사라면 반도체 값이 내릴지 오를지에 대해서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고 시장을 조절할 힘을 가지고 있어서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사안은 아닐 수 있다고 본다. 개인의 입장에서는 증권시장이 상승장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하락장으로 갈 것인가에 대해 예측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수익률은 전적으로 시장의 흐름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우연이 아닌 필연으로 가는 길

창조자라고 하면 에디슨은 단연 그 건수에서 유명하다. 그는 1천 건이 넘는 발명을 했고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아직도 그가 만든 전구가 가정을 밝히고 있고 그가 만든 축음기 등이 생활 속에서 제 몫을 다하고 있다. 에디슨은 GE의 모태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연구실이 이룩한 업적은 누구도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바벨탑이다. 1퍼센트의 영감과 99퍼센트의 땀으로 이룩한 필연의 창조 코스는 지금도 역사적 기념비이고 에베레스트 산이다. 1퍼센트의 영감은 천재와 둔재를 가르는 경계선이라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사실 1퍼센트의 영감을 떠올리는 능력이 모든 사람에게 부여된 재능은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1퍼센트의 영감이 운명설을 따르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본다. 노력하면 1퍼센트의 영감도 얻을 수 있고 열정을 가지면 1퍼센트의 영감은 당연한 것이 된다.

 

어떤 사람이 새로운 것을 창조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귀부터 의심하는 것이 상식이다. ‘무슨 소리야 그럴 리가 없어라는 반응이 일반적이다. 에디슨이 달걀을 품었다는 어린 시절 이야기는 교과서에도 나오지만 생각만 해도 엉뚱하고 사회 부적응아의 표상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그렇지만 새로운 것을 창조한 그 사람에게 지금까지 이루어 온 많은 발명들이 있었다면 당장 반응이 달라진다. 역시 그 사람은 대단해하는 생각을 갖게 될 것이다. 일반인은 우연에 의해 아이디어를 발상한다. 그러나 에디슨 같은 전문가는 당연시되는 확률을 갖는 필연적 아이디어를 발상해낸다. 냄새를 잘 맡는 능력이 영감이라고 본다. 1퍼센트의 영감이라는 것은 아이디어의 성공 가능성과 가치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하는 인간 창조력의 극치를 표현한 말이라고 이해되어야 한다.

 

아이디어는 인간의 머릿속에서 나온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열심히 좋은 이야기를 하다 보면 아이디어가 번득 하고 떠오른다는 사람들이 있다. 길 가다가 전봇대에 쾅 하고 부딪히고 나면 불현듯 멋진 아이디어가 떠오른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믿거나 말거나……. 어떤 사람은 책 속에 아이디어가 있다면서 열심히 책을 읽으라고 한다. 그런 사람에게 난 이렇게 말한다. “그럼 언제 생각합니까? 열심히 책만 읽으면 생각할 시간이 없잖아요? 아무 생각도 안하고 아이디어가 어떻게 나오나요? 설령 아이디어가 나온다한들 그런 아이디어를 어떻게 기업에서 추진하죠?” 어떤 사람은 역사 속에 아이디어가 있다면서 열심히 역사책을 읽고 또 읽는다. 그리곤 공자가 어떻고 맹자가 어떻고 하면서 모르는 것이 없다. 그런데 정작 컴퓨터 관련 돈 될 만한 아이디어 하나면 내달라고 하면 바쁘다면서 온갖 핑계를 다 댄다. 끝내 아이디어 하나 못 내고 만다. 또 어떤 사람은 남의 아이디어를 듣고 와서는 앵무새처럼 말한다. “이런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고 하더라, 정말 돈 된다고 하더라, 잘하면 1년에 몇 천억은 번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다행히 한번 해보자는 말은 안 한다.

 

가끔 이런 사람도 있다. 자기는 아이디어를 수천 개 가지고 있고 특허 낸 것만 100건이 넘는다고 한다. 자기는 아이디어 그 자체라고 말한다. 그리곤 특허를 어디다 냈냐고 물으면 해외특허 출원했다고 말한다. 진짜일까? 조사해보면 전부 거짓말이다. 옆집에 이런 사람도 있다. 자기는 6시그마 추진하는 사람인데 혁신할 수 있는 정말 많은 아이디어가 있다고 말한다. 지난번에 어떤 과제를 하면서 사람들하고 같이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수백 개를 냈는데 진짜 주옥 같은 아이디어였노라고 말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아이디어에 대해 엉뚱한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은 아이디어는 사람의 머릿속에서 나온다. 창조적 혁신은 아이디어에서 시작되는 것이고 그래서 창조적 혁신은 사람의 머리로만 추진 가능하다. 이왕이면 유연한 머리가 좋고, 아이디어를 많이 내본 경험이 있으면 좋고, 분석적 접근에 능통하지 않으면 더더욱 좋다.

