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들 중심으로 새롭게 미디어 산업을 바라볼 수 있는 분석 방법인 ‘미디어 에코시스템(Media Ecosystem)’을 제시하고 그 개념과 유용성

1인 미디어의 힘

 

 

1 .뉴 미디어 시대가 열리다

뉴 미디어의 등장 / 뉴 미디어가 가져온 변화 / 뉴 미디어 vs. 전통 미디어

미디어의 발전 과정은 크게 세 단계 - 인쇄술의 발명으로 태동한 활자 미디어 시대 라디오와 TV의 발명으로 시작된 전파 미디어 시대 인터넷의 상용화가 가져온 정보통신 미디어 시대 - 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활자 미디어와 전파 미디어를 전통 미디어(Tradition Media)로 정의하고, 정보통신 시대 이후의 미디어를 뉴 미디어(New Media)로 정의해 설명하고자 한다.

 

한편 미디어 산업은 콘텐츠 생산, 대중 전달, 수익 창출 부문이 맞물려 돌아가는 가치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는데, 전통 미디어 산업에서는 콘텐츠의 생산자가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고 영향력을 행사했다. 왜냐하면 콘텐츠의 제작과 편성 능력을 의미하는 풍부성과 사용자를 향한 전달성 측면에서 독점적이고 절대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특징을 바탕으로 전통 미디어 산업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대규모의 마케팅을 펼치는 매스 마케팅(Mass Marketing)을 했고, 이를 통한 막대한 수익도 창출해냈다. 그러나 인터넷을 중심으로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면서 전통 미디어의 고유한 특징과 권한은 점차 약화되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1인 미디어 시대가 되면서 미디어의 제작, 편성 체제와 생산된 미디어를 보급하기 위한 인프라에서 중대한 변화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를 미디어의 라이프사이클 관점, 즉 생산, 유통, 소비 관점에서 살펴보도록 하자.

 

첫째, 생산방식의 변화를 살펴보자. 전통 미디어 시대에는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해서 전문성과 자금력이 필요했다. 그러나 디지털 저작도구가 대중화되고 1인 미디어 시대가 되면서 콘텐츠의 생산과 매체가 분리되는 변화가 나타났으며, 이는 콘텐츠의 활용도를 크게 증가시켰다. 예를 들면 방송의 경우, 외주 제작사가 콘텐츠만 제작하고 이를 방송국에 판매하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다. 또 신문의 경우에는 인터넷 등을 통해서도 콘텐츠 유통이 가능해졌다. 한편 디지털 저작도구가 대중화되고 이를 유통시키기 위한 배포 플랫폼이 보편화됨에 따라, 미디어 제작에 대한 장벽도 크게 낮아지고 있고, 개인이 제작한 매체를 배포하기 위한 플랫폼도 역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데, 특히 사용자 제작 콘텐츠를 공유하기 위한 UCC 포털, 블로그 등 콘텐츠를 편집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결국 사용자가 제작자 또는 편성자가 되는 1인 미디어 시대, 즉 프로슈머(Prosumer)화를 가속시키고 있는데, 프로슈머의 영향력 증대를 보여주고 있는 대표적인 매체가 블로그(Blog).

 