 

돈이 되는 진짜 아이디어

한 가지만 10년을 생각할 수 있을까? 조금만 해도 싫증을 느끼는 요즘 젊은이들을 위해 하는 말이 아니다. 소위 창조적 혁신을 하겠다는 신흥 창조론자들에게 하는 말이다. 같은 문제에 대해 분석을 10년쯤 하면 좋은 아이디어가 넘쳐나지 않을까? 아이디어를 내려면 모든 상황에 정통해야 한다. 적어도 아이디어가 적용되는 분야에 대해서는 전문지식과 식견이 있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내고 싶은 욕심이 있어도 처음 아이디어를 내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전후좌우를 파악하고 깊이를 더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를 알아내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문제가 무엇인지 안다 해도 그것을 해결할 좋은 방안이 없다면 괜한 고민을 한 것이다. 나아가 문제가 해결될 좋은 방안이 있다고 해도 내 것으로 만들 수 없다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괜한 짓을 왜 한다는 것인가?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 성립의 조건이 만족되어야 본격적으로 아이디어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아무데나 가서 그냥 갈겨대는 아이디어는 스트레스 해소 외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아이디어가 지적 재산권으로 보호되지 않는다면, 무엇 때문에 시간을 낭비하면서 쓸데없는데 힘을 뺄까? 그냥 낮잠이나 자는 것이 남는 장사다. 이렇게 되고 보니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분야가 제한되는 것이다. 전문지식이 있어야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는 전제 조건 말고도 아이디어가 가져다 줄 새로운 가치를 누가 소유하느냐에 대한 비즈니스 모델 성립조건의 문제도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분야를 한정하는 요인이 된다. 설령 위의 조건이 모두 만족한다고 하더라도 돈이 되는 아이디어는 따로 있다. 돈이 되는지 안 되는지를 아는 것이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서 갈고 닦아야 하는 필수적 재능이다. 머릿속에서 떠오른다고 모든 것이 아이디어는 아니다. 뿐만 아니라, 아무리 기술적으로 고도한 것이라고 해도 돈이 안 되면 아이디어가 아니다.

 

2. 가슴으로 생각하기 혁신바보

혁신 바보란 혁신의 완장을 차고 엉뚱한 일을 해서 시간을 낭비하고 현장의 뒷다리를 잡는 거꾸로 혁신가를 말한다. 바보들의 특징을 하나하나 열거해보려고 한다.

첫 번째, 일은 하지 않고 파워포인트 자료만 열심히 만들어대는 사람들을 말한다. 그러다 보니 파워포인트 자료 만들기 대가가 되어 예술적 경지에 이른 사람들로서 이들이 없으면 수많은 기업의 회의가 중단되거나 연기될 수밖에 없다.

두 번째, 혁신의 목적을 망각하고 방법론을 신주 모시듯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방법론을 생활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치고 현장의 문제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세 번째,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열심히 하다 못해서 열정을 가지고 하는 사람들이다. 사실 이런 사람들이

첫 번째 바보인데, 기업의 비효율과 낭비가 이런 사람들에게는 비효율의 지표를 들이댈 정도로 어리석은 사람들이다.

네 번째, 방법론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6시그마가 가장 창조적 방법론이라고 우기고 6시그마에는 DMAIC 방법론 밖에는 존재할 수 없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다섯 번째, 아무런 근거도 없이 시그마 수준을 추정하는 사람들이다. 여기에는 마이클 해리도 포함된다. 그런 부류들은 규격도 없이 데이터를 만들고 통계적 근거도 없이 막연히 추정하여 각 분야별 시그마 수준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다섯 바보들이 우리 주위에 많다는 것은 우리의 혁신 수준이 아직도 형편없으며 제대로 된 혁신보다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혁신이 많다는 반증이다. 혁신 바보가 되지 않으려면 많은 분야의 경험이 필수적이고 스스로를 돌아보는데 있어서 객관적인 시야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서 자신의 장단점을 냉정하게 파악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행동의 자유가 아니라 사고의 자유다

새로 만든다는 단어처럼 창조적인 것은 드물다. 아니 새로 만든다는 것이 바로 창조다. 뭔가를 만들려면 그때부터 고민이 시작된다. 새롭게 만들 것인가? 베껴서 만들 것인가? 행복한 고민이다. 뭔가를 만들어내려면 어떤 사상을 가지고 시작해야 하는데, 사상에 따라서 복제가 되기도 하고 창조가 되기도 한다. 물론 대부분은 복제이면서 창조적 요소를 갖는다. 뭔가를 새롭게 만든다는 것은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무작정 새로 만든다는 것은 화를 자초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전후좌우를 살펴보고 마음이 편안하고 자신감에 넘칠 때 만드는 것을 시작하면 좋다. 반대로 뭔가 찜찜하고 잘못되면 목이 달아날 것 같은 때에는 시간을 두고 심사숙고하는 것이 좋다. 꿈자리가 뒤숭숭하다는 말이 있는데 그럴 때는 조심하는 것이 좋다.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창조는 내 맘대로 그렇게 쉽게 되는 것이 아니다.

 

규모가 작은 어떤 것을 만드는 경우에는 개인적 취향에 따라서 판단하면 된다. 기분 날 때마다 조금씩 만들어가다 보면 새로운 것이 완성되어 있는 경우가 가장 바람직한 만들기다. 무의식적으로 늘 생각의 주머니 속에 넣고 고민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새로운 것이 눈앞에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인생을 걸고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보려고 노력하는 사람에게 감동을 느낀 적이 있다. 무모한 일면을 보면서 참 덜떨어진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해본 적도 있고 순수한 영혼에 존경심을 가져 본 적도 있다.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한다는 것은 신성한 일이고 존경받을 일이며, 인류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일이다. 인간사는 그런 어리석은 자들로 인해 발전해 왔다고 스티브 잡스가 말을 한 적이 있다. 어리석어야 도전할 수 있다.

 

설득과 감동은 창조적 혁신의 원천

조직에서 사람을 설득하는 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설득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저런 일을 지시하면 매우 복잡한 문제가 야기된다. 심정적으로는 동조하지 않으면서 표면적으로만 동조하는 척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결국에는 수많은 갈등으로 연결되는 단초를 제공하게 된다. 돈이면 뭐든지 다 할 수 있다고 하지만 할 수 없는 일이 수없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특히 사람의 마음을 사는 일은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경우가 가끔 발생하게 되고, 그럴 경우 아주 복잡한 사태로 발전할 가능성을 잉태하게 된다. 창의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자존심도 매우 강하고 사리판단에 있어서 명확한 원칙을 요구하기 때문에 창조적 인재의 마음을 푼돈으로 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들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설득과 감동이다. 서로 마음을 주고받는 것만큼 좋은 설득 방법도 없다. 마음을 열고 자신의 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한 사람의 마음을 살 수 있다면 그래서 창조적 인재가 새로운 것을 만드는데 전념할 수 있도록 만든다면 설득에 성공한 것이다.

 

다음 단계로 창조적 인재를 감동시키는 것은 설득을 뛰어넘는 새로운 지평을 여는 것이다. 미켈란젤로가 마지막에 프랑스 황제의 보호 아래로 들어간 것을 나는 감동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예술에 대한 이해를 넘어서 창조자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바로 감동의 원천이다. 기업에서는 이런 과정들이 무시되고 당근과 채찍을 사용하려는 경향이 있다. 당근과 채찍은 창조자의 마음을 사는데 있어서 가장 서툰 방법이다. 창조력을 갖춘 인재는 채찍을 무서워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을 정도의 실력과 정신력과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적은 돈으로 보상하는 것은 그 효과가 제한적이다. 창조적 인재를 설득하기 위해서 명예라는 제도를 활용하기도 한다. 펠로우(Fallow)제도 같은 것인데, 일면 값진 제도이기도 하고 일면 실질적이지 못한 측면도 있다. 물론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창조적 인재를 움직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CEO 와 창조적 인재가 같이 호흡할 기회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한다.