둘째, 유통방식의 변화를 살펴보자. 과거에는 미디어별로 독립적인 전송방식을 통해 콘텐츠가 배포됐다. 그러나 이제는 IP 네트워크, 즉 인터넷을 중심으로 콘텐츠와 미디어 간 호환성이 높아지면서 콘텐츠의 매체에 대한 의존도가 약화되는 복합 미디어의 경향을 띠고 있는데, 이는 콘텐츠의 원 소스 멀티 유스(One Source Multi-Use)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과거에는 미디어와 다른 영역이라 보았던 통신망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한편 통신사들은 모바일TV, IPTV(Internet Protocol Television)와 같은 방송과 통신이 융합된 미디어를 등장시키고 있는데, IPTV는 초고속 인터넷을 통해 정보, 동영상 콘텐츠, 정규방송 등을 TV로 제공하는 서비스로, 스트리밍 기술에 의해 실시간으로 재생되는 여러 종류의 콘텐츠를 IP 네트워크를 통하여 이용자의 요청에 따라 실시간으로 서비스하고, 아울러 IPTV는 기존의 TV 기능 영역을 주문형 영상, 화상 전화, 상품구매 등으로 대폭 확장하고 그 영향력 또한 급상승하고 있다. 한편, 모바일TV는 우리나라에서 활성화된 DMB 서비스가 대표적인데, 향후 IP방식으로 진화하면서 양방향 서비스로 발전함에 따라 그 위력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소비방식의 변화에 대해서 알아보자. 앞서 설명한 생산의 다변화와 유통의 다양화는 소비 측면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특히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극복하기 위한 방향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시간의 제약을 극복하기 위한 기술발전의 사례로는 티보(TiVo)가 있는데, 티보는 전자프로그램 안내 기능을 통해 TV 가이드 조회, 디지털 녹화, 프로그램 예고편 시청 등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광고 없이 TV를 시청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공간의 제약을 극복하는 기술의 사례로는 슬링미디어의 슬링박스(Slingbox) 등을 들 수 있는데, 슬링박스는 가정에서 수신하고 있는 TV프로그램을 언제, 어디서나 동일하게 시청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기다.

  

한편 과거의 미디어 산업은 한정된 전송망으로 높은 진입장벽의 보호 아래 소수 업체 중심으로 운영되어 왔으며, 매체력을 높이기 위해 고객 수나 매출액을 중시하는 중심의 경영형태를 띠어왔다. 그러나 인터넷을 비롯한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콘텐츠 제공자와 전송망 보유자가 분리되면서, 생산자 관점의 시장진입 장벽은 크게 완화됐다. , 신문이나 방송사 외에 이종 산업이 미디어 산업으로 진입하면서 다수의 사업자가 경쟁을 벌이고, 이것은 중심에서 중심의 경영, 즉 수익 중심으로 옮겨가는 기폭제가 됐다. 그리고 뉴 미디어 산업이 점차 강세를 보이면서 신종 미디어는 전통 미디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고, 또 뉴 미디어 산업의 영향력이 높아지면서 인터넷, 통신, 제조 산업 등과 같이 기존에 미디어 산업 범주에 속하지 않았던 이종 산업의 주요 업체들이 미디어 시장으로 진입하고 있다. 하지만 뉴 미디어와 전통 미디어는 어느 한 쪽의 쇠퇴를 부르기보다는, 뉴 미디어와 전통 미디어가 상호보완 작용을 하며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보다 자세히 살펴보자.

 

인터넷 업체의 진입: 인터넷 산업 중심의 변화는 크게 뉴스 관련 포털과 1인 미디어를 대표하는 UCC, SNS(사회적 네트워킹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신종 미디어로 대변되는데, 뉴스 포털 영역에서는 검색 기능을 중심으로 미디어 편성 기능을 제공하는 인터넷 포털이 강세를 나타내고 있고, 시민기자 중심의 신종 뉴스 공급자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편 UCCSNS가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법률적 문제가 검토돼야 한다. 왜냐하면 현행 저작권법상 제작자의 허가 없이 무단 전제가 이뤄지는 경우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통신 업체의 진입: 통신 산업은 최근 들어 성장이 정체되면서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이에 따라 통신 사업자들은 기존의 인프라와 고객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뉴 미디어 영역으로 빠르게 진출하고 있는데, 전략 방향성은 크게 수직계열화와 수평계열화로 나누어볼 수 있다. 참고로 통신 업체들은 보유하고 있는 전송망을 토대로 시너지 확보가 가능한 콘텐츠 영역으로 수직계열화를 가속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국내외 통신 업체들은 전략적 제휴와 인수합병을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편 통신 기업들은 방송과 통신의 경계가 모호해짐에 따라 DMB, IPTV 등 방송 서비스 추진을 위한 수평계열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특히 IPTV는 기존 방송 형태의 재전송뿐만 아니라 새로운 방송 서비스 수요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제조업체의 진입: 제조 산업에서는 전자,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뉴 미디어 산업 진출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의 미디어 산업 진입이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2. 미디어 에코시스템에 주목하라