 

원칙이 통하는 사회로 가자

자본주의 사회에서 원칙이라는 것은 결국 시장원리이다. 시장 가치가 높은 일을 한 사람을 우대하는 것이 기업에서 자명한 것이어야 가치관에 혼란이 생기지 않는다. 아무리 특수한 인사 목적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초일류 기업을 지향하는 기업이라면 시장가치가 높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람을 우대해야 한다. 만약 그러한 원칙이 무너진다면 기업의 경쟁력은 급격히 약화될 것이다. 사원들은 시장 가치를 높이기 위한 업무보다는 특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매진할 것은 자명하다. 이런 환경에서는 창조적 혁신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누가 그런 바보로 남아 있으려고 할 것인가? 만약 특수 계층의 약진이 두드러진다면 다른 계층의 복지부동현상은 불 보듯 뻔한 것이다. 사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지 못하는 기업이 낭비하는 인적 역량이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강력한 도전을 무력화시키는 동력이 되는 것이다.

 

20세기에는 모든 정보가 차단되고 기업의 의사 결정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정보공유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권모술수를 통해서 사원들의 눈과 귀를 막는 것이 가능한 경우도 있었지만, 지금 21세기에는 사회가 투명해진 까닭에 모든 정보가 노출될 수밖에 없고 정보를 접한 사원들의 판단은 업무의 질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것이 현실이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사원들의 비율이 과거보다 훨씬 낮아진 상황에서 업무가 포지티브 리스트(Positive List)방식으로만 진행되는 탓에 기업의 업무에 일부 공백이 생기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평가받을 수 있는 항목에만 집중하는 것이 사원들의 상식이다. 반드시 해야 할 일이지만, 자신의 인사고과와 관련이 없는 업무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현상이 두드러지는 탓에 업무공백의 골은 깊어만 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치유하지 못하는 인사제도로는 초일류기업의 꿈이 요원할 수밖에는 없다.

 

3. 한쪽 눈으로 보기 지식과 지혜

많이 아는 사람은 행복할까? 행복하다면 많이 알아서일까? 불행하다면 많이 안다는 것이 주는 불행일까? 지식이라는 것은 어떤 사실에 대한 데이터베이스(Data Base)를 말한다. 안다는 것과 실행한다는 것과의 거리가 꽤 멀다는 것을 아마 6시그마를 통해 경영혁신을 추진해본 사람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안다고 해서 실행하는 것이 아니요, 안다고 해서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많이 안다고 많이 행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며, 많이 안다고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 것도 아니다. 통계분석을 하면 많은 사실들을 알게 된다. 실제 현상을 접하는 경우도 있고 통계에 의해 왜곡된 현상을 접하는 경우도 있다. 통계라는 것은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기 위해 쓰이는 도구인데 통계를 맹신하게 되면 의도되고 예측된 결과를 얻기 위해서 쓸데없는 노력을 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이런 경우는 통계를 위한 통계라고 한다. 과제도 마찬가지이다. 혁신의 기반을 닦지 않고 과제를 수행하게 되면 자꾸만 높은 탑을 쌓고 싶은 유혹을 견디지 못하게 된다. 그 결과 통계분석을 위한 과제를 하게 되고 아무 성과도 없는 일을 가장 효율적으로 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게 되는 것이다.

 

지혜는 어떤가? 위에서 말한 많은 함정들을 피해 가는 능력이 지혜이다. 지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어떤 노하우를 가지고 있어서 시장이 흘러가는 방향을 잘 알고 있다. 물론 아무리 지혜가 높다 해도 모든 분야에 지혜를 가질 수는 없다. 지혜는 프로세스와 주변 환경과 미래 상황 등을 망라해서 올바른 판단을 해낼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지혜는 단순한 몇 가지 사실로부터 유추하지 않는다. 지혜는 사고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인간의 창조능력인 사고가 없다면 지혜도 없다. 앞서간다는 사람들은 하루에 책을 한 권 이상 읽는다고 한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서 하루에 몇 시간 생각하는가? 그래서 어떤 아이디어를 내는가? 아이디어가 나오면 특허를 출원하는가? 특허출원하고 나서 실제로 만들어보는가? 생각하는 시간의 길이가 당신의 미래를 좌우한다. 치열하게 매달리는 사고에서 새로움은 싹트는 것이다.

 

창조적 접근이냐, 모방이냐?