뉴 미디어 시대의 지각 변동 / 미디어 에코시스템의 등장 / 미디어 에코시스템의 활용

UCC, 인터넷 포털, IP네트워크, 모바일 서비스 등과 같은 다양한 기술과 서비스의 등장은 이제 미디어 산업을 어느 한 단어와 특정 분야로서만 정의 내리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보충 설명하면, 과거의 미디어 산업은 가치사슬 전 영역에 걸쳐 정보형태별로 산업이 구분되는 구조를 갖고 있어 출판 산업, 방송 산업, 통신 산업, 영화 산업 등 세부 산업별로 연계성이 강조되는 체인 형태의 산업 구조로 설명되어 왔다. 하지만 콘텐츠의 멀티미디어화, 콘텐츠와 전송망의 분리, 산업과 장르의 경계 불분명화 경향 등으로 인해, 정보형태별로 산업을 구분하는 구조가 아닌 가치사슬별로 통합된 구조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미디어 산업 내의 경쟁과 협력 구도가 복잡하게 전개되고, 사용자의 주도적 참여 등이 보편화되면서 또 다른 변화가 야기되고 있다. 다시 말해, 콘텐츠 제작사 간의 인수합병 혹은 제휴, 콘텐츠 제작사에 의한 서비스 사업 영역 진출, 전송 사업자의 콘텐츠 사업 영역 진출, 전송 사업자에 의한 전송매체 다변화, 미디어 단말기 제조업체의 콘텐츠 영역 진출 등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경쟁과 협력 구도가 출현하고 있는데, 이것은 단계별로 구분되었던 사업자별 사업 영역의 구분조차도 어렵게 하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과거의 전통 미디어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미디어 사용자(User)가 직접 UCC를 제작하고 블로그나 미니홈피를 운영하는 등 미디어 산업의 주요 운영자로 등장하고 있어, 전통적인 가치사슬 구조로는 이처럼 급격히 변화하는 미디어 산업의 여러 현상을 설명하기 어렵게 되었다.

 

정리하면, 기존의 가치사슬 구조는 사업자 중심으로 산업을 구분하기 때문에 정작 미디어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사용자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 또한 가치사슬 단계 중에서 어떤 단계가 상대적으로 더 중요한가를 파악하기가 어려우며, 사업 간에 상호 연관 관계에 대한 설명도 어렵다는 한계점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뉴 미디어 산업의 등장과 전통 미디어 산업의 재편이 가져온 미디어 산업의 변화를 해석하는 데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게 되었는데, 이 책에서는 대안으로 미디어 에코시스템(Media Ecosystem) 접근법을 제안하고자 한다.

 

한편 1인 미디어 시대에 맞는 미디어 산업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은 두 가지 조건 - 생산자 중심의 구조가 아닌 사용자 중심의 구조로 접근해야 함, 미디어 산업의 선순환적 특성을 반영해야 함 - 을 충족시켜야 하는데, 이와 같은 두 가지 조건을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미디어 산업구조에 대한 분석 체계, 즉 미디어 산업을 바라보는 새로운 접근법은 다음과 같이 세 단계에 걸쳐 고안되었다.

 

1단계, 사용자 중심으로의 전환 : 사용자의 시각에서 현재의 미디어 산업을 바라보면, 사용자를 중심으로 콘텐츠를 공급하는 사업자, 콘텐츠 전송망을 제공하는 사업자 그리고 단말기와 같은 시스템을 제공하는 사업자가 포진하고 있는데, 이들을 각각 콘텐츠 사업자, 전송 사업자, 시스템 사업자로 명명할 수 있다. 여기서 이들 개별 사업자들은 서로 독립적이기보다는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다.

 

2단계, 서비스 통합자의 등장: 미디어 산업이 발전하면서 콘텐츠의 양이 급격히 증대되고, 매체의 종류는 매우 다양해지고 있으며, 사용자의 요구도 다변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콘텐츠 사업자, 전송 사업자, 시스템 사업자 등은 개별적으로 또는 사업자 간의 제휴만으로는 사용자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어려워졌다. 그래서 사용자의 요구를 좀 더 명확히 이해하고 세 가지 유형의 사업자들이 보유한 역량과 자원을 유기적으로 통합해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유형의 사업자가 필요해졌는데, 이것이 바로 서비스 통합자다.