창조적 접근과 모방(Benchmark)을 비교하려고 한다. 왜 창조적 접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주장과 함께 모방의 강점도 다루려고 한다. 기업이라는 것이 가지는 다양성은 생물다양성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창조적 기업 소니(SONY)같은 회사는 수십 년 동안 기술적 자부심이 대단해서 외부의 기술을 도입하려 하지 않았고 그것이 잘 나갈 때는 장점이었지만, 지금은 소니라는 브랜드 자체에 대한 위기감이 감지되고 있는 정도로 최악의 상황이다. 6시그마의 대부인 마이클 해리는 무조건 베끼라고 말한다. 좋게 말해서 우수과제 사례를 참조하는 것이지 베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또 일부 혁신 비관론자들은 왜 위험을 감수하고 혁신을 하려고 하느냐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안 그래도 기업은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 과연 그럴까?

 

GE6시그마를 통해서 수많은 사업을 정리하고 금융부문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의료기 분야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것도 인정되고 있는 사실이다. 모방을 하면 기업의 업무가 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일본의 어떤 회사에 가서 기술을 배워온 사람이라면 거기서 하는 것처럼 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일본 기업이 하는 노력의 방향이 아니라 일본 기업처럼 보이는 데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렇게 되면 모방은 망하고 만다. 아니 남을 따라 하게 되면 궁극적으로 승리하는 사람은 드물다. 결국 승패의 분수량에서는 자신의 독자성이 시장에 어느 정도 인정받느냐에 달려 있기에 그렇다. 막말로 일본 제품처럼 보인다고 해서 제품의 부가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일본 제품이거나 일본 제품만큼 결함이 없어야 한다. 이후 시장에서 제품의 성공여부는 소비자의 선택에 달린 문제가 된다. 그렇다고 창조적 접근만이 성공의 인자인 것은 아니다. ‘남의 것을 모방하는 것도 기술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신체적 특징과 사고방식이 다른 사람이 원본보다 나은 모방제품을 만들 가능성은 없으며, 인간의 노력이 무언가를 닮으려고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면 업무의 본질적인 측면이 무시되는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는 경향을 가지기 때문에 실패하고 마는 것이다.

 

창의력이 속도보다 우선하는 까닭

세상의 모든 업무는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다른 사람이 쓰던 검증된 방법으로 일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휴대폰을 예로 들면 모토로라가 만든 폴더를 모방하는 데는 큰 돈이 들 필요가 없다. 그냥 따라서 만들면 된다. 그러나 시장의 성과는 만들기 쉽다는 것과 별개의 문제이다. 요즘 속도가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오면서 창의력보다는 속도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었다. 여기서 말하는 속도라는 것은 남이 만든 것을 재빨리 카피하고, 남의 것보다 더 잘 만드는 속도 정도로 정의된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돈도 많이 드니 여러 가지 수단 즉, 돈이나 인맥 등을 동원해서 경쟁사나 기술개발업체의 정보를 재빨리 입수해서 힘 안 들이고 상품화하는 프로세스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주변에 잘난 사람이 많으면 써먹을 만하다고 생각된다.

 

과거에 일본의 게임기 제작업체 닌텐도(Nintendo)가 썼던 방법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닌텐도는 새로운 게임을 만든 것이 아니다. 닌텐도는 중소업체에게 게임을 만들게 해서 자사의 하드웨어에 탑재하는 권리를 부여하면서 돈을 벌었다. 어떤 게임이든 재빨리 발굴하고 상품화하면 된다는 논리로 세계 게임시장을 석권했다. 그러나 그들은 5년을 가지 못했다. 이렇게 남의 것을 모방하거나 다른 업체의 기술을 재빨리 베끼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 가지는 치명적인 약점은 패러다임이 변할 때 적응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기업 환경 자체가 변하는 시장에서는 맥을 못 추게 된다. 뿐만 아니라 부도덕한 탓에 기업이 존경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6시그마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모방을 하고 우수사례를 모방해서 업무를 추진하면 성과를 낼 수도 있다. 그러나 기업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기에는 속수무책이 된다. 세상에는 일을 하는데 있어서 격이라는 것이 있다. 수단과 방법도 중요한 가치이며 과정이 존중되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런 의미에서 창의력은 숭고하고 돈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6시그마도 창의력을 바탕으로 추진하자. 세계 최초로 6시그마를 창조적으로 추진하는 기업이 나오게 되면,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우뚝 설 것은 자명하다.