 

3단계, 미디어 에코시스템의 완성: 1단계와 2단계를 거치면서 사용자의 시각에서 바라본 미디어 산업의 참여자로 콘텐츠 사업자, 전송 사업자, 시스템 사업자, 서비스 통합자 등이 도출됐는데, 이 가운데 서비스 통합자는 가장 독특한 역할을 수행하며, 다른 세 가지 유형의 사업자에 비해 사용자에게 가장 가깝게 위치하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아래 표와 같은 사용자 중심의 미디어 산업 구조 분석체계를 만들어낼 수 있는데, 우리는 이 분석 체계를 미디어 에코시스템이라 명명하고자 한다.

 

 

편 미디어 에코시스템 구조를 좀 더 면밀히 바라보면, 서비스 통합자와 사용자 사이에는 사용자 접점(POC, Point of Contact)이 존재하는데, 이를 통해 사용자가 미디어 공급자인 네 가지 유형의 사업자들과 상호작용하게 된다. , 사용자 접점인 POC는 사업자들이 사용자에게 서비스와 상품을 전달하고 사용자의 욕구를 포함한 다양한 정보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사용자에게 서비스, 상품 그리고 사업자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직접 구매하는 데도 필수적이다. 참고로 미디어 에코시스템은 다음과 같이 활용될 수 있다.

 

새로운 사업 기회의 발견: 에코시스템의 가장 큰 특징인 사용자 중심으로 산업구도를 파악함으로써, 사업자들은 사용자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집중해야 할 분야를 탐색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파악할 수 있다. 참고로 마이크로소프트를 살펴보면, 마치 미디어 에코시스템을 염두에 두고 기업 전략을 세운 것처럼 해석되는데, 이것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소비자를 중심으로 필요한 서비스와 기기들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략적 비즈니스의 운영: 과거 가치사슬 중심의 접근 방법에서는 기업이 현재 어느 분야에 집중하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는 있어도, 그것이 전략적으로 중요한 영역에 집중하고 있는 바람직한 모습인지는 판단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미디어 에코시스템을 활용하면 각 사업 영역에 대해 기업들이 추구해야 할 전략적 중요도를 파악할 수 있다. 예로 구글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존의 가치사슬 구조로 분석해보면, 애그리게이션(Aggregation, 통합) 역할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애그리게이션 영역이 구글의 사업 포트폴리오 상에서 차지하는 중요도를 알 수가 없으므로, 단지 일부 영역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 그러나 에코시스템을 활용하면 구글은 사용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서비스 통합자 영역에 집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고, 콘텐츠 사업자, 전송 사업자, 시스템 사업자의 영역에서는 타 사업자와의 제휴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사업 구조의 탄력적 운용: 전통 미디어 기업의 거대화와 신종 인터넷 미디어 기업들의 등장으로 산업 내 사업 구도, 개별 사업자 간의 연계성, 사업 간의 연관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졌다. 그러나 미디어 에코시스템을 활용할 경우 기업이 추진하는 사업 방향성과 타 사업자들과의 제휴 등을 쉽게 확인할 수 있고, 기업이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의 방향성도 파악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타임워너를 들 수 있는데, 타임워너는 뉴 미디어 시대에 부합하는 사업 추진을 위해 인수합병을 시도하고, 콘텐츠 제작과 전송이 가능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했으며, 이와 더불어 인터넷 서비스 업체인 AOL을 인수하고, 이후에 사용자와 접근성 확보를 위한 환경도 구축했다. 즉 사용자 중심의 콘텐츠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을 시도한 것이다.

 

3. 미디어 에코시스템으로 미래를 열어라

뉴 미디어 시대를 위한 생존전략 / 협력으로 키우는 뉴 미디어 파워 / 비즈니스 모델의 진화

뉴 미디어의 위력이 강해지면서 전통 미디어 기업들은 사업 확장을 통해 기업을 거대화하는 생존전략을 추구하고 있는데, 뉴스 코퍼레이션(News Corporation)은 기존 영역에서 콘텐츠 제작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인수합병 등을 통해 뉴 미디어 영역의 진출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한편 KT는 전송 사업자의 장점을 기반으로 영화, 방송 등의 콘텐츠 사업자 영역과 웹 포털, 온라인 쇼핑몰 운영 등을 통해 서비스 통합자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그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인터넷을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펼치는 소규모 신종 인터넷 미디어 기업들이 등장해 틈새시장을 공락하며 그 영향력을 높여가고 있다. 즉 과거처럼 대형화된 소수의 기업이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소규모 업체들이 갖는 중요성이 커지는, 이른바 롱 테일(Long Tail) 법칙이 산업의 중요한 패러다임으로 부각되고 있는데, 마이이어북닷컴(MyYearBook.com)의 창업과 사업 운영 과정은 뉴 미디어 시대의 롱 테일 현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아무튼 이 두 가지 현상은 전통적인 미디어 산업 속성의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는데, 정리하면 아래 표와 같다.

 

한편 시장의 다변화는 미디어 기업 간 협력의 필요성을 증대시키고 있다. 왜냐하면 사용자들의 요구가 다양해지고, 사용자들의 영향력도 커지고, 또 사업에 대한 리스크도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인데, 협력의 방향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애플리케이션 영역 확장인데, 이는 특정 매체를 위해 제작된 콘텐츠를 타 영역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예로 20세기 폭스사가 비벤디 유니버셜 게임스와의 협약 체결을 통해 애니메이션 영화로봇의 출시와 동시에 비디오 게임용 타이틀을 개발한 사례를 들 수 있다. 둘째, 기기의 다양화인데, 이는 휴대폰 등과 같이 다양한 기기에 콘텐츠를 구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1인 미디어 시대의 사용자들을 위한 미디어의 접근성을 증대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예로 미국의 만화 전문 출판사인 센트럴파크 미디어가 만화 콘텐츠를 애플의 아이튠스 스토어에 공급하는 협약을 체결하여 사용자들이 아이팟을 통해 만화 콘텐츠를 볼 수 있도록 한 것을 들 수 있다. 셋째, 채널의 확대인데, 이는 사용자들의 콘텐츠 이용 가능성 증대를 위해 통신망, 방송망 등으로 유통 채널을 다양화하는 것이다. 예로 미국 SBC가 자사의 초고속 인터넷 접속 서비스와 야후의 콘텐츠, 브랜드 파워를 결합한 ‘SBC 야후서비스를 제공하게 된 것을 들 수 있다.

 

참고로 과거에는 소비자에게 정보 선택권이 없었기 때문에, 대중들은 제공된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기술 발달로 이러한 정보 습득의 획일성을 기피하는 새로운 집단이 생겨났고, 결국 사업자는 사용자에게 선택권을 넘겨주고 다양한 정보제공과 함께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등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여야 했다. 그리고 이 같은 소비자 집단의 탄생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데, 이런 비즈니스 모델은 소비자 집단의 욕구뿐 아니라 생산자의 욕구까지 충족시키는 형태로 발전되고 있다. 예로 소비자가 투자를 함과 동시에 제품의 직접적인 구매자가 되는 셀라밴드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들 수 있다.

 

그리고 미디어의 비즈니스 모델은 고객의 노출 정도와 콘텐츠의 다양성에 따라서 진화해왔고, 미디어와 관련된 수익 모델은 크게 광고수익, 정기이용료, 개별 콘텐츠 구매 등으로 이루어지는데, 현재 개인화된 콘텐츠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사용자에 대한 개별 콘텐츠의 노출 정도는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구글과 같은 브랜드 파워를 가진 인터넷 포털 사이트, 또는 전문가의 블로그를 통한 콘텐츠 관련 정보의 노출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것은 다른 의미로 보면 광고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2006년에 들어서는 광고 수익의 비중이 과거와 달리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있고, 정기이용료 수익이나 개별 콘텐츠 판매를 통한 수익의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와 같은 미디어 관련 수익 모델의 변화는 미디어 에코시스템 상에서 각 영역 사업자들의 전략 방향을 변화시키는 원인이 되는데, 이것은 다시 산업의 다이내믹스를 변동시키는 주요 요소로도 작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4. 넥스트 미디어가 도래한다