 

4. 양쪽 눈으로 보기 결점과 강점의 상대논리

어떤 사람에게나 결점(Defect)은 있다. 특히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어리석은 집착이라는 결점이 있다. 자신이 하는 일이 성공하기 전까지는 누구도 집착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다. 결점이 많은 사람이 강점도 많아서 결점과 강점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 인간이다. 결점이라는 것은 어떤 요소가 규격 이하의 값을 갖는 것을 말한다. 강점이라는 것은 시장에서 경쟁우위의 요소를 말한다. 마이클 해리는 결점을 없애면 혁신에 성공할 수 있고 나아가 초일류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했다. 창조적 혁신에서는 결점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결점을 없애려고 노력하지도 않는다. 오로지 관심이 있는 것은 시장에서 강점을 갖는 요소를 도입하고 설계하는 일에 관심이 있다. 기업적 관점에서, 사원들을 평가하는 기준에 대해 살펴보자. 결점이 많은 사원은 제거 대상이라는 기업도 있을 수 있다.

 

반대로 결점보다는 강점을 높이 사서 여러 결점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강점 때문에 모든 결점이 묻히도록 배려하는 기업도 있다. 인간의 역량을 평가할 때, 결점의 합을 기준으로 서열을 매길 수도 있을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치명적인 결점이 없는 한 강점의 합으로 서열을 매기기도 할 것이다. 적어도 결점의 합으로 서열을 매기는 것은 경쟁사회의 지표는 아닌 듯싶다. 어떤 일을 추진할 때, 성과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사원들이 가진 결점인지 아니면 강점인지에 대해서 이야기 하려다보니 여기까지 온 것이다. 결점이 많은 사원이 강점이 많은 것도 일반적이고 보면 결점이 많다는 이유로 조직에서 평가받지 못하는 것은 기업에 있어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기업역량이라는 것을 따질 때, 결국 사원들이 가진 강점의 합이 역량이고 결점의 합이 위기를 부르는 역량일 수도 있다. 문제는 시장 메커니즘을 고려할 때 발생한다. 시장은 사원들의 결점보다는 강점을 통해 구현된 제품의 경쟁력이 구매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긴급하고 중요한 일보다 쉬운 일 먼저

늘 긴급하고 중요한 일을 먼저 하라는 것이 비즈니스 교과서들의 주장이다. 일상 업무를 추진하는데 있어서 일의 우선순위를 정할 때, 필요한 접근이 바로 긴급도가 높은 것이나 중요도가 높은 것을 먼저 하라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이런 주장에 강력하게 반발하는 것이 바로 창조적 혁신이다. 창조적 혁신은 아이디어가 있는 것을 먼저 하라는 것이다. 아무리 중요한 문제도 풀 능력이 없다면 어떻게 풀어나간다는 말인가? 풀지도 못할 문제를 붙들고 씨름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것도 없다. 예를 들어보자.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누가 뭐래도 통일문제라고 치자. 그런데 누가 통일을 말할 수 있을까? 두 나라의 국가원수가 만나도 통일이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통일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면 너무 어리석은 것이다.

 

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에 오르는 것이 가장 긴급하고도 중요한 문제이다. 그런데 시장에서 독점적으로 오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니 아이디어가 있느냐 하는 것을 생각하는 혁신가가 없다는 이야기다. 이럴 때는 독점적 지위에 오를 수 있는 아이디어나 방법을 찾을 때까지 그 일을 추진하는 것을 미루어야 한다. 분석적 혁신의 강점은 문제점이 분명하게 드러나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현재의 상황을 보다 명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문제가 명확하지 않을 때는 분석적 혁신의 접근을 통해서 문제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창조적 혁신은 분석적 혁신과 다르다. 창조적 혁신은 문제와 답을 동시에 제시하고 그것이 객관적으로 우수한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것을 입증해 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나아가 답이 없는 문제는 지속적 아이디어 발상을 통해 답을 구하는 것이 창조적 혁신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혁신을 추진하는 여러 가지 방법론들이 있고 그것들은 나름대로 원칙을 가지고 있는데, 혁신 방법론들이 서로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도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최인철 지음

가산출판사, 20083월, 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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