미래 미디어 기술의 전망 / 새로운 고객 요구의 등장 / 1인 미디어 / 넥스트 미디어의 전망

최근 미디어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인터넷 중심의 디지털 기술인데, 이것은 앞으로 다가올 넥스트 미디어 시대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기술이 미디어 산업의 미래를 이끌어갈 것인가? 또한, 어떤 시각에서 미디어 기술의 트렌드를 바라보는 것이 필요한가? 우리는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다각적인 조사 분석을 진행하였고, 연구 결과를 토대로 모두 16개의 유망 기술을 선정했다. 그리고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으로는 미디어 에코시스템 관점에서 미래 유망 미디어 기술을 분류하여 검토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설명으로 아래의 미디어 기술 구조도를 제시하고, 각 영역별 미디어 기술동향에 대해 검토해 보면 아래와 같다. 참고로 미디어 영역별 기술 변화는 결과적으로 미래에 네 가지 핵심 변화 트렌드 - 참여와 개방, 상시 접근, 고객 요구 맞춤형, 편의화 - 를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콘텐츠 사업자 관점의 기술 전망: 멀티미디어 제작편집 기술은 크게 사용자생산자의 제작편집 기술로 구분되는데, 사용자 관점에서는 카메라, 캠코더 등 개인이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한 저작도구를 비롯해 제작된 콘텐츠를 공유하기 위한 기술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자 관점에서는 미디어 매체의 다양화와 함께 미디어 콘텐츠가 모든 측면에서 확대됨에 따라, 소비자가 대량의 그리고 양질의 콘텐츠를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제작 기술의 발전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미래의 멀티미디어 압축 기술은 어떤 네트워크를 통해서도 고화질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해주는 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에 연결되고 사용자들의 참여와 공유가 확산됨에 따라 필연적으로 개인의 프라이버시 문제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방안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겠다.

 

전송 사업자 관점의 기술 전망: 가까운 미래에 무선 IPTV도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본격적인 FTTH(Fiber To The Home) 시대가 열리게 되면, 유선 전송은 현재의 10배 수준인 1Gbps 수준까지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또 디지털 데이터 방송을 단방향에서 양방향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한편 앞으로 미래형 개인 미디어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생산자와 사용자의 접점 모두 자체적인 고유의 주소를 갖추어야 하는데, 이는 40억 개 가량의 주소를 제공하는 현재의 IPv4 주소체계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1조 개 이상의 주소를 제공하는 IPv6 체계가 도입될 것으로 생각된다.

 

시스템 사업자 관점의 기술 전망: 이 분야는 단말기의 고성능화를 위한 기술과 생산자와 사용자 간 커뮤니케이션의 효율화를 위한 기술로 구분되는데, 1년에 2배씩 저장용량이 증가하고 있는 메모리 기술의 발전을 생각하면 저장장치 기술이 미디어 산업에 주는 영향을 인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현재까지 소형기기의 유용성 개선에 도움이 되고 있는 LCD 등 박막형 디스플레이 관련 기술개발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서비스 통합자 관점의 기술 전망: 멀티미디어 검색 기술과 관련하여, 미디어 망 환경에서 정지영상과 동영상에 포함돼 있는 객체 모양의 유사도 등을 지능적으로 판단하여 최적의 미디어를 검색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한편 센서 네트워크 기술도 다수의 기지와 사물에 장착된 센서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무선으로 수신하고, 온도와 습도, 압력 등 주변정보를 탐지하는 기술을 포함하여 향후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이 예상되므로 급속한 발전이 기대된다. 그리고 앞으로는 사용자의 의도와 감정, 감성을 고려해 전체적인 상황을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가공하는 상황인식 기술도 확대될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앞으로 넥스트 미디어 세상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 사업자가 주목해야 할 새로운 고객 요구 트렌드는 무엇일까? 이를 도출하기 위해 크게 세 단계의 작업 - 먼저 고객 요구 트렌드 풀을 구축한 후, 핵심적인 고객 요구 트렌드를 추출하고, 마지막으로 이를 다시 조합하여 고객 요구 테마를 도출 - 을 진행했다. 이 과정을 통해 120여 개의 트렌드 중 33개의 핵심 트렌드를 도출하고, 이 핵심 트렌드를 일관되게 관통하는 보다 거시적인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서 System ThinkingTM으로 불리우는 Arthur. D. Little의 구조적인 사고 기법을 사용하여 각 트렌드들 간의 연관관계를 파악한 결과, 핵심적인 사용자의 요구로 다섯 개의 테마를 추출했는데, 5개의 핵심 테마는 건강하고 균형 잡힌 생활, 일상으로부터의 탈출, 참여 및 유대감, 경험과 몰입, 편하고 쉽고 자유로운 선택권이었다. 이 중 앞의 네 가지는 일반적으로 생활에서 추구하는 가치와 관련성이 높고, 마지막 편하고 쉽고 자유로운 선택권은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충족되어야 하는 도구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미디어 사업자들은 앞에서 제시한 다섯 가지의 핵심 요구를 효과적으로 결합한 형태의 가치 제안을 누가 어떻게 제공할 수 있느냐가 향후 넥스트 미디어 시대의 승자가 되는 길이라 할 수 있겠다.

 

한편 1인 미디어는 새로운 인터넷 환경에서 엄청난 파괴력을 자랑하고 있지만, 문제점 또한 적지 않은데, 대표적인 것이 도덕적 해이, 정보의 편식 등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미래는 1인 미디어 시대라는 데는 누구나 동의한다. 특히 IT 기술의 발달은 1인 미디어의 양적, 질적 팽창을 뒷받침할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1인 미디어가 전통 미디어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전통 미디어의 힘은 지금보다 훨씬 약해지고, 미래에는 지금과는 다른 모습으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끝으로 사용자와 사업자 관점에서 넥스트 미디어를 전망하면 다음과 같다.

 

사용자 관점의 넥스트 미디어: 시각과 청각을 중심으로 소비가 가능했던 미디어 콘텐츠의 형태가 점차 인간이 가진 모든 감각기관, 즉 오감을 통해 소비가 가능하도록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이미 일부 영화관에서는 영화 상영 중 특정 장면에서 마치 실제와 유사한 다이내믹한 움직임을 제공하거나 후각 효과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사용자 편의성 극대화는 현재의 검색엔진에서 한 차원 더 나아간 시맨틱 웹(Semantic Web)과 소프트웨어 에이전트 기술을 통해 실현 될 것으로 보여진다. 예를 들어 주말을 이용해 12일 가까운 해외로 여행을 갈 계획을 세운다고 하면, 기존에는 목적지, 목적지별 특징, 항공편 등 모든 것에 대해 일일이 검색하거나 정보 취합이 필요했지만, 시멘틱 웹과 소프트웨어 에이전트 기술이 일상화 될 경우 자신이 가능한 날짜와 일부 선호하는 요소들만 입력하면 이러한 의도를 자동적으로 인식하여 관련 있는 검색 결과를 나열해 줄 것이다.

 

그리고 미디어의 일상화는 미디어의 소비에 대한 시공간적 제약이 점점 사라져, 궁극적으로는 일상생활과 미디어가 별개의 것이 아닌 하나로 합쳐지는 형태적 변화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대표적인 예로 슬링박스는 세계 어느 지역에서든 인터넷 접속만 가능하면 가정에서 시청하는 것과 동일한 지상파나 케이블 방송을 시청할 수 있게 한다.

 

사업자 관점의 넥스트 미디어: 소수의 거대 미디어 그룹이 출현하고, 서비스 통합자의 미디어 산업 내 입지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Globalization + Localization)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틈새 사업자의 역할이 강화될 것으로 생각되는데, 예로 마이크로소프트가 야후 인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인터넷 광고 시장 때문이지만, 다른 또 하나의 이유는 야후가 아시아 인터넷 시장의 강자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완진김양하이석근민승기 지음

매경출판, 20088월, 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